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아카이브에 저장돼 있는 영상물이나 사진을 재사용할 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초상권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촬영 시 등장인물들이 동의하였던 주제와 다르게 상황에 따라 필요에 의해 영상물 또는 사진이 재사용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과정


프랑스 공영 방송 채널인 프랑스2(France2)가 새해 벽두부터 매우 창피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2010년 외부인이 아니라 자사에 소속된 기자에게 초상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는 것이 1월 초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초상권 침해 문제는 자사 직원들의 초상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점에서 명백히 프랑스2 채널이 잘못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히 초상권 침해 문제가 아닌 이민자, 소수민족, 유색인종을 함부로 다룬 민감한 문제로 바라보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9월 16일 프랑스2 채널의 저녁 8시 메인 뉴스에서 사회학자 위그 라그랑주의 신간 ‘문화 거부’(Le déni des cultures)를 소개하면서 책과 관계없이 이전에 찍어 놓은 영상을 사용했다. 이 영상에 등장한 프랑스2 채널의 기자가 자신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방송사가 영상을 사용한 것에 대해 소송을 건 것이다.


허락없이 영상물 게재

이에 대해 많은 사람과 언론들은 문제를 저널리즘 측면에서 초상권 침해에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고 있다. 특히 프랑스2 채널이 자사 직원이라고 해서 초상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허락도 없이 영상물을 게재한 것은 실수이고 경솔했다고 비판한다.

이 화면에 등장한 인물들 중 서인도제도 출신의 기술직 담당 직원 두 명은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고, 북아프리카 출신 기자 두 명 중 한 명은 편집부서에 일차적으로 ‘솔직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의 뉴스 보도국 티에리 튀이에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편집 실수를 인정하고 “저널리즘에 기반을 두고, 등장인물들이 자사 직원이지만 영상물 사용에 대해 허락과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고 사과를 하고 방송사 측에서 1,000유로(약 160만 원) 정도를 일종의 위로금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이 영상에 등장한 다른 기자 한 명은 이 위로금을 거절했고, 10월 14일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건 상태다.

기자노조(Syndicat national des journalists・CGT)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편집 기자가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더라도 이러한 초상권 침해에 대해 소홀한 것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색인종, 특정 소수민족
관련한 민감한 문제

여기까지 보면 단순히 이 문제를 초상권 침해 문제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프랑스 텔레비지옹에서 자사 직원들을 촬영한 화면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초상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정도의 해프닝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이면에 프랑스 내에서의 이민자, 유색인종, 소수민족 출신에 대한 민감한 문제와 맞물려 이에 대한 프랑스 전반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바라보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즉 프랑스2 채널의 메인 뉴스에서 자사 직원들을 촬영한 영상물 사용에 대해 기자가 소송을 건 것은 표면적으로는 초상권 침해 문제로 보이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소개된 책의 주제 때문인데, 저녁 메인 뉴스에서 소개된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프랑스 범죄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젊은이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이나 문화적 출신 배경이 범죄와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내용을 담은 책을 소개하면서 뉴스는 이 책의 저자와 정반대 생각을 가진 다른 사회학자의 입장과 더불어 학계, 관련 단체, 정치권의 반응도 함께 보도하는 등 나름대로 뉴스 보도의 균형은 맞추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 단지 북아프리카 출신 인물들이 등장하였다는 이유로 아무 상관없는 영상 화면을 등장인물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순식간에 화면에 등장한 자사 직원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로 둔갑한 것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이 영상 자료가 몇 달 전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뉴스 보도국 회의실을 촬영한 것인데, 프랑스 인구의 민족적 다양성에 관한 주제의 자료 화면으로 사용하기 위해 촬영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촬영 당시 이 영상물에 등장하는 직원들은 프랑스 국민들의 민족적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듣고 촬영에 동의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추어 사용되었던 영상 화면이 ‘부주의’하게 정반대의 주제에 재사용된 것이다.

해당 직원이 화면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의 얼굴을 자세히 알아보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자신의 얼굴이 프랑스 내에서 소수 특정 문화권 및 지역 출신으로서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라는 주제에 사용된 것에 대해 심적 불편함을 문제시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당사자는 이 문제에 대해 초상권 침해로 소송을 한 상태일 뿐 그 외에는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뉴스 보도와 영상 화면은 일회성 보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해외 프랑스어 채널인 ‘TV5 Monde’를 통해 재방송되고, 다시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되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에도 연결되어 퍼져 나갔다는 점 역시 해당 기자가 소송을 걸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논란만 일고 있는 이 사건은 시작이 그러했듯이 초상권 침해로 방송사가 기자에게 배상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특정 문화권이나 지역 출신에 대한 차별 혹은 무심함이라는 시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것 역시 언제나 사건을 부풀리고 논란을 키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그로 인해 이득을 얻는 사람들의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카이브에 저장돼 있는 영상물이나 사진을 재사용할 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초상권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촬영 시 등장인물들이 동의하였던 주제와 다르게 상황에 따라 필요에 의해 영상물 또는 사진이 재사용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프랑스2 채널의 소송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내에서도 신문이나 방송에서의 영상물, 사진 재사용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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