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서해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

박영철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2006년부터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단속 현장을 취재해 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해양경찰의 불법어로 단속에 대해 중국 어선들이 점차 과격화・집단화하며 대응하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속하던 해경 박경조 경위가 순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 10월 금어기가 끝난 EEZ 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단속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1박 2일간 목포해경 경비함을 찾았다. 그러나 물때가 맞지 않아 중국 어선들이 출어를 하지 않았고 물먹은 취재가 되고 말았다.


해경 헬기 타고 단독 동행 취재

이후 재차 해경에 확인하던 중 12월 들어 무허가 어선들이 집단으로 들어와 조업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2월 20일 해경의 중국 어선 집중 단속 기간을 맞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의 1,500톤급 이상 대형 함정 9척과 헬기까지 동원한 전방위 단속 계획을 입수했다. 20일 전남 목포항에서 출동하는 3,000톤급 경비함인 3009함에 승선하게 됐다. 그리고 오후에 합류한 해경 헬기로 신안 가거도 근해 EEZ 해역 순찰에 동행해 해상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허가받은 중국 어선 수십 척을 발견한 상태로 20일 상황은 마무리됐다.

그날 저녁 9시 뉴스는 지난 18일 전북 군산에서 단속 중인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의 충돌로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는 등 외교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21일 새벽 5시쯤 홍도 서쪽 26마일 해상에서 50여 척 이상의 무허가 중국 어선들이 집단 조업 중이라는 레이더 화면 분석 결과를 전해 들었다. 해가 뜨는 8시쯤 헬기로 상황을 확인하고 경비함 2척이 합동으로 단속한다는 계획을 들었다. 해경 헬기를 타고 기자로는 단독으로 동행했다. 공중에서 전체적인 중국 어선 분포상황과 무허가 여부 확인하고 전반적인 움직임을 지켜봤다.

 

3009함 함장과 헬기 기장의 무선 교신 내용을 옆에서 들을 수 있었다. 중국 어선 50여 척이 전부 무허가 어선이라 불법조업 현장을 잘 주시하고 있다며 강한 저항과 집단행동이 예상된다고 했다.

3009함과 1006함이 헬기에서 알려준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접근했다. 여기저기서 그물을 내리고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이 저공비행하는 헬기와 멀리서 다가오는 경비함의 모습을 확인하고 황급히 조업을 멈췄다. 그물을 올리고 갑자기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이동하는 어선들의 모습이 공중에서 확연히 보였다. 준비해 간 2대의 카메라로 밝아 오는 햇살 아래 흩어져 있던 중국 어선 수십 척의 모습을 먼저 담았다. 선회하는 헬기 아래 여기저기 흩어진 중국 어선들이 점차 속력을 올리며 한군데로 모이며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먼저 대열을 이룬 20여 척은 도주했다. 후미의 12척은 대형 운반선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대열을 이뤘다. 이웃 어선들과 결박하며 선원들은 쇠파이프와 흉기로 무장했다. 그리고 어선 가장자리에서 고속단정에 탑승한 해경의 단속을 막기 위해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경비함이 물대포로 진압하는 긴박한 순간들을 현장 상공을 선회하는 해경 헬기에서 2대의 카메라와 광각렌즈, 400㎜ 망원렌즈 등의 장비를 이용해 포착했다. 이어 더 멀리 떨어진 중국 어선 11척이 다시 밧줄로 묶어 해경의 단속에 대비하는 또 다른 상황도 기록했다. 2시간여 동안 중국 어선의 불법행위, 흉기로 무장하고 우리 해경의 단속에 대항하는 상황, 해경의 불법행위 단속에 집단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들을 헬기에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40여 장을 전송했다.

보도된 사진 20여 장 AFP에 제공

이후 보도된 사진 20여 장이 AFP 통신사에도 제공됐다. 중국의 집단 불법조업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갖게 하고 위법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중국의 포털 뉴스 사이트(텅쉰, 시나닷컴)와 홍콩의 원후이보, 펑황망 등 중국과 홍콩의 70여 개 사이트에 10여 장의 사진이 한국 해경 제공으로 실렸다. 하지만 한국 해경의 중국 어선 강경진압이란 요지로 사실이 왜곡돼 있었다.
중국 내 여론 조성 목적으로 중국 측에 퍼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일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 침몰 사건에 대해 한국 측의 피해 보상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한 중국의 강경한 어조를 급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루 만에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유화적인 태도를 이끌어 냈다.

한 장의 사진이 보여 주는 보도 사진의 역할과 사명감에 대해 현장을 취재한 사진기자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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