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류’ 케이팝의 문화·경제적 의미와 지속 가능성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류는 1997년 중국에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이후부터 3단계에 걸쳐 발전했다.

제1단계는 한류 생성기로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한류 콘텐츠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여 강한 인상을 주었던 시기이다.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지 못했던 드라마와 댄스음악을 중심으로한 한국 음악이 중국·대만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제2단계는 한류 심화기로서 2000년 초기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한류 드라마가 크게 부각된 시기이다. 2단계 초반인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1단계의 붐을 이어받지 못하고 침체 국면이었으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한류 붐은 다시 이어졌다. 겨울연가는 일본 중년 여성층에게 젊은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배용준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겨울연가 이후 ‘대장금’이 전 세계로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면 대장금은 중국, 홍콩,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이들 국가에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류 붐을 글로벌로 격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3단계 한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인데 케이팝(K-POP)이 중심이다.1) 3단계에서는 동남아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부각된 후 일본에 동방신기와 걸그룹이 진출해 일본 팬들의 인기를 압도적으로 차지했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신한류라 명명하면서 한국 걸그룹의 활동을 분석적으로 보도했다. 케이팝은 일본에 이어 유럽에 진출했다. 프랑스에서는 케이팝 가수의 공연을 보고자 하는 팬들이 모여 플래시몹 시위를 하는가하면 남미에서는 커버 공연을 통해 케이팝 따라 부르기 대회가 열렸다. 또한 3단계에서는 한국 음식,화장품, 한글 등 한스타일과 같은 한국 문화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류의 외연을 한층 확장시킨 시기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 타고 유럽·남미도 강타

이와 같이 신한류가 한류 3기를 이어 가면서 문화자존심이라고 하는 프랑스와 거리적으로 먼 남미에서까지 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 때문이다.

첫째, 유튜브·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해 저렴한 비용으로 케이팝 스타들의 전 세계 홍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한 가수를 외국에 정식 데뷔시키려면 큰 비용이 소요됐지만 온라인 홍보는 빠르고 큰 효과를 내면서도 적은 비용이 들었다. 더구나 페이스북·유튜브에서 해외 팬들이 케이팝 가수의 미국·캐나다 등 해외 앨범 데뷔 서명운동, MV 조회 수 늘리기 등 직접적으로 서포팅 활동을 하면서 마케팅 비용 없이도 전 세계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획사에서는 유튜브 등 SNS를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프로모션을 먼저 하고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에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둘째, 케이팝의 종합적 매력도가 높아졌다. 외모,댄스, 패션까지 종합적으로 높아진 콘텐츠의 매력도로 케이팝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해외에서는 군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음악 스타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희소성의 매력도가 있고, 댄스음악 중심의 케이팝은 발라드처럼 가사를 집중해서 들을 필요가 없으며 리듬으로 이루어진 노래이기에 언어적 장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가수로서의 기본기를 교육하는 맞춤형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다. SM 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먼저 도입한 이 시스템은 가수 양성에 필요한 경비를 매니지먼트사가 제공하고 노래, 안무, 외국어 등 맞춤 교육을 통해 연습생 기간을 거쳐 가수로 양성시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수 양성 시스템이다. 해마다 1만 명 정도가 지원하는데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후, 각자가 가진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친다.

넷째, 철저한 현지화이다. 케이팝을 제작할 때 현지 작곡가나 프로듀서와의 제휴로 현지 팬들의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 봐’는 유럽, F(x)의 ‘츄’는 스웨덴, 동방신기의 ‘주문’은 덴마크 팀과 같이 작업했다. 외국 출신 가수를 그룹의 구성원으로 발탁하는 것도 외국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 중 하나다. F(x)의 빅토리아는 중국 칭타오의 고전무용수 출신이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중국과 대만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표>.

과거 한류는 문화적 장벽이라는 커다란 벽에 의해 아시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케이팝 중심의 신한류로 들어서면서 문화적 장벽이 그 의미를 상실했고 한류는 유럽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번 신한류 열풍은 해외에서 먼저 한류 콘텐츠의 수요가 나타난 이후에 가수나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형태로서 풀(pull)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케이팝이 미국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에 우리 기업이 먼저 진출하는 푸시(push)형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패니메이션과 영국의 팝이 미국에 진출할 때에도, 한국 드라마 한류가 처음 나타날 때에도 모두 풀형 해외 진출이었고, 따라서 성공했다.


맞춤형 아이돌 양성 시스템과 현지화

한류는 문화 현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경제나 국가브랜드로 연결된다. 한류는 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고, 이로 인한 경제효과를 수반한다.2)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범주화하면 첫째, 문화 콘텐츠 수출 효과이다. 한류가 형성되면 한류의 원천인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출이 증가한다. 사실 한류는 대중문화 상품의 수출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 산업의 수출 규모가 바로 한류의 크기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신한류 붐으로 음악 기획사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이익과 주가가 상승한 예도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둘째, 한류가 확산되면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와 관련된 상품 및 부가 상품의 수출도 크게 증가한다. 가수의 CF 출연,각종 이벤트에 따른 수입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케이팝의 일본 진출로 CD 판매에서 얻은 수익보다 이벤트, CF 등으로 얻은 수익이 훨씬 크다. 셋째, 한류의 촬영지나 한류의 고향인 한국을 관광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한다. ‘겨울연가’촬영지인 남이섬에 일본 한류 관광객이 방문하고, 케이팝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해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넷째, 한국 상품에 가수를 포함한 한국 스타들이 광고 CF,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수출을 확대시키는 한류 마케팅 효과이다. 영화나 드라마 영상에 기업 제품을 노출시켜 광고하는 PPL 광고도 한류의 마케팅 효과 중 하나다. 다섯째, 한류 이미지를 활용해 일반 상품의 수출을 확대시킨다. 한류로 인해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 한국 상품을 거부감 없이 구매하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효과이다.

예를 들어 미모의 한국 스타 가수를 보고 화장품,성형,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화장품 수출이 43%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화장품 자체의 높은 경쟁력뿐만 아니라 한류의 인기에 편승한 측면도 있다.

여섯째, 한류를 감상하기 위해 한류 콘텐츠의 언어인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한류 콘텐츠를 한국어 교재로 사용하는 한글 효과이다. 과거 우리가 미국의 드라마나 팝송을 영어 교재로 활용했던 것과 비슷하다. 일곱째, 한류나 한류스타가 외교관 역할을 하는 외교 효과이다. 외국의 한 외교관이 “한국 외교관 몇 명이 수년간에 걸쳐 거둔 외교적 성과보다 한류 콘텐츠 하나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한 말도 한류의 외교 효과를 대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류의 형성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국가브랜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한류로 한국에 대한 인식과 호감도가 높아지고 한국 자체를 좋아하게 돼 한류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류 편승 화장품 수출만 43% 급증

한류가 지속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 왔다.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한류 3기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한류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신한류는 몇 가지 점에서 한류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

첫째, 장르상으로 한류의 포트폴리오적인 지속가능성이다. 영화, 온라인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드라마, 음악 등의 한류 콘텐츠 중에서 어느 하나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가 시들해지면 다른 분야의 콘텐츠가 나와서 한류 붐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신한류도 드라마에 이어 케이팝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장르상으로 한류의 순환적 지속성을 보여 주고 있다. 둘째, 한류 콘텐츠의 지역적인 확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와 일본에서의 한류 붐은 문화 및 정서적인 유사성과 지리적인 근접성에 기인한것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타 문화가 감히 넘볼 수 없었던 문화적 장벽이 높은 지역이었다. 즉 유럽은 문화적·지리적 근접성과는 너무 먼, 우리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신한류는 이러한 장벽을 넘은 지역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 줬다. 셋째, SNS와 같은 신규 미디어와 소셜커뮤니티 형성으로 오프라인상의 해외 홍보와 유통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적은 비용으로도 한류의 동시적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한류의 확산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이는 우리와같은 세계 변방에 있는 문화가 전 세계 문화 본류에 접근하는 데 과거보다 훨씬 유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저작권 보호 강화해야

그러나 여전히 신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가로막는 복병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복병을 꾸준히 관리하고 제거하지 않으면 신한류, 나아가 한류는 지속되기 어렵다.

신한류 지속의 선결조건으로는 첫째, 음악 콘텐츠의 경쟁력 향상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좋은 물건은 잘 팔린다는 점을 명기할 필요가 있다. 다른 상품은 경쟁력이 낮다면 가격을 낮추어 박리다매를 하면 되지만 음악에는 저가격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저가격이라도 좋은 음악이 아니면 오히려 스트레스다. 둘째, 신반한류를 경계해야 한다. 한류 붐과 반한류는 비례한다. 한류 붐이 높아지면 반한류도 높아진다. 반한류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국가마다 반한류 관리도달라져야 한다. 특히 문화적 자존심이 강하거나 자기 문화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국가로의 한류 진출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셋째, 미국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곳은 미국이다.

그 자체 시장 규모가 거대할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는 세계 시장의 평정을 의미한다. 미국시장은 실력 있는 가수만이 살아남는 지역이다. 미국에 진출하려면 춤과 외모 등 외양적 요소와 함께 최고 수준의 가창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한국의 팬이 생겨날 것이고 그 층이 두터워졌을 때 푸시가 아닌 풀형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넷째, 한류를 일방적인 문화 침투가 아닌 상호호혜적인 문화 교류로 접근해야 한다. 해외의 문화도 국내에 유입해 쌍방적인 문화 교류를 통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쌍방적 문화 교류는 해외의 문화와 융합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용광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섯째, 한류 콘텐츠에 대한 해외 저작권 보호강화이다. 해외 불법유통 현황에 대해 코트라·문화원 등 해외 조직을 활용, 신고를 받거나 자체 조사를 통해 불법유통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대국과 상호 간 불법복제
방지 노력 등 협조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주>
1) 2010년 한류지수를 보면 음악 한류의 지수가 가장 높아 한류 3기에서는 케이팝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미국의 팝은 팝문화를 따라 하는 트렌드 산업·관광 산업을 낳았으며, 팝음악 자체가 미국을 보여 주고 대표하는 매개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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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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