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차원의 차분한 비평 적어

이상헌 기자 shlee@kpf.or.kr

 미디어 담당기자들이 바쁘다. 지면은 미디어 관련 기사로 넘친다. 새 정부 취임 이후의 변화다.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 ‘KBS 정연주 사장 해임’ ‘YTN 구본홍 사장 취임’ 등 언론관련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면이 부족하다. 미디어 관련 기사가 종합면과 사회면에 등장한다. 1면 톱일 때도 많다. 미디어 관련 기사 수가 늘고, 지면이 변하고, 담당기자들이 늘었다.

매주 정기적으로 미디어면 운영
미디어 관련 기사과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별도 미디어면을 운영하는 신문은 모두 5개사다(<표1> 참조). 보통 주 1회 1개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관련 기사가 늘면서 오히려 미디어면이 사라지는 현상이 생긴다. 미디어면만으로는 늘어난 기사를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디어 관련 기사가 종합, 사회면, 정치면 등에 분산되어 실린다. 대신 미디어면은 따로 남기지 않아 미디어 관련 기사는 늘었지만 미디어면은 건너뛰는 경우다.



미디어면은 크게 경향‧한겨레와 국민‧서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경향과 한겨레는 미디어면을 담당하는 별도의 팀이 있다. 그러다보니 기사 수도 많고 분량이 크다. 내용도 심층적이다. 미디어 담당기자들이 미디어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과 서울의 경우 짧은 분량의 박스형 기사 위주다. 미디어 기사를 쓰는 담당기자들의 소속은 문화부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리고 두 유형 사이에 한국일보가 있다. 한국일보의 경우 문화부가 미디어면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호흡이 긴 심층기사와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가 섞어있다. 외부 언론학자가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는 ‘미디어 비평’도 연재한다.

아울러 미디어면이 아닌 방송이나 연예면을 통해 개별 TV 프로그램을 비평하기도 한다. 이 경우 넓은 범주에서 미디어 상호비평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경향과 한겨레는 주목받고 있는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비평을 매주 싣고 있다.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이 주로 다뤄진다. 그래서 저널리즘적인 비평이라기보다는 문화비평에 가깝다.

전담팀 구성, 미디어 담당기자 보충
미디어 관련 기사는 미디어팀이나 문화부 소속의 담당기자들이 주로 쓴다. 경향과 한겨레는 미디어팀을 따로 두고 있다. 특히 경향은 2002년도에 해체했던 전담팀을 부활시켰다. 경향의 미디어팀은 팀장 1명과 기자 2명으로 구성됐다. 미디어면을 막는 것만이 팀의 역할이 아니다. 미디어 관련 논의를 전체지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전사적인 의지가 있었다.

한겨레의 경우 미디어 관련 기사를 독립부서인 여론매체부가 담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문화부 내 미디어팀으로 축소됐다가 올해 3월 다시 편집국장석 여론‧미디어팀으로 독립했다. 논설위원실에 속한 여론팀과 문화부 미디어팀을 합쳐 독립 팀을 꾸린 것이다. 한겨레 역시 미디어 부분의 취재보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두 신문사뿐만 아니다. 미디어 전담 조직이 없는 언론사들은 미디어 담당기자를 보강하고 직제상 편집국장 직속으로 배치하는 등 미디어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별도 미디어 전담 부서가 없는 신문사의 경우 통상 문화부에서 1~2명의 기자를 ‘미디어 담당기자’로 지정해 미디어면을 꾸려왔다. 주로 방송담당 기자가 맡았다. 아니면 언론유관기관을 출입처로 갖고 있는 기자들이 미디어 담당 기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두 명이 최근 쏟아지는 미디어 관련 이슈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신문사들은 인원보강에 나섰다. 4~5명선으로 미디어 분야 취재 인원을 보강한 신문사가 많다. 또는 공식‧비공식의 특별조직을 구성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미디어 TF팀’을 활용하고 있다. 중앙일보 미디어TF팀은 문화스포츠부문 에디터를 팀장으로 한다. 그리고 정치부, 산업부, 문화부 기자 각각 1명씩이 참여한다. 정치부 기자가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산업부 기자가 통신을, 문화부 기자가 방송사와 문화부 산하 언론유관단체를 커버하면서 최근 미디어 관련 이슈들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조선과 동아)

단순히 관련 이슈 증가가 미디어 분야 보강으로 이어진 것일까? 미디어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미디어 관련 규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신문사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디어 분야에 대한 보강으로 이어졌다. 상호비평의 지형이 넓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미디어 경영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방송의 상호비평은 미디어포커스가 유일
방송의 경우 KBS의 미디어포커스가 유일한 상호비평의 공간이다. 한때는 KBS, MBC, EBS에서 각각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제작했었다(<표2> 참조). 하지만 모두 폐지된 상태다. 미디어포커스만이 매주 토요일 밤 9시 40분 A급 시간대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2003년 6월 28일 방송을 시작한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6월 25일 방송 5주년을 맞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미디어 포커스는 데스크 1명을 포함해 기자 8명이 맡고 있다. 여기에 작가 2명, 자료조사 2명, 행정 1명, 편집 담당 AD 3명이 제작에 참여한다. 촬영은 시사보도팀 소속의 촬영기자들이 담당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미디어 포커스 제작에만 전념하는 구조다. 미디어 포커스 기자 중 문화복지팀 소속 2명만 일반 TV 뉴스를 통해 미디어 관련 기사를 전한다.

미디어 포커스는 ‘이슈&비평’과 ‘미디어 속으로’란 고정 코너를 가지고 있다. ‘이슈&비평’은 현장취재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미디어와 관련된 이슈를 시청자에게 알기쉽게 전한다는 취지다. ‘미디어 속으로’에서는 심층보도와 특별 인터뷰, 연속 기획물을 배치해 미디어의 내면을 파헤친다. 1~2개 주제의 ‘이슈&비평’과 ‘미디어 속으로’를 포함해 통상 매주 2~4개 꼭지가 방송된다. 시청률은 x%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AGB 닐스 2008년 상반기 가구시청률)

미디어 관련 기사 넘치는 신문
방송의 미디어상호비평 공간은 줄어든 반면 신문지면에는 미디어 관련 기사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방송관련 이슈가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KBS 정연주 사장 해임' 'YTN 구본홍 사장 취임’ 등은 미디어 기사로만 끝나지 않는다. 정치, 사회부 기자도 방송과 미디어를 소재로 많은 양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면에 소개된 미디어 관련 기사들을 간단히 분석했다.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의 경향, 국민,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등 10개 종합일간지 한 달치 기사를 대상으로 했다. 여기서 ‘미디어, 언론, 신문, 방송’을 키워드로 1차로 관련 기사를 추렸다. 이중 미디어와 무관하거나 단순 프로그램 안내, 관련 인사동정 기사를 뺐다. 최종 880개 기사를 기사가 다루고 있는 대상을 기준으로 집계했다(<표3> 참조).

그 결과 방송을 소재로 한 기사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신문은 전체 관련기사의 반 이상을 방송에 관해 썼다. MBC의 PD수첩, KBS의 정연주 사장 해임, YTN의 새 사장 선임 건 등 모두가 방송관련 이슈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SBS 기획 ‘신의 길, 인간의 길’에 대해 국민과 세계는 많은 양의 기사를 실었다.

물론 방송 관련 기사들 중에는 저널리즘적인 상호비평 성격의 기사도 종종 눈에 띄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부분의 기사가 방송을 소재로 했지만 정치나 사회적인 관점에서 사건으로 다뤄졌다. 그래서 상호비평이라고 보기 어렵다. 역시 분류 항목 중 저널리즘 전반의 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미디어 비평을 집계한 ‘저널리즘’의 비율은 매우 낮았다.

미디어 상호비평과 관련해 또 한가지 특징이 보인다. 인터넷 저널리즘, 특히 포털 관련 기사가 늘었다. 전체 미디어 관련 기사의 1/3에 이른다. ‘다음 아고라’, 포털의 편집권 논란, 블로그의 영향력 증대 등과 관련한 기사가 지면 실렸다. 이는 인터넷 저널리즘과 포털의 언론 기능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향후 미디어 상호비평에 있어 온라인 저널리즘도 의미있게 다루질 징후로도 해석된다.

최고 이슈는 PD수첩
1차 분류에서 방송으로 구분된 기사들을 다시 소재별로 집계했다(<표4> 참조>). 그결과 ‘PD수첩’에 관한 기사가 모든 언론사에서 공통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진보지의 경우 유독 그 비율이 낮았다. 또한 종교와 관련한 별도지면을 갖고 있는 국민의 경우 SBS의 ‘신의 길, 인간의 길’ 관련 보도가 다른 신문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면 전형적인 미디어 상호비평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 저널리즘 전반에 대한 기사나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은 적었다. 그나마 독자적인 미디어면을 가지고 있는 신문사가 상대적으로 저널리즘적 상호비평에 충실했다. 역시 미디어면이 상호비평의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관련 기사의 양은 상황적으로 늘었지만 상호비평이 환경이 개선된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의 증가는 분석기간중 대부분의 미디어 관련 기사가 미디어비평의 차원에서보다 정치, 사회적 맥락에서 사건으로 다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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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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