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를 가다’

이병주 국민일보 기자



“너, 스쿠버 할 줄 알아? 해 본 적 있어?”
처음 해녀학교를 사진 기획으로 취재하겠다는 말에 데스크가 처음 한 말이다.
“스쿠버까지 할 필요 있나요? 숨 좀 참고 찍으면 되겠죠.”
“카메라는?” 부장의 말에 “방수팩 있잖아요.”

이렇게 쉽게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점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태풍으로 인해 김포공항에서 아쉽게 되돌아가야 했고, 극성수기로 인해 두세 배나 비싼 렌터카와 숙박비, 만석이 된 항공기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에만 수업을 하는 관계로 결국 두 번의 취재로 사진 기획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쉽게 생각했던 수중촬영이 해녀 교육생과 녹조로 인해 쉽지 않았다. 아직 잠수가 서투른 해녀 교육생과 얕은 수심으로 조금만 물질을 해도 바닷물이 혼탁해져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또한 방수팩으로 찍은 사진은 화질이 좋지 않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군대에서 잠시 배웠던 스쿠버를 해야 했고 선배가 가지고 있던 수중 카메라를 대여해야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쉽게 생각했던 걸 조금씩 후회하며 마음을 고쳐 잡게 됐다.

하지만 오랜만에 해 보는 스쿠버와 처음 해 보는 수중촬영으로 잦은 실수를 범하게 됐다. 너무 작은 웨이트(잠수하기 위해 허리에 차는 납덩어리)로 인해물에 가라앉지 않아 고생을 해야 했고, 플래시나 조명 없이 자연광으로만 촬영해도 된다는 친절한 선배(?)의 조언으로 수중촬영 대부분이 실루엣(역광) 촬영이 되고 말았다.

한수풀 해녀학교는 전국 유일의 해녀 양성 학교로 제주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2007년 설립돼 올해로 4년째 운영되고 있다. 해녀들의 삶터였던 제주시 한림읍 귀덕 2리 포구 앞바다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뭍사람과 도민들이 참여하는 해녀교실로 변해 있었다. 앳된 모습의 여성은 물론 남성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해녀 할머니들이 강사로 나서 전통 방식으로 물안경에 쑥을 비벼 습기가 차는 것을 막고, 숨비소리(해녀 특유의 숨 쉬는 방법)를 “후~이익, 후~이익”내며 무자맥질을 보여 주자 이내 교육생들이 따라했다. 아직 바닷물이 낯선 제자들은 애를 먹기 마련이지만 표정들은 한결같이 밝았다.

한 교육생이 보말(소라의 제주도 사투리) 잡이에 신이 났다. 한쪽에선 성게를 건지기도 하고 잡은 문어를 포구 앞 불턱(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와 불을 피우는 곳)에서 바로 삶기도 했다.
해녀 시어머니와 어촌계의 부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3명의 며느리들은 특별히 집중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전통적인 방식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해녀학교 입학을 선택한 것이다. 이 밖에도 매주 경기도 부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애완견 미용사, 아이들을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해녀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해녀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 해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촌계와 해녀회에서 승낙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특유의 텃세로 인해 외지 사람이 제주에서 해녀가 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이들이 무엇 때문에 해녀학교를 다니는지 궁금했다. 특히나 육지 사람들은 매번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 등 졸업하는데 약 7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데 말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이들이 머리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말처럼.“우주 돌멩이가 대뇌 변형계의 편도핵에 콕 박혀 버렸다고.” 이들은 졸업 후에도 동호회를 결성해 해녀들을 위한 봉사활동 등 다양한 일들을 한다. 고령화되고 바닷속 자원이 고갈되며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해녀들.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 줬던 그녀들의 삶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해녀학교를 통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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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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