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기념 특별기획 토론회

박성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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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을 듣고 “그거 진짜야?”라고 묻는 친구에게 “신문에 났어!”라고 얘기하면 상황이 종료됐던 기억이 있다. 귀를 의심하던 친구도 이 말 한마디에 신문을 들춰보고는 “진짜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봤어.”, “네이버에서 봤어.”란 말이 더 자주 오르내리는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봤어.”란 말까지 들리는 게 현실이다.


“신문, 홍보도구가 된 지 오래다”


신문이 위기다. 미디어 환경과 수용자 행태의 급변이 이와 같은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 모두 신문에 대한 신뢰 하락이 위기를 가속화했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언론학회가 56회 신문의 날(4월 7일)을 맞아 4월 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신문의 가치와 신뢰 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신뢰도 추락이 위기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한국 신문의 위기 원인을 불투명한 취재원 처리, 엄밀하지 못한 사실확인(fact-checking) 등 수십 년간 고정된 기사쓰기 관습, 경영과 편집의 유착, 도구주의적 저널리즘 철학 등으로 분석했다.

그는 “정치하는 사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관계없이 신문을 홍보도구로, 기자를 메신저로 생각한다.”라며 “시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권력 감시 및 공론장 형성 기능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정계, 관계, 경제계, 각종 사회단체, 언론계와 기자, 노조까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신문을 정파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고, 각 신문이 지지하는 단면만을 선택적·자극적으로 포장해 보도하면서 신문의 신뢰를 허물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뢰 추락의 근원을 추적해 보면 그 뿌리는 결국 런 도구주의적 저널리즘 철학 문제로 귀결된다.” 하고 덧붙였다.

엄밀하지 못한 기사 쓰기 관행이 기사의 진실성을 흐리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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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기사 대부분은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전하기 때문에 기사의 진실성은 결국 취재원의 진실성과 관계될 수 밖에 없다.”라며 “하지만 투명한 취재원 처리를 제도화하거나 여러 취재원으로부터 사실확인(fact-checking)을 일상화하는 신문은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회 구성원 사이에 천안함, 한미FTA, 4대강 등 국가적 현안을 둘러싼 사실에 대한 동의조차 성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신문을 사기업이 소유하면서 경영과 편집의 독립적 관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신뢰 하락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혔다.

이 교수는 “일부 신문이 2세, 3세로 상속되면서 신문에 대한 가치관은 실종되고,재산권만 상속되는 느낌이 강하다.”라며 “요즘 같은 격동기에 한국신문이야말로 편집과 경영 분리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그를 실천하는 사주, 경영자의 존재가 절실하다.” 하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년이 짧고 현장에서 일찍 떠나야 하는 한국식 기자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분야에 천착하지 못하게 하는 회전식 인사제도와 조기 정년퇴직제 때문에 한국식 기자제도는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기자를 배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라며 “그런 기자를 배출하지 못하니, 신문에 대한 존경과 신뢰도 유지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신문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사실확인 제도의 일반화 및 한국형 우수 저널리즘 기준 설정, 경영진의 편집과 경영 분리 원칙 실천, 기자 경력관리 체제의 근본적 혁신, 한국사회의 저널리즘 철학 수준 제고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이 교수는 그중에서도 저널리즘 철학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가 말하는 저널리즘 철학은 저널리즘 생태계를 구성하는 취재원, 경영인, 기자, 일반시민이 공유하는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합의된 생각이다.

그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 경제, 사회 지도층과 사주, 심지어 기자 스스로 신문을 정파적 홍보도구로 바라보는 도구주의적 관점을 바꾸지 못하면 신뢰 받는 언론은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라고 강조했다.

진영이나 이념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는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사회를 맡은 김민한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도 “사회 통합을 추구하는 매체가 튼튼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라며 좌우를 아우르는 신문이 필요한 때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의를 지키는 기사로 승부하라


신문협회가 토론회에 이어 4월 6일 개최한 ‘신문의 날 기념 대회’도 신뢰 회복이 화두였다.

박보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은 개회사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신문의 탈출구는 사실을 추적하는 열정과 진실을 발굴하는 정의감에서 찾아야 한다.”라며 “진실과 사실을 바탕으로 생산된 정보 상품이 신문의 경쟁력을 부활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를 지키는 기사, 신문에 있습니다’는 이날 포스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의 문구다. 시민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원칙도 결국 이 교수 및 기념대회에 참석한 언론인의 생각과 같았다.

신문협회가 토론회 주제를 ‘신문의 가치와 신뢰 회복’이라고 한 것도 진실, 사실, 공정, 정확, 정의가 저널리즘의 원칙이라는 인식에서였을 것이다.

사실 신문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론직필.’ 답은 주요 취재원인 사회지도층, 사주, 기자도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사회지도층과 언론이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우리는 시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저널리즘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언론을 이해관계에 따라 정파적 홍보도구로 이용하거나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하면 어떨까? 자기 자신에게 약속하고 시민 앞에 다짐한다면 실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교수는 “광범위한 행위 주체의 참여와 범사회적인 합의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것이 발제 목표”라고 밝혔다.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토론회를 여는 것도 그 후속책이 될 수 있다. 실마리는 이와 같은 노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펼쳐라 넘겨라 세상과 소통하라.’ 이 날 표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 대학생의 말처럼 앞으로도 쭉 신문이 편견 없이 세상과 통하는 창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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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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