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사 최초 모바일 호외 발행
김윤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차장

 모바일 신문이 종이 신문의 한계를 극복했다. 뉴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 월드컵 16강 소식을 독자들에게 신문 형태로 전달한 것이다. 조간신문은 마감시간을 아무리 늦춰도 보통 새벽 2시 전후까지 발생한 뉴스를 담을 수밖에 없다. 윤전기에서 인쇄를 하고 보급소까지 보낸 후 새벽 4시쯤 가정에 배달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강판시간에 쫓겨 새벽에 발생한 뉴스를 포기하게 된다. 물론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웹서비스인 닷컴 신문이 그 공백을 메워 주지만, 뉴스 밸류를 고려한 편집의 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상 첫 '원정 16강' 소식을 모바일 호외로

 이번 남아공 월드컵 신문의 뉴스 전달 생태계에서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미디어로서 스마트폰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계기였다.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밤 8시나 11시에 열리면 다음날 제작하는 신문에 반영할 수 있지만, 새벽 3시에 열릴 경우 뉴스 전달을 포기할 수 밖에 없았다.

 6월 23일 새벽 한국 축구대표팀이 나이지리아를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했을 때 전통적인 신문 제작방식으로는 독자들에게 한국축구의 승전보를 전해 줄 방법이 없었따. 하지만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는 세계 언론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신문 호외(號外)를 발행하였다. 물론 중앙일보는 4면으로 구성된 베를리너판 종이 신문 호외를 10만부 찍어 서울 47곳과 경기 3곳 등 총 50곳에 배포했다. 스포츠동아도 호외 4개 면을 6만부 발행, 서울 지역 40곳에 뿌렸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는 6월 23일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해 오전 5시 20분쯤 끝나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기 때문에 23일자 조간신문에 경기 결과를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편집국에선 "이길 경우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소식을 알리 위해 호외를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따. 반면 "스마트폰이 등장한 디지털 시대에 서울 시내 중심지 몇 곷에 뿌리는 신문 호외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교통정리는 방상훈 사장의 몫이었다. 방 사장은 "신문의 뉴미디어 시대를 선도하는 신문사답게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신문 호외'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손 안의 조선일보'를 배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따.

 6월 23일 새벽 3시 30분 조선일보 편집국. 평소 같으면 최종 마감이 끝나고 조선일보 모바일 신문 '스마트 페이퍼' 편집자들과 야근자 몇 명만 있을 고요한 공간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편집국에서는 붉은악마 기자들이 이리저리 뛰며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며 열심히 응원전을 펼쳤다. 5시 20분쯤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스포츠부·편집부·디지털뉴스부 기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출근 전인 오전 6시 30분까지 독자들에게 스마트폰 호외를 전송하려면 경기 종료 후 10분 안에 기사를 출고해야 했고, 다음으로 편집부가 10분 만에 종합 1면을 짜서 강판을 해야 하는 빠듯한 순간이었다. 종합 1면의  사진과 기사가 교체되고 "이젠 8강! 우루과이 나와라"는 제목과 함께 5시 40분 종이 신문 강판이 완료됐다.


6월 27일 오전 지하철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조선일보 스마트 페이퍼', 한국-우루과이전 호외를 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모바일 전용 호외 4페이지를 발행했다.

 경기 종료 70분 만에 모바일 호외 발행

 이제 마지막 작업은 스마트 페이퍼 편집팀의 몫이었다. 종합 1면의 기사를 스마트폰용으로 편집하고 10꼭지의 모바일 전용 기사를 종합 카테고리의 맨 앞에 배치한 후 드디어 강판! 6시 10분이었다. 서비스 시간인 6시 30분이 다가오자 편집자들은 긴장된 눈빛으로 아이폰을 꺼내고 '조선일보' 아이콘을 눌렀다. 잠시 후 면별보기에서 종합 1면이 선명하게 떠오르자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신문사 최초의 모바일 호외 탄생을 축하했다. 이날 발행된 모바일 호외는 2만 5,000여 명의 이용자가 다운로드 받았고 결국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27일 일요일자 우루과이전 호외로 이어졌다.

 나이지리아전 모바일 호외는 정상적으로 신문을 제작한 후 종합 1면에 경기 결과만 반영해서 발행한 부분 호외였지만, 우루과이전 호외는 종이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일요일 새벽에 제작한 모바일 전용 호외다. 우루과이전이 열린 6월 26일은 토요일로 일요일자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날이었다. 종이 신문처럼 4면 가량에 경기 결과와 더불어 심층분석, 인터뷰, 경기 스케치, 길거리 응원 등 다양한 기사를 담은 후 윤전기에서 인쇄는 하지 않고, 바로 모바일 전용 신문으로 만들어 27일 오후 5시에 배포했다.

 매일경제도 모바일 호외 신문 발행에는 적극적이었다. 나이지리아 전, 우루과이전에 이어 월드컵 4강전과 결승전까지 면별보기 형태의 호외를 발행,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3월 17일부터 조선일보과 아이폰과 옴니아 2등 스마트폰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트 페이퍼(smart paper)'는 세계 최초로 종이 신문의 지면을 그대로 휴대폰 화면에 보여준다. 즉 1면 톱 제목과 레이아웃이 손안의 휴대폰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휴대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책장 넘기듯 움직이면 마치 신문을 한장씩 넘기는 것처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또한 뉴스 속보 기능도 있어 실시간 뉴스를 제공한다. 조선일보 스마트 페이퍼 서비스는 종합·경제·섹션·면별보기·실시간 뉴스 등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조선일보의 면별보기는 3개월 무료 서비스를 끝내고, 조선일보 비구독자에게는 월 2,000원을 받는 유료서비스로 전환했다. 수익모델 창출에 나선 것이다. 7월 8일부터는 면별보기에서 광고를 터치하면 동영상·홈페이지·전화로 바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 '움직이는 광고' 혁명에 도전했다.

 휴대폰과 통신의 발전으로 모바일 신문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제 독자들은 아침에 배달되는 종이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들고 신문을 보게 될 것이다. 필자도 이미 그런 독자 중의 하나로 변신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간편하게 무료로 보고 있다. 물론 종이 신문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종이 대신 휴대폰으로 신문을 보는 독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의 남아공 월드컵 모바일 호외.

 수익모델 창출은 가시밭길

 새롭게 떠오르는 모바일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스마트 페이퍼 서비스를 하면서 항상 나 자신에게 던져 보는 질문이다. 결론은 현재까지는 쉽지 않다고 본다.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광고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닷컴 신문의 딜레마가 모바일 신문에도 똑같이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각 신문사들이 포털과 닷컴 신문에 공짜로 콘텐츠를 뿌리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에서만 유료화한다면 누가 돈 주고 보겠는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독자라면 사파리를 통해 포털에 들어가서 보든지, 신문사 닷컴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4인치 좁은 화면에 많은 광고를 노출시킬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광고주들도 새로운 미디어로 인정해 주고 광고비를 펑펑 지출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포털만 배부른 승자의 잔치를 했듯 모바일에서도 통신사와 구글·애플만 배부른 게임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신문사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손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수익모델 창출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편집을 개발하고, 뉴스를 보는 소비자의 행태를 분석하여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플랫폼에 맞는 뉴스 특화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종이 신문은 더 이상 파이가 커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바일 석간 발행할 수도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 준 모바일 호외처럼 운영의 묘미만 살린다면 종이 신문 호외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광고도 제대로 없는 종이 신문 호외를 발행한 신문달을 독자서비스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게임이었을 것이다. 반면 모바일 호외는 원가가 별로 들지 않아 약간의 광고만 붙는다면 경제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다. 조선일보의 우루과이전 호외에는 전면광고 1개와 5단광고 2개를 시범적으로 게재했는데 앞으로도 수익 모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모바일 호외는 일요일처럼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날이나 마감시간 이후에 발생한 주요 뉴스를 신문 지면과 똑같은 모습으로 발행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적인 미디어로 안착될 것으로 본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새벽까지 펼친 박빙 승부는 종이 신문에서는 게재할 수 없었지만 모바일 신문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수익모델만 있다면 조간신문에서는 모바일 석간신문을 발행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아이패드와 갤럭시탭(S패드) 등 태블릿 PC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다면 미디어 업계에서는 지각변동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Posted by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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