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큐레이션 열풍 진단

김익현 아이뉴스24 글로벌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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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인기몰이를 해온 핀터레스트는 2012년 3월에는 미국 내 월간 방문자 순위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인 익스페리언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는 3월 한 달간 방문 건수가 1억441만 건에 이르렀다. 업계 1위인 페이스북(70억1,296만건)과 트위터(1억8,218만건) 다음이다.

링크드인, 구글플러스 같은 인기 서비스도 핀터레스트 돌풍을 막지 못했다.


‘정보민주화’를 꿈꾸다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핀터레스트는 아직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3월 말 기준으로 1,700만 명에 불과하다. 페이스북(8억 5,000만 명)이나 트위터(5억 명)뿐 아니라 링크드인(1억 3,500만 명)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방문자 수 면에선 이미 미국 3대 SNS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1월 첫 선을 보인 지 불과 2년여 만에 링크드인, 구글플러스 같은 인기 SNS를 제쳤다.

핀터레스트란 명칭은 ‘핀(pin)’과 ‘흥미(interest)’의 합성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패션, 건물, 여행지의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것을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봤을 때 그냥 간단히 ‘핀잇(Pin it)’하면 핀터레스트 계정에 바로 저장된다.

또 친구의 이미지를 ‘리핀(Re-Pin)’하면 언제든 내 계정으로 공유할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최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소
셜 큐레이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소셜 큐레이션은 인터넷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를 가공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큐레이션이란 말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널리 이용되는 개념에서 따왔다.

큐레이터가 자신의 감각으로 미술품을 전시해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물론 운영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소셜 큐레이션에선 한두 명의 큐레이터 대신 대중이 콘텐츠를 선택하고 전시하기 때문이다.
 
집단지성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다. 핀터레스트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한 비결 역시 소셜 큐레이션 욕구를 잘 건드렸기 때문이다.

소셜 큐레이션은 대표적인 SNS로 꼽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역시 일종의 소셜 큐레이션 역할을 한다.

특정 콘텐츠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오픈 그래프를 선보이면서 외부 사이트도 ‘좋아요’ 버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의 기본 기능인 공유하기나, 트위터에서 볼 수 있는 리트윗 같은 것도 소셜 큐레이션 역할을 한다. 뉴스에 좀 더 특화된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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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개인 맞춤형 온라인 뉴스 서비스인 페이퍼리(paper.li)이다. 페이퍼리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의 콘텐츠뿐 아니라 RSS피드, 구글플러스 등의 키워드와 콘텐츠를 수집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수집한 키워드를 토대로 매일 뉴스처럼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포그래픽을 수집한 뒤 소개할 수 있는 비쥬얼리(visual.ly)도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로 관심을 모은다.

비쥬얼리를 이용할 경우 자신의 계정에 인포그래픽을 추가하고 SNS로 공유하거나 필요한 사이트로 발행할 수도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 계정의 인포그래픽을 만든 뒤 SNS와 이메일로 실시간 공유도 가능하다.

전통 언론이 많이 활용하는 스토리파이(storify.com) 역시 대표적인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다. 스토리파이는 간단하게 말해서 트위터 같은 각종 SNS에 올라온 글을 골라서 하나의 스토리보드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스토리파이에서는 별도 회원가입 절차 없이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트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북, 플리커, 유튜브,구글검색, RSS 피드 등에서 글을 가져와 자신만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 불러 온 글 중간 중간에 설명을 붙여넣기도 가능하다.

외국 업체만 소셜 큐레이션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소셜 큐레이션을 표방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토종 소셜 큐레이션 툴로는 에디토이(editoy.com)를 꼽을 수 있다. 에디토이 역시 스토리파이와 마찬가지로 글이나 그림, 영상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에디토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정당한 인용과 출처표기 기능을 지원하는 점이다. 무분별한 베끼기 대신 정당한 인용을 장려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에디토이는 또 상대적으로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을 큐레이팅 하기 수월하게 설계됐다. 이 점이 트위터쪽에 특화된 스토리파이와 다른 부분이다.

에디토 이는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만큼 아직 성공 여부를 논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소셜 큐레이션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최근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그 바탕을 따지고 들어가면 정보민주화란 새로운 현상과 만나게 된다.

일찍이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저술에서 정보의 발신 능력이 평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튜브나 아이튠스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플랫폼이 글로벌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거대세력이 독점하던 정보 발신 권력이 이젠 일반시민의 손에까지 넘어왔다. 정보 유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오히려 ‘내 필요에 꼭 맞는 정보’를 찾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

소셜 큐레이션이 인기를 끄는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정보 중에서 내 취향에 꼭 맞는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SNS라는 평평한 플랫폼의 맛을 알게 된 개인은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콘텐츠를 갈망한다. 핀터레스트나 스토리파이 같은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성공 밑바탕을 따지고 들어가면 바로 이런 취향 변화와 연결된다.
 
하다못해 옷 하나를 사더라도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의 추천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언론매체가 평균적인 대중을 상대로 쏟아내는 각종 뉴스와 정보는 더 이상 매력을 갖기 힘들게 됐다. 매스미디어의 위상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이런 상황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정보 유통도 ‘취향 반영’ 시대


소셜 큐레이션 시대의 개막이 갖는 의미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은 생산자가 갖고 있었다. 물론 콘텐츠 생산자는 대부분 거대 미디어였다. 이들은 전국적인 배포망을 무기 삼아 콘텐츠를 대량 생산한 뒤 한꺼번에 배포했다.

하지만 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와 웹 2.0이란 평등한 플랫폼이 힘을 발휘하면서 이런 지형도는 급격하게 달라졌다. 콘텐츠 생산에서 유통 쪽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 같은 포털이 주도권을 갖게 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들어선 콘텐츠 유통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단순한 유통에서 ‘취향이 반영된 유통’ 쪽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이른 바 추천기능이 가미된 콘텐츠 유통이 그것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은 이런 시대 변화를 잘 담아냈다. 또 트위터의 리트윗(RT) 역시 일종의 추천 기능이다.

자신이 직접콘텐츠를 생산하진 않지만 남이 생산한 콘텐츠에 한두 마디 멘트를 추가한 뒤 리트윗함으로써 ‘추천 기능’을 행사하는 것이다.

결국 콘텐츠 생산에서 유통을 거쳐 이젠 ‘추천이 가미된 유통’ 쪽으로 진화 발전하면서 소셜 큐레이션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이런 취향 변화는 미디어기업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편집자가 중심이 된 뉴스 유통 시장에 변화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일찍이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디지털이다’에서 주장한 ‘나만을 위한 신문(The Daily Me)’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미디어기업에게도 소셜 큐레이션이 낯선 현상은 아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딕닷컴(digg.com) 같은 사이트는 이미 수 년 전에 소셜 큐레이션 방식을 활용했다.

페이스북이 오픈 그래프를 선보인 이후엔 미디어 사이트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허핑턴포스트다.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상태로 허핑턴포스트 사이트에 접속하면 친구들이 어떤 뉴스를 읽었는지, 또 어떤 뉴스에 호감을 표시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전통 뉴스와 소셜 큐레이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서비스인 셈이다. 아이패드 기반 뉴스 앱으로 유명한 플립보드를 비롯해 최근 CNN에 인수된 자이트, 뉴욕타임스가 선보인 뉴스닷미(news.me) 등도 소셜 큐레이션을 활용한 뉴스 서비스다.

전통 매체도 스토리파이를 활용한 소셜 큐레이션 보도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자 가디언과 기가옴이 스토리파이를 이용해 각계 전문가의 반응을 정리했다.

일종의 소셜 큐레이션 보도를 선보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많은 매체도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스토리파이로 소셜 공간에 올라온 글과 사진, 영상을 취합한 뒤 깔끔하게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 우선 해결돼야


물론 소셜 큐레이션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큐레이션’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결국 ‘베껴 넣기’나 무분별한 인용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웹 2.0이 처음 등장했을 때 ‘교묘하게 짜깁기한 재활용품’이란 비판이 제기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큐레이션 역시 새로울 것 없는 개념이란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의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구조로는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부분 역시 심심찮게 제기되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은 소셜 큐레이션의 정체성을 둘러싼 공방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바로 저작권 침해 우려다. 핀터레스트를 비롯해 많은 큐레이션 서비스는 글이나 사진을 옮겨올 때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저작권 공방이 벌어질 위험을 늘 안고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자리를 잡기까지 무수한 송사에 휘말렸던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아직은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소셜 큐레이션의 덩치가 좀 더 커질 경우엔 저작권 이슈가 뒤따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중의 지혜’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소셜 큐레이션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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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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