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크게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서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핑몰에 가면 거의 빼놓지 않고 눈에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대형서점이다.

한국의 대형서점 매장을 연상케 하는 널찍한 공간에 수많은 책들이 여유롭게 꽂혀 있다. 심지어 서점이 2층인 경우에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있다.


아마존의 충격적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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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비인간적 근무 환경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촉발된 양쪽의 긴장관계는 각각 양쪽의 CEO와 편집인까지 서로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며 두 달간 이어졌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왼쪽)와 딘 베케이 뉴욕타임스 편집인. / 사진출처: AP연합뉴스


하루 한두 차례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타임’ 프로그램도 있고, 일부 번화가 지역에 있는 서점에는 간간이 ‘작가와의 대화’ 행사도 열린다.

이곳을 찾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자유롭고 안전한 놀이터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이를 동반한 어른 입장에서는 학구적인 놀이동산에 자녀를 데리고 왔다는 흡족한 기분까지 든다.

그런데 외국인 기자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이러한 도서관들이 미국에서도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손님이 줄어 더 이상 잇속이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내 오프라인 대형서점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우선 하나는 손님이 줄어 장사가 잘 안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뉴욕 맨해튼의 경우 내로라하는 오프라인 서점들이 최근 수년 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속사정을 공공연히 밝힌 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서로 연관된 이유지만 오프라인 서점의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독서인구가 줄어든다기보다는 온라인 서점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싼 임대료와 온라인 서점의 발달이 외국인 기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미국 내 근사한 서점들의 자취를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을 함락시키고 있는 온라인 서점을 꼽자면 단연 아마존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은 지금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서의 입지를 구축했지만 시작은 인터넷 서점이다.

근사한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을 아쉬워하는 본 기자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아마존을 통해 서적은 물론 각종 일상용품을 자주 구입하는 지경이니 딱히 할 말은 없다.

미국에서는 흔히 검색이 필요할 때면 “구글링을 하면 되지”라고 할 정도로 구글 사용이 일반화했고, 서적을 포함한 일상생활용품 구입이 필요하면 예의 아마존을 애용한다. 그만큼 아마존이 일상생활의 필수 도구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마존을 통한 서적 등 물품 구입을 주저하게 하는 사건과 논란이 지난 8월 일어나 눈길을 끈 바 있다. 해당 사건과 논란은 2개월이 지난 10월에까지 이어졌고 결말은 나지 않았다.

‘절대강자’ 아마존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16일자 기사에서 퇴사자들의 경험담 등을 토대로 아마존 직원들이 엄청나게 혹독한 상호 비판과 감시 속에서 극단적인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료직원들이 낸 아이디어의 잘못된 점이나 업무 행태의 문제점을 회사에 ‘내부고발’하도록 강권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아마존 직원들은 심심찮게 야근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밤 12시가 지난 시간에도 회사로부터 수시로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이 조금만 늦어도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심지어 직원들이 암에 걸리거나 유산을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아무런 동정을 받지 못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꿈의 직장’으로 여기고 들어간 아마존을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두 달간 이어진 아마존-뉴욕타임스 공방전

뉴욕타임스의 관련 보도는 여기서 끝났지만 이 문제로 인한 여파는 무려 2개월 넘게 이어졌다.

2개월 이상 이어진 ‘아마존 윤리 논란’은 우선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초대형 기업 아마존의 직장 속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여느 때와 같이 보도된 뒤 한 차례 반박하는 식으로 끝난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임원들이 앞 다퉈 연속으로 해명에 나섰고, 이에 해당 언론의 편집인이 재반박하는 식의 매우 이례적 형태로 논란이 이어졌다는 점도 더욱 시선을 끌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있은 하루 뒤인 같은 달 17일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회사 내부통신망에 띄운 메모 형식의 서한을 통해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베조스는 서한에서 “뉴욕타임스가 묘사한 대로 미칠것 같은 근무 환경을 가진 회사라면 누구도 남아 있으려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그런 회사라면 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맞받아쳤다.

오히려 베조스는 “기사에 나온 직장과 직원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일했던 아마존이 결코 아니며, 매일 함께 일하는 배려심 많은 동료도 아니다”며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오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과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진 기업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기업 환경에서 결코 생존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런 논란 때문이었을까. 논란이 있은 지 약 2개월 뒤인 10월 12일 발간된 미국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글로벌 최고경영자 평가에서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베조스는 2015년에는 87위로 급전직하했다.

경영 실적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사회적 기여도 부문에서 무려 828위에 머물러 전체 순위가 87위로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가까스로 100위안에 들어 체면치레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영 실적만 보면 베조스의 아마존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가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회적 기여도 등 정성평가 부문 점수가 너무 낮았다”고 풀이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의 성장 이면에는 직원들을 극단으로 내모는 혹독하고 냉정한 경영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이번 평가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조스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때마침 곧바로 뉴욕타임스 기사를 둘러싼 ‘2라운드’ 공방이 불거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내다 아마존으로 옮긴 제이 카니 홍보 담당 부사장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나온 지 일주일 뒤인 같은 달 19일 블로그 사이트 ‘미디엄’에 ‘뉴욕타임스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아마존 윤리 경영’ 논란이 재점화됐다.

카니 부사장은 “아마존 곳곳에서는 책상에 앉아 우는 직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 기사에 등장한 직원은 “고객을 속이고 기록을 조작하다 해고된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원인은 제프 베조스의 WP

기업 평가에서 순위가 뚝 떨어진데 대한 ‘분’이 극에 달했을 법한 아마존 입장에서는 홍보 최고책임자가 반박 글을 올린 것은 어찌됐든 일견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그런데 눈길을 끌 만한 매우 이례적인 대응은 뉴욕타임스에서도 나왔다. 아마존의 카니 부사장이 반박글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딘 베케이 뉴욕타임스 편집인이 직접 나서 재반박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튿날인 20일에는 아마존이 자사의 탐사보도 관련 기사를 놓고 싸움을 걸어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정 언론의 비판 기사에 반박하거나 반론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또 다른 공간을 이용해 비판·반박 글을 올리거나, 이에 해당 언론사의 최고 편집책임자가 재반박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전례가 전혀 없는 일까지는 아니지만 언론 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전개와 대응으로 보일 법했다.

이 논란이 있은 직후 미국 언론계에서는 아마존과 뉴욕타임스가 매우 이례적으로 대립과 논란을 이어가는 것은 이미 두 회사가 언론 분야에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의 베조스가 지금은 뉴욕타임스만한 영향력은 없지만 한때 미국의 양대 일간지로 꼽혔던 워싱턴포스트를 지난 2013년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이 이례적으로 윤리 경영 보도를 둘러싼 논쟁을 2개월여간 끌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뉴욕타임스의 지적 덕분인지 결과적으로 아마존의 영업방식에도 눈길을 끌 만한 변화가 있었다.

아마존은 이달 초 입사 1년 이상인 남녀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출산은 물론 입양을 했더라도 6주간의 유급휴직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잘나가는 기업들이 앞 다퉈 남성 육아휴직제를 도입하는 추세이지만 아마존의 이번 발표는 뉴욕타임스 보도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공교로운 통계가 하나 발표됐다.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인 디지데이가 최근 내놓은 통계를 보면 올해 10월 아마존의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순방문자 수가 6,690만 명으로 뉴욕타임스(6,580만 명)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워싱턴포스트의 올해 10월 순방문자 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9%나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아마존의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부터 디지털 부문을 대폭 강화한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앞으로도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간 눈에 띄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알력이 언제든지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강원
연합뉴스 미국 특파원


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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