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편집인포럼(WEF)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신문 발행을 넘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제63회 세계신문협회(WAN)총회와 제18회 세계편집인포럼(World Editors Forum)이 2011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 TV가 화두인 시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대세인 시대에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한 신문산업과 저널리즘의 발전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로서는 의미 있었다. 그러나 ‘신문 발행에서 다음 단계’로 가는 확실한 전략과 답을 찾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 또한 너무나도 분명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신문산업 위기 극복 전략에 초점

세계편집인포럼에서는 11개의 세션이 열렸고, 그중 3개 세션은 세계신문협회총회와 공동 세션으로 구성됐다. 포럼을 관통하는 두 개의 흐름 중 하나는 혁신, 통합, 유료화, 소셜 미디어 활용, 뉴스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이 신문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른 하나는 최근에 신문사들이 직면한 저널리즘의 문제, 예를 들면 혁명기의 저널리즘 역할이나 위키리크스 이후 전통적인 신문의 취재 시스템, 신문 콘텐츠 차별화, 미디어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과 저널리즘 윤리를 지키면서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간의 딜레마를 어떻게 균형 있게 극복 할 것인가 등 저널리즘의 질적 수월성을 위한 고민과 통찰에 관한 내용이었다.

‘월드 프레스 트렌드(World Press Trend)’는 해마다 세계신문협회가 발표하는 자료로 신문산업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지표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 세계 신문산업의 현황이 미디어 소비, 발행부수와 신문 수, 구독률, 광고수익 등 여러 가지 수치로 발표됐다. 수치들이 보여 주는 현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확인해 온 바대로, 신문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디어 소비 행태는 국가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를 통한 미디어
소비는 절대적인 이용량 자체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이후 세계 신문광고 지속 감소

GDP 대비 광고비, 신문광고를 대비해 본 결과는 광고 자체가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한데 경기가 안 좋아질 때 광고는 GDP 하락폭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신문광고는 전체 광고비가 떨어지는 폭보다 더 크게 변동한다는 것을 지난 십여 년의 데이터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한동안 반짝 증가하는 듯 보였던 발행부수는 2008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럽, 북미 지역에서 발행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1년간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의 발행부수성장세도 지난 5년간과 비교해 볼 때 감소했다. 남미와 아시아 지역에서는 새로운 신문의 발행에 힘입어 유료 일간신문이 전년 대비 200여 개 이상 증가했다.

신문 열독률은 일부 국가에서 부러우리만치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아이슬란드 96%, 일본 92%, 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 82%, 핀란드 80% 등으로 열독률이 높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이외에 홍콩 80%, 싱가포르 78%로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광고가 모든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률을 보이는 데 반해(남미 31%, 아시아 22%, 유럽 14%, 북미13% 성장) 신문광고는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만 각각 전년 대비 6%, 3% 증가했고, 북미는 9%, 유럽은 1% 감소해 신문산업의 어려움을 보여 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신문광고는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2006년 신문광고 시장 규모는 12억 7,000만 달러에서 2010년에는 9억 7,000만 달러로 떨어졌고, 2013년에는 9억 3,000만 달러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해마다 신문산업의 건재를 애써 강변해 왔던 세계신문협회도 이제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신문의 증가를 가지고 신문산업을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고, 신문산업의 현주소를 담담히 소개했다. 그래서 올해 세계신문협회와 세계편집인포럼의 테마는 ‘신문 발행 넘어 다음’을 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듯했다.

세계편집인포럼에서는 다양한 신문사의 혁신사례, 크고 작은 실험들이 소개됐다. 포럼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발표 내용은 아이패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World Newspaper Week’로 제공되었고, 포럼에 참가한 언론인들은 트위터(@newspaperworld #wef11, @newspaperworld#wnc11)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개진하며 서로 소통했다. 뉴스콘텐츠 유료화, 통합뉴스룸,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활용, 독자들과의 상호작용, 태블릿 PC의 애플리케이션 등 신문사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과 관련된 내용에 특히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신문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 시도

뉴스 콘텐츠 유료화: 익히 알려진 뉴욕타임스의 사례 외에도 슬로바키아(SME), 독일(Berliner Morgenpost)의 사례들이 발표됐다. 이들 신문의 공통점은 신문의 정기구독자들에게는 무료이고(로열티에 대한 보상), 디지털 이용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온라인 뉴스 가격은 종이신문 구독료보다는 좀 낮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신문사와 독자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인지, 왜 유료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문사는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는 발표 내용은 유료화를 고민하는 언론사들이 새겨들을 만한 지적이다.

사람들은 품격 있는 저널리즘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유료화의 전제는 품격 있는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이들 발표의 결론이다.

통합 뉴스룸: 콜롬비아, 핀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서로 다른 미디어 환경과 신문산업구조를 가진 국가의 신문사들이 다양한 통합뉴스룸 사례를 발표했다. 종이신문에서 인터넷, 방송에 이르기까지 완전 통합을 이룬 신문에서부터 종이신문과 온라인을 분리 운영하는 신문, 중간 정도의 통합을 이룬 신문 등 다양한 모델이 소개됐다.

콜롬비아의 엘티엠포(El Tiempo)는 복수 매체들의 뉴스룸을 통합하고 모든 콘텐츠를 12개 보유 매체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의 헬싱긴사노마(Helsingin Sanomat)는 신문, 인터넷, 모바일, 라디오 뉴스룸을 통합했는데, 전체 인원 260명 중 온라인 전담 1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온·오프라인 모두를 동시 담당하고 있다. 뉴스룸 통합은 곧 멀티태스킹을 의미하므로 기자들이 뉴스룸 통합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아직도 종이신문만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에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뉴스룸 통합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은 에디터들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공간구조(예를 들어 방사형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통을 위한 공간역학은 통합뉴스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반면 통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신문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지역신문 포랄베르거 나흐리히텐(Vorarlberger
Nachrichten)은 신문과 온라인은 전혀 다른 ‘종(鍾)’이고, 독자들은 내용과 형식이 다른 두 매체를 통해 서로 다른 종류의 경험을 하게되므로 통합하지 않고 분리된 브랜드로 분리된 뉴
스룸을 각기 운영하며 서로의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아이패드의 등장이 신문산업의 구세주처럼 인식되기도 했지만 태블릿 PC가 제공하는 ‘신문’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 가르시아 미디어의 CEO 마리오가르시아는 태블릿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신문의 온라인판이 아니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성공적인 태블릿 앱은 신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항해하기 쉬워야 한다. 우리의 눈과 손가락과 뇌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이 요구되며 즐겁고 흥미로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하고, 깨끗하고 분명해야(Simple, Clean and Clear)’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독자와의 상호작용/소셜 미디어의 활용: 트위터, 페이스북, 크라우드소싱에 이르기까지 독자와 온라인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신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커뮤니티와 소통해야 한다.

미국 저널레지스터(Journal Resister)의 짐 바디는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하나는 적극적 관여로 오픈 뉴스룸을 이용한 독자와의 대화나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 독자들과 함께하는 활동이다. 독자와 함께 기사를 만든다거나 독자의 입장에서 이미 나온 기사에서 빠진 내용에 대한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극적 관여로 독자 제보, 독자와 정보교환 채널을 공유하는 것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매일 100만 명 이상에게 트위트하며 80만 명 이상의 페이스북 친구를 가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참여 증가와 함께 한 달 만에 페이지뷰가 6배 늘었고, 이와 병행해 인쇄매체의 구독 역시 증가하고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은 제살 깎기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유입이 온라인 트래픽을 증가시키고, 오프라인 독자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 나은 스토리텔링, 좀 더 관여적인 독자, 보다 효율적인 시장을 위해 소셜 미디어의 활용이 요구된다.

2011년 스웨덴 신문상을 수상한 노란(Norran)의 아네테 노바크는 독자와 대화하지 않으면 독자와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독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예단해 신문을 제작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으며,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자의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아이디어, 혁신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종이신문의 혁신: 디지털에 몰리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수익의 대부분은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러한 수익의 근본이 되는 독자 수를 유지하고 증가시키기 위해 종이신문의 혁신은 필요하다. 포럼에서 발표된 다양한 혁신 중에는 오스트리아의 어린이 신문 클라이네 킨데르차이퉁(Kleine Kinderzeitung), 인도네시아의 청년층을 위한 신문 자와 포스(Jawa Pos)의 사례가 흥미롭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어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타 국가에 비해 매우 낮게 나오자 그에 대한 우려에서 6세에서 11세 연령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신문을 만들게 됐다. 정치, 동물, 스포츠, 오락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며 독자와 전문가들에 의해 기사 품질이 체크된다. 어린이들에게 어렵거나 생소한 정치는 ‘독재자란 무엇인가’와 같은 기사로 제공된다. 종이신문의 중요성을 알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온라인판은 만들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자와 포스는 청년 독자층 확보 2011년 올해의 세계청년독자상(World Young Reader Prize)을 수상한 신문이다. 30세 이하 신문 독자의 50% 이상이 자와 포스를 주목한다. 독자수에서도 인도네시아 최대 신문으로 성장한 이 신문은 젊은 독자와의 긴밀한 스킨십을 강조한다. 신문의 내용도 청소년, 여성, 사이클링, 젊은 가족(젊은가족이 200달러를 가지고 쇼핑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청소년 섹션은 기자, 디자이너, 사진 기자, 편집자 등의 평균 연령이 모두 20대로 독자의 눈높이에서 제작한다.

품격 있는 저널리즘: 새로운 플랫폼들의 경쟁과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신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어떤 콘텐츠에 집중해야 하는가. 오스트리아의 데어스탄다르트(Der Standard)는 코멘트와 분석 기사가 강한 신문이다. 불확실한 시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잡아 주는 배경 설명, 자세한 분석과 그래픽, 전문가 조언이 담긴 기획 기사는 이슈적인 차원에서나 경제적인 차원 모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신문이 속보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스(The Straits Times) 역시 속도보다 내용과 분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단순한 속보가 아닌 신문의 신뢰도와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원한다는 것이다. 포럼에서는 기자들의 페이스북 활용,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와 관련된 게임을 만들어 주는 흥미로운 소프트웨어인 카투니스트라는 뉴스 게임(News game)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저널리즘의 질과 뉴스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좋은 저널리즘의 왕도는 ‘스토리’

‘신문 발행, 다음 단계로의 도약’은 이미 시작됐다. 그 도약이 성공적일지, 또 다른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지 결론은 열려 있다. 종이를 넘어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에서 신문의 지평을 어떻게 확장해 갈 것인지, 미디어 이용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변하는 기호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독자 친화적이고 소셜한 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새로운 수익 모델은 어떻게 정립할 수 있는지, 크고 작은 혁신의 시도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여전히 개별 신문사들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신문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혁신에 대한 두려움, 혁신에 소요되는 비용과 혁신의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세계편집인포럼에서 소개된 사례들이 변화와 혁신이라는 숙제를 풀어가는 작은 실마리가 돼 주길 기대한다.

스마트 시대에 길을 묻는 신문산업과 신문산업에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답과 전략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성찰이다. 제이콥 매튜 세계신문협회 회장의 개회사 키워드는 언론의 신뢰성과 윤리였다. 한스 가서 오스트리아 신문협회 회장은 종이신문에서 확장해 가는 모든 플랫폼에 퀄리티 저널리즘이 실현돼야 함을 강조했다.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에 대한 다양한 질문도 쏟아졌다. 그에 대한 답으로 나온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새로운 뉴스 생태계에서는 스토리 퍼스트(story first)여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언제나 스토리가 왕이라는, 좋은 저널리스트는 좋은 이야기꾼이라는 평범한 진리는 디지털 격랑의 시대에 신문이 새겨야 할 신문의 무기이자 신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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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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