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일간지 19대 총선 보도 분석

정낙원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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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국민을 대표할 300명의 일꾼이 선출되었다. 이번 선거를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9대 총선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예비 대선주자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확연한 대결 구도로 진행되었다.

둘째, 선거에서 당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

여당은 여러 가지 악재로 멀어져가는 민심을 잡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당명의 변경과 정당체제 개편을 통해 기존의 당 지도부와 거리두기에 나섰고, 민주통합당도 당의 정체성에 의지하기보다 통합진보당과의 선거 공조를 통해 ‘진보야권연대’로 위치 선정을 함으로써 기존 정당의 네임밸류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보였다.

셋째, 서민정책, 복지, 무상급식과 같은 민생 관련 정책적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고, 민간인 불법 사찰, 경선 조작, 막말, 표절, 성희롱 등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이슈가 선거를 지배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여야는 서로 악재가 되기도 하고 호재가 되기도 하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서로 물고 물려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전투구식의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특히 30여 곳 이상이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며 선거 당일까지 박빙의 상황이 전개된 만큼,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 폭로와 비방이라는 네거티브 전략이 빈번하게 사용된 선거였다.


부정적 이슈 주로 다뤄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일간지가 4·11 총선과 관련하여 어떤 이슈에 집중하여 어떻게 보도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4월 2일부터 선거 당일인 11일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네 개 일간지의 종합면(1면부터 8~10면까지)정치 기사 내용을 수집하여 분석해보았다.

분석 결과 어떤 후보가 상대후보에게 얼마만큼 우세인지 열세인지 판세를 보도하는 경마식 보도가 가장 눈에 띄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분석이 이루어진 기간 동안 네 개의 언론사의 24%에 해당하는 기사가 후보자의 지지율에 대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박빙 승부,’ ‘역전, 재역전, 혼전’, ‘선두, 우세, 추격’, ‘결투’, ‘맞대결’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대결구도에서 누가 앞서는지에 대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하는 기사가 많았다.

사실 콘테스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선거의 특성상 경쟁구도를 다룬 경마식 보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이 이러한 경마식 보도에 집중하면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을 돕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는 기회가 줄어들어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게 된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는 유난히 불미스러운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3월 29일에는 KBS 새노조가 현 정부의 불법사찰 문건의일부를 공개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궁지에 몰린 청와대와 여당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찰이 이루어졌다고 반박함으로써 선거 당일까지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이에 따라 주요 일간지의 사찰 관련된 보도가 선거 관련 기사의 30% 가까이 차지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문의 이념적 성격에 따라 사찰 관련 보도 비율과 시각이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한겨레는 40%가 넘는 기사를 사찰 관련 보도로 채운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는 각각 15%와 23%만 언급됐다.

보도 시각에서도 조선일보는 사찰 관련 기사를 ‘민간사찰 파문’이라는 말머리로 시작하여 구 정권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 보도한 반면, 한겨레는 ‘MB정부 전방위 사찰’이라는 말머리와 함께 현 정부의 불법 사찰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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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쟁점이 된 사안이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 파문이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나는 꼼수다’ 진행자 출신 김용민 후보의 자극적인 발언은 진보적 야권 연대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만한 것이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네 개의 일간지에서는 약 7%에 해당하는 기사가 김용민 후보의 발언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보수신문인 조선일보(12%)와 중앙일보(13%)는 진보신문인 한겨레(4%)와 비교해서 세 배가 넘는 지면을 통해 보도하였다.

또한 조선일보는 “부인하고만 X치라는 법 없거든요.” 등의 발언이나 “전전긍긍 민주당, 김용민 막말 심각한 수준”처럼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을 직접 헤드라인에 인용하여 자극적으로 보도한 반면 한겨레는 약 4% 정도의 선거 관련 기사에서 김 후보의 발언을 다소 조이외에 특정 후보의 논문 표절, 성추행 사건, 노인 친일 발언, 불법 선거운동 같은 부정적 내용의 선거 쟁점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합쳐 8%에 해당하는 선거 기사의 주제가 되었다.

자연히 후보자와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소개하고 점검하는 기사는 매우 적어졌다. 분석 기사 중 단지 4%에 해당하는 25건만이 정책이나 공약에 관한 것이었다.

갈등요소가 포함된 흥미위주의 기사가 선거보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정책·공약 기사가 적은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판세에 대한 설명이 유권자에게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고, 후보자의 도덕적·인격적 자질 검증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기간 동안 언론은 스캔들 보도와 후보자 간의 폭로전을 중계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건설적인 선택을 돕는 일에는 실패했다.

이번 총선 보도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유권자가 자유로운 공론의 장인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안의 여론과 의제를 기존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대선과 2010년 중간선거에서 소셜미디어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이번 대통령선거 캠페인 기간에 미국 주요 언론매체는 소셜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선거,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경험한 바 있다.

경합지역이 많았던 이번 총선에서는 20~30대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에 전체적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젊은 연령대의 이용자가 많은 소셜미디어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것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예상대로 네 개의 일간지는 각각 1편 이상의 소셜미디어 심층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분석 대상은 후보자나 정치인 이름이 언급된 횟수, 자주 논의된 사안, 후보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등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손수조 후보의 3,000만 원 선거 자금, 불법사찰, 문대성 후보의 논문표절, 김용민 후보 막말 등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 주제였고, 박근혜·손수조·한명숙·김용민·문재인·정동영·이정희·심상정이 자주 언급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누가 또는 어떤 주제가 얼마나 많이 언급되었느냐 하는 것은 선거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신 특정 후보자가 어떤 사안과 관련하여 얼마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언급되었는지, 그러한 내용이 리트윗과 같은 형태로 얼마만큼 빠르게 확산되는지와 같이 선거의 흐름을 읽기에 효과적인 항목에 집중하여 보도할 필요가 있겠다.

선거의 본질은 선택이다. 선택의 과정에는 경쟁이 들어가고 이러한 대결구도에서 후보자 간의 갈등 양상은 유권자가 흥미를 갖는 좋은 뉴스 소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마식 보도는 과거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에서건 선거 보도의 주를 이루었다. 이번 총선 보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분석한 기사의 약 4분의 1이 단순히 후보자 지지율에만 초점을 맞춘 판세 보도였으며,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 민생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소개하는 생산적인 기사는 극히 소수였다.

또한 전체적으로 불법 사찰, 특정 후보의 막말 파문, 성추행 의혹, 공약 파기, 표절 의혹, 상호 비방 등을 다룬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가 44%를 차지하였다.

이는 결국 유권자가 선거나 정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끌어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도의 객관성과 균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점도 성찰이 필요하다.

언론사는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불법 사찰과 김용민 후보의 발언 등 특정 사안을 보도하는 비중과 시각이 매우 편향되어 있었다.

또한 선거 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북한 미사일 실험 관련 보도도 조선일보에서는 “대만도 북 미사일 요격 준비, 일본에 이어 전시 대비태세”, “북, 미사일 전문인력 1만 명, 한국은 3000명도 안 돼”와 같은 불안감을 조장하는 기사와 함께 비중 있게 다루었으나 한겨레는 북한 미사일 실험 사실을 몇 개의 기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하는 차이를 보였다.


감성적 ‘편들기’ 조장하지 말아야


이처럼 공공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선거보도 관행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선거에서의 승리를 최상의 가치로 두고 움직이는 정당과 후보자들은 바람직한 정책과 비전을 세우고 제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스캔들을 파헤치고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에 언론사의 보도도 이에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선거 국면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간다 할지라도 언론사는 유권자에게 감성적 ‘편들기’ 식의 결정을 조장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 대 야, 진보 대 보수 라는 대결 구도를 더욱 부추기는 데 언론도 한몫했다.

언론사는 유권자가 후보자의자질 검증에 필요한 도덕성, 정책, 비전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국민은 지역과 이념적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고 준비된 후보자를 과감하게 선택하는 선거가 한 번쯤은 나오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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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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