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채널은 지상파 디지털 방송 전환 과정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보상 차원에서 배분한 채널이다.
그러나 카날 플뤼스 방송사의 ‘보너스 채널’을 이용한 무료 채널 신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보너스 채널’의 공익적 목적을 주장했던 프랑스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최지선 파리2대학 박사과정


결국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두손을 들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TNT) 시작과 함께 기존 3개 민영 채널에 허가하기로 했던 ‘보너스 채널’을 없던 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정부는 의회에 이 ‘보너스 채널’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최고시청각위원회에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위한 6개의 HD 채널 사업자를 모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럽연합 집행위 “위법” 두 번째로 제동

이는 프랑스 정부가 지상파 전국 방송 3개 민영 채널에 허가한 ‘보너스 채널’이 유럽연합 법에 어긋난다며 지난 9월 29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10년에 이어 프랑스 정부에 두 번째로 의견서 제출을 통해 제동을 걸면서 서둘러 결정된 일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문제를 유럽재판소에 상정하기 전(前)단계로서 9월 말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고, 프랑스는 두 달간의 유예 기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반적으로 이 기간에 유럽연합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이 문제는 유럽재판소에 상정된다.

이와 관련해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서둘러 알랑쥐페 외무부 장관, 프랑수아 바루앙 경제부 장관, 프레데릭 미테랑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 에리크 베송 디지털경제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 회의를 소집하고 그 결과물로 ‘보너스 채널’ 삭제 법안을 제출하게 된 것이다. 피용 총리는 이 자리에서 “HD급 채널 신설을 통해 디지털 방송의 성공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보너스 채널’은 프랑스 정부가 2007년 의회에서 통과된 ‘방송의 현대화와 미래의 텔레비전법’에 의해 3개 민영 방송사인 TF1, M6, 카날 플뤼스(Canal +)에 허가하기로 한 채널이다. 문자 그대로 ‘보너스’로 제공한 것이다. 이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보상 차원에서 배분했다.수많은 디지털 방송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기존 지상파 채널들이 보유하던 시청자수 감소에 따른 광고 수익 감소와 아날로그 방송장치와 기기를 디지털 장치와 기기로 전환하면서 발
생하는 비용 등을 다른 방식으로 보상해 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차별 소지 커 공정한 경쟁 어긋나”

디지털 방송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위해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2006년, 2007년 상·하원 의회에서논의될 당시에도 다른 채널 사업자들의 반발과 시민단체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미 2010년 말 이 ‘보너스 채널’ 문제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에 이것이 지상파 전국 채널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될 소지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보너스 채널’이 유럽연합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집행위원회는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검토하고, 이번에 두 번째로 공식 의견서를 통해 보다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보너스 채널’ 조항이 유럽연합 법에 어긋난다는 유럽연합의 핵심적인 근거는 주로 ‘공정한 경쟁’과 관련돼 있다. 즉 특정 채널에만 ‘보너스’ 채널을 허가하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상파 전국 방송 민영 채널에 ‘보너스’ 채널을 허가하는 것이 공익적인 목적이나 객관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보상 차원의 보너스’ 채널이라는 것이 지상파 민영 채널들 스스로 주장하는 피해 때문에 허가되는 것 자체가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 ‘피해’ 부분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존의 지상파 채널들이 입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기존 채널에 대한 ‘보너스 채널’ 허가는 새롭게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들에게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판단이다.

2010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첫 번째 문제 제기 당시 프랑스 정부는 ‘보너스 채널’이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프레데릭 미테랑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은 “이 보너스 채널은 지상파 채널들이 아날로그 방송에서 전면적인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으로 인해 생겨나는 피해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이 채널들이 방송 프로그램 및 영상물 제작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근거로 이 조치가 공익적 목적을 따르고 있으며, 유럽연합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지난 2월 24일 프랑스 정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보낸 답신을 통해 “첫째, 보너스 채널이 표현의 다원화를 위한 것이다. 둘째, 보너스 채널에 프랑스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더 강력한 의무 사항들을 요구할 것이다. 셋째, 이것들을 시행령으로 문서화한다. 넷째, 두 HD 무료 채널 신설”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설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공식 의견서가 제출될 때까지 관련 조항이 담긴 시행령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HD채널 출범은커녕 사업자 선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설득하려던 프랑스정부의 고집은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뒤에 한풀 꺾이게 됐다. 카날 플뤼스의 ‘보너스 채널’을 이용한 무료 채널 신설 계획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문제 제기에도 ‘보너스 채널’의 공익적 목적을 완고히 주장했던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사르코지, 정치적 부담으로 삭제 선회

카날 플뤼스의 경우 지난 3월 말 보너스 채널을 이용한 카날 20(Canal 20) 채널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TF1과 M6까지 보너스 채널에 반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원래 유료 채널인 카날 플뤼스가 이 '보너스 채널’을 이용해 무료 채널을 신설하려는 데원인이 있었다.

이러한 카날 플뤼스의 계획 발표 뒤 미테랑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은 국사원(Conseil d’E´tat)에 카날 플뤼스 그룹이 가지고 있는 ‘보너스’ 채널을 통해 무료 방송 채널 설립이 가능한지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카날 플뤼스는 바람을 현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또한 ‘보너스 채널’ 조항, 디지털 방송 채널 배분과 관련해 “채널들의 균형된 상태와 주파수 사용을 최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보너스 채널’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 최고시청각위원회 위원장인 미셸 부아용 역시 9월 중순 “만약 ‘보너스’ 채널이 유럽연합 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면 입법부는 즉시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러한 국내적 상황과 더불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인해 유럽재판소행(行)이라는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와 대선을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보너스 채널’ 문제를 고집하기에는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서둘러 해당 조항을 삭제할 법안 제출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기에 이른 것이다.

프랑스 정부로서는 ‘보너스 채널’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급한 불은 진화했으나, 국내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보너스 채널’ 허가를 통해 디지털 방송 출범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약속받았던 기존 민영 채널들이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신속하고 큰 문제 없이 안착했다고 평가되고 있는 프랑스의 디지털 방송 전환에도 ‘보너스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기존 채널에 대한 보상 문제가 꺼지지 않는 불씨로 여전히 남아 있다.

‘보너스 채널’ 조항 삭제라는 조치를 결정하면서 프랑스 정부가 어떻게 디지털 방송 시대를 이끌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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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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