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서울신문 교열팀 차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

“현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대 받다”에는 붙여 써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초대 받다’이다. 여기서 ‘받다’는 앞의 ‘초대’라는 명사에 붙여야 하는 접미사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초대받다’는 하나의 단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받다’를 언제나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 오는 단어가 추상적일 때만 그렇다. 즉 ‘초대’처럼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키지 않는 단어가 앞에 올 때 ‘받다’는 접미사로 쓰인다. 이때 ‘받다’는 그 단어에 피동의 뜻을 더한다. ‘초대받다’는 자신이 하는 게 아니라 남에 의해 되는 것이다. 접미사로 쓰이는 ‘받다’는 이처럼 추상적인 명사 뒤에 붙어서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구실을 한다. 다음과 같은 예들에서도 그렇다.

‘벌받다’에서 ‘벌’, ‘훈련받다’에서 ‘훈련’, ‘허락받다’에서 ‘허락’, ‘사랑받다’에서 ‘사랑’, ‘건의받다’에서 ‘건의’ 등은 모두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다. 그래서 붙여 쓴다. 이외 ‘각광받다, 강요받다, 결재받다, 고통받다, 교육받다, 눈총받다, 미움받다, 버림받다, 설움받다, 오해받다, 주목받다, 지목받다, 축복받다’ 등도 있다. 이 말들은 당연히 중간에 조사를 넣어 ‘초대를 받다’, ‘사랑을 받다’, ‘벌을 받다’라고도 쓸 수 있다.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가 올 때는 동사 ‘받다’로 봐서 띄어 써야 한다. 예를 들어 ‘편지 받으니 즐겁다’, ‘꽃 받은 그녀’, ‘선물 받고 좋아하는 어린이들’에서 ‘편지/꽃/선물’은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킨다.

‘당하다’도 ‘받다’처럼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쓰일 때가 있다. “우리 제조업은 고부가가치•고기술 산업으로 재편성되도록 강요 당했다”에서 ‘강요 당했다’는 붙여 써야 한다. “총기 사고가 발생해 학생 2명이 부상 당했다”에서도 ‘당했다’는 붙여야 옳다. 다음과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거절당하다, 괴롭힘당하다, 놀림당하다, 무시당하다, 삼진당하다, 이용당하다, 재난당하다, 체포당하다, 태클당하다, 혹사당하다….’ 이처럼 ‘당하다’는 한자어에 붙어 원하지 않거나 이롭지 않은 일을 겪게 됨을 나타낸다. 이때의 쓰임이 접미사여서 붙여 쓰는 것이다.

‘받다’, ‘당하다’는 이렇듯 ‘되다’와 쓰임새가 같은 부분이 있다. ‘되다’가 동사 외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듯 말이다. 접미사 ‘되다’도 다음처럼 서술성을 가진 명사 뒤에 붙는다. ‘사용되다, 형성되다, 납치되다, 배치되다’처럼 붙여서 쓴다. ‘사람 되다’, ‘의사 되다’, ‘바보 되다’에서 ‘사람, 의사, 바보’ 등은 서술성을 지니지 않았다. 여기서 ‘되다’는 동사이기 때문에 띄어 쓴다. ‘드리다’도 붙여 써야 하는 상황이 있다. ‘용돈 드리는 대상은?’에서 ‘드리다’는 띄어 쓰지만 ‘인사드리다’에서 ‘드리다’는 붙여 써야 한다. ‘용돈 드리다’에서 ‘드리다’는 구체적인 사물을 윗사람에게 주는 행위를 뜻한다. 이럴 땐 동사로 봐서 띄어 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인사드리다’에서처럼 ‘드리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공손한 행위’의 뜻을 더한다. 그러면서 명사를 동사로 만드는 접미사 구실을 한다. 이럴 때 붙여 쓴다. “오늘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는 ‘감독님’에게 말씀을 공손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말씀드렸다’처럼 붙여 쓰는 게 원칙이다. 물론 중간에 조사를 넣어 ‘말씀을 드리다’처럼 쓸 수도 있다. ‘감사드리다, 공양드리다, 보고드리다, 불공드리다, 연락드리다, 제사드리다’ 등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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