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_ 경향신문 1981. 7. 22.



학교에 다니는 학생 시절 가장 간절히 바라던 시간을 꼽으라고 하면 방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등교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늦잠도 자고 마음껏 놀 수 있었으니까요. 신 나게 놀다가 문득 궁금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여름방학 때 뭐했을까?’ 말입니다. 


최근에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조카도 매일 놀 수 있다고 신이 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여름방학에 뭐 하고 보냈는지 묻습니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음표를 던져서 대답을 해주느라 곤혹을 치르는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른들의 방학이 참 궁금한 이야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의 궁금증은 여전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독다독에서 60~80년대 여름방학의 풍경과 다양한 추억이 가득한 이야기보따리를 꺼내봤습니다.




60~80년대에는 방학이 시작될 시기가 가까워져 오면, 얼굴빛이 유난히 어두워지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바로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었는데요. 부모님께서 성적표를 보시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앞에 선해서, 도저히 보여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방학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성적표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숨을 푹 쉬고 성적표를 들고 돌아가다가 좋은 점수를 맞아서 기분 좋게 들고 가는 아이들을 부러워했었습니다. 방학을 알리는 시작으로 늘 성적표가 함께 했었습니다.



출처_ 경향신문 1964. 7. 23.



성적표를 받는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학 동안에 어떻게 지낼지에 대한 시간표를 짜는 일도 했습니다. 욕심을 너무 지나치게 되면 빽빽한 일정으로 실천하기 어렵게 되곤 했습니다. 형제가 있다면 서로 세우는 시간표를 보면서 참고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간표를 만들었습니다. 필자의 경우 방학을 어떻게 보내겠다는 계획으로 시간표를 짰지만, 놀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서 시간표를 잘 지키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나태해지기 쉬운 아이들에게 어떻게 시간표를 짜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경향신문에서 기사(원문 보기)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출처_ 경향신문 1976. 12. 9.




필자에게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 할아버지 댁을 찾아갈 때가 많았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가득해도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는 논이며 밭을 뛰어다니면서, 메뚜기를 잡고 고구마도 캐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시원한 원두막에서 솔솔 불어오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밤중에 사촌들과 참외밭 서리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60~80년대 시골에서는 아이들의 서리가 웃고 넘어가는 유쾌한 일이었습니다. 동네에서는 다 먹고 빈 수박 껍질을 투구처럼 끈으로 매고 쓰고 다니는 친구도 있었죠. 모두가 자연 속에서 즐거웠던 아이들이 누렸던 행복입니다.


 

출처_ 경향신문 1978. 7. 24.



출처_ 경향신문 1973. 7. 14.



그 당시 방학이 되면 멀리 떨어져 지내던 친척 집으로 방문하는 것이 일종의 여행이었습니다. 고모, 삼촌이 계신 다른 지방으로 놀러 가는 일이라 어른도 설레고 아이도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방학이 오면 제일 먼저 고모 집으로 가자고 조르던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때론 친척 집에서 열흘에서 보름씩 혼자 지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친척 형, 누나들과 추억을 쌓고 친척 어른들과도 지내면서 예절을 익혔습니다. 


 

출처_ 경향신문 1988. 7. 13




신나게 자연을 만나고 즐겁게 보내다 보면 어느새 개학할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곤충 채집이라든가, ‘탐구생활’을 위해서 머리를 싸매야 했습니다. 탐구생활은 방학 동안 학교 공부 외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던 얇은 책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기록하도록 문제와 빈칸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사진을 붙여넣을 수 있고 수수깡으로 모형을 만들어서 붙여야 했습니다. 또한, 식물이나 동물을 채집해서 붙이기도 했습니다. 필자는 매미를 채집해서 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방학 동안에 밀렸던 숙제를 한꺼번에 하면 점점 다가오는 개학이 얼마나 야속하지 모릅니다. 게다가 매일 매일 써야 하는 일기가 방학하고 3일 쓰고 그 후부터 없을 때, 날짜를 세서 그만큼을 비워두고 일기를 거꾸로 써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처음으로 창작의 고통을 느꼈답니다. 써지지 않는 백지 위로 생각은 더욱 나지 않고 시간은 다가오는 압박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출처_ 경향신문 1987. 8. 13.




60~80년대에는 여름방학을 이렇게 보냈습니다. 추억을 쌓기 위해서 여행을 갔고 자연과 함께 보냈던 방학이 이제는 도심 속에서 워터파크를 가거나 어른들이 숙제를 대신 해주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방학은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다양성을 제공하는 시간이지 결과만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어른들의 모습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방학 숙제는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나 함께 가길 원하는 장소를 아이와 함께 찾아보고 추억을 통해서 방학을 더욱 값지게 보내도록 도와주면 어떨까요?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자연을 누리던 60~80년대의 방학처럼 아이들과 이번 여름을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네이버캐스트 옛날신문, '푸르른 나의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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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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