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박진우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매년 10월이면 국내 언론학 분야의 최대 학술행사인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언론학자들에게 이 행사는 한국 언론과 언론학의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 의제를 제기하는, 연구자들 전체의 연례 모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더불어 그것은 차기 학회장 선거와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 단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15일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된 정기학술대회 역시 참가자 모두에게 대단히 뜻깊은 행사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 폭발적 관심

이날 행사는 외면적으로 보기에도 큰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복수의 후보가 차기 학회장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행사장 곳곳에서 선거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선거에 약 1천 명의 학회 회원 가운데 700여 명이 투표하는, 사상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연인원 500명 이상의 회원이 직접 연세대학교 행사장을 방문함으로써 이번 선거에 쏠린 학계의 관심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켰다.

하지만 학술대회의 본질은 결국 한 해 동안의 다양한 연구 성과물과 새롭게 제기된 지적 의제들을 둘러싼 연구자들 간의 뜨거운 토론 과정일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저널리즘과 국제 커뮤니케이션, 문화 연구와 언론사 연구에서부터 종편 채널 및 스마트 미디어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언론학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연구 성과들이 적지 않게 발표됐다.

총 29개 세션(특별 세션 2개 포함)에서 발표된 63편의 논문, 그리고 4개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의모든 내용을 다 소개하기는 힘들다. 여기서는 그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번 학술대회의 성과를 간략히 가늠해 보고자한다.

해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연구 주제가 관심을 끌기 마련이지만, 올해 행사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은 체계적인 형태로 주제를 발굴하기 위한 기획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주제 영역별로는 인터넷, 스마트 미디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사회적 상호 작용의 양상들을 학문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둘러싼 연구 성과물들이 두드러졌다.


외면받던 미디어 교육·철학 등도 주목

이는 최근 언론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주제 및 탐구 대상의 세분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연구의 깊이가 훨씬 심화됐음을 또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학술대회의 기획 세션은 현 단계 한국언론과 언론학이 처한 과제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학술대회의 기획 세션은 과거보다 외형상으로는 줄었다. ‘종편 출범과 지상파 민영방송의 역할과 과제’, ‘스마트 플랫폼 환경의 영상 미디어 경쟁과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주제만 다루어 졌다. 양자는 결국 스마트 미디어 확산에 따른 미디어 산업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여전히 지속되어야 할 토론 의제들이었다. 이미 스마트 플랫폼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양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종편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점검할 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음을 이들 세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획 세션 외에도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격차’(황유선 재단 연구위원), ‘소셜 미디어와 저널리즘 실천의 결합 양상들’(네트워크 저널리즘, 트위터 및 SNS 활용의 사례)에 대한 탐색 연구들이 폭넓게 소개됐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의 도래는 수많은 언론학자들이 주목하고 우리 눈앞의 변화하는 현실이라는 점을 이번 행사는 그대로 보여 줬다.

동시에 미디어 교육, 환경, 노인(고령화 사회), 언론사, 그리고 미디어 철학 및 사상 분야에서의 새로운 논의들이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그동안 언론학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외면’받아 왔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미래의 연구 분야라 하겠다.

올해 ‘과학보건환경위험 커뮤니케이션’으로 명칭을 변경한 분과 세션에서는 방폐장, 원자력 발전소,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한 국내 미디어 보도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진단함으로써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언론의 위험 보도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학문적으로 보여 주었다. ‘커뮤니케이션 역사’ 분과의 발표문들 역시 식민지 시기 및 제1공화국 시기를 대상으로 한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물들이었다. 새롭게 출범한 ‘커뮤니케이션 철학과 사상’ 분과의 발표 및라운드테이블 역시 관심 있는 연구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대목은 바로 한국 언론의 새로운 미래상을 담은 탐색적인 연구들이었다. 일례로 ‘국제 커뮤니케이션’ 분과에서는 국내외의 비영리 저널리즘 모델을 주제로 한 세 편의 탐색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새로운 공공 저널리즘 모색

광고에 의존한 수익 모델이 없이도 지역 사회와 수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심층 탐사보도를 행할 수 있는 언론사의 생존이 가능할까?

이날 김성해(대구대)·이정훈(대진대) 교수가 공동 발표한 ‘비영리 언론 모델의 한국적 적용 가능성에 대한 탐색 연구’라는 논문은 지난 2007년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이후 미국 비영리 언론 모델의 성과를 다루었다.

이들의 특징은 비영리 재단들의 지원을 핵심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자본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공익재단, 독지가, 소액 기부자들의 역할을 강조했고, 회사 운영을 통해 생겨나는 수익은 주주 분배가 아닌 뉴스 품질 개선 및 편집국 인력 충원에만 사용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수익 구조가 곧 보도의 퀄리티 측면에서 기존 언론과는 차별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지역 사회의 주요 이슈들(국제, 교육, 빈곤, 범죄, 환경 등)에 대한 탐사 보도를 활성화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공공 저널리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모델은 국내 일부 지역 언론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그것의 전면적 현실화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선이 높은 편이다. 국내 현실에서 ‘프레스펀드’와 같은 공익적 자금의 조성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 장치는 여전히 미미하며, 더불어 뉴스 소비자들이 과연 이러한 콘텐츠에 자기 돈을 투자할 것인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저널리즘의 품질 강화를 통한 경영 위기 극복의 활로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심화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네트워크 저널리즘 사례’ 발표 등 주목

더불어 한국 언론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도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이루어졌다.

국내 신문 산업의 임금 실태에 대한 비교 분석(주은수, 미디어경영연구소),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공익성 탐구(김위근·박진우, 재단 연구위원), 한국과 미국의 대안 미디어 연구 동향(박종경·채영길, 한국외대), 해직 언론인 생애 연구(김세은, 강원대), 네트워크 저널리즘의 사례(채영길·전나래, 한국외대) 등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었다.

모든 학술 발표가 마감되고, 2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학회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봄철 정기학술대회부터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된 논문 중에서 선정한 우수논문에 대한 시상을 행하고 있다. 이번 가을철 행사에서는 ‘경성방송국 초창기 연예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방송사(放送史) 초기 편성현황을 치밀한 문헌 고증을 통해 밝혀 낸 이상길 교수(연세대)의 연구 외 2편의 논문이 선정됐다. 그 외에도 2011년 학술상, 2011년 대학원생 우수논문상시상이 차례로 진행됐다. 뒤이어 37대 양승목(서울대) 회장의 이임식과 38대 윤영철(연세대) 회장의 취임식이 이어졌다. 그리고 가장 큰 관심사였던 39대회장 선거에서 성균관대 김정탁 교수가 당선됐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되돌아 보건대, 이번 행사는 여느 학술대회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전해 주는 것이었다. 작금의 경제 위기와 한국 언론의 위기 상황,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 미디어, 종편 채널과 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과 우려의 교차, 언론학이 그동안 소홀히 다룬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내 언론학은 또 다른 도전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와 변화의 긴장감을 간직한 채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면서 이번 학술대회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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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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