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짚어보기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정책연구팀장·변호사

2011년 3월 29일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종전에 ‘인격권’의 일종으로 보호되던 개인의 성명·주민등록번호·초상 등이 이제 ‘개인정보’로서 보다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규정은 대부분 지난해 가을부터 발효되었다. 다만 두 개 규정의 시행이 유보되어 있었는데 3월 말부터 그것까지 시행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발효가 기자의 취재방식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취재환경이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더 엄격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언론보도 관련 분쟁이 개인의 초상, 성명, 프라이버시 문제로 발생하니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겠다.

이번 기회에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리해둔다면 요긴할 것이다.

예제1 책상 위, 서랍, 책꽂이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굴러다니는 명함들. 큰맘 먹고 엑셀로 정리했다. 이름·연락처·직장명·이메일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쓰고 나니 필요할 때 찾아보기도 쉽고 편리하다.

그런데 바탕화면에 깔아둔 이 파일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 모르게 복사해갔다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개인정보’다(제2조 제1호). 개인정보란 우선 살아 있는 사람에 관한 정보다. 죽은 사람의 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 단체나 법인의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종류는 성명·주민등록번호·영상 정도다. 그러나 이외에도 주소·연락처·직업·이메일주소 등도 개인정보에 포함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해당 정보를 통해 ‘당사자를 알아볼 수 있는지’ 여부다. 만일 어떤 정보만으로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법에서는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주소나 이름, 연락처와 같이 독자적으로는 당사자를 특정하지 않는 정보라 하더라도 이들 역시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으므로 취급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정보 침해 시 형사처벌 가능해져


사실 개인정보보호법이 있기 전에도 이미 성명권이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등의 인격권 개념이 통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의 요청이 전혀 낯선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들 인격권과 개인정보의 보호범위, 절차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예를 들어 개인의 얼굴은 초상권으로 보호할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로서 보호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로서 보호하고자 한다면 인격권과 비교해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우선, 권리 침해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개인정보 열람권(제35조)을 행사할 수 있다.

침해사실을 확인했다면 정보처리의 정지(제37조), 정보의 정정·삭제·파기(제36조), 손해배상(제39조) 등 피해구제를 위한 다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나아가 개인정보 침해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제70조 이하). 이제까지 인격권 침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손해배상, 정정·삭제 등과 같은 민사적인 것에 그쳤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으니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행위가 업무가 아닌 일회적 성격을 띤다면 해당 사안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주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제2조 제5호).

개인정보 침해는 정보의 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개인정보처리자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회적 행위가 아닌 업무로서 다른 사람의 정보를 처리하면 주체가 개인·공공기관·법인·단체를 불문하고 모두 해당된다.

그래서 업무상 필요에 의해 명함을 엑셀을 이용, 찾기 쉽도록 이름·전화번호·직장명·이메일주소 등을 정리해놓았다면 이 또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된다.

예제2 동네 세탁소 앞에 CCTV 세 대가 설치되어 있다. 모두 세탁소 주인이 설치한 것이다. 골목길에 주차해놓은 자신의 승용차에 누가 자꾸 침을 뱉는다면서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고 벼른다.

세탁소 주인의 CCTV 설치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수집 자체가 엄격히 제한된다(제15조). 이때 당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마케팅을 하는기업일 것이다.

많은 개인정보 관련 분쟁이 개인정보의 영리 목적 사용과정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는 진료기록부 작성을 위해 환자의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을 수집한다. 이것은 의료법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이와 같이 수집된 환자의 전화번호는 검사결과 통보, 처방전 오류 등 긴급한 경우의 연락을 위해서 사용된다. 그

러나 병원 소식지를 보내기 위해서라거나 건강정보, 백신접종 홍보 등을 위한 연락 등에 사용한다면 이것은 개인정보의 오용 내지는 남용에 해당한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의 강도와 기업의 이익은 반비례한다. 개인정보보호의 강도가 높을수록 관련 시설투자비용도 늘 것이고 개인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다.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철저히 받는 것이다.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다.

물론, 통계·학술 연구·수사·재판·형 집행·조약이나 국제협정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와 같이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면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이 가능할 수는 있다(제18조 제2항).

동의를 받은 경우 그 효력은 동의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미친다(제15조 제2항).

동의의 대상이 정보의 단순수집인지 아니면이용까지인지, 정보이용에 관해서도 해당 사업자의 이용에만 국한되는지 아니면그와 연관 있는 제3의 회사에까지 미치는지가 모두 당사자의 의사로 정해진다.

이와 관련하여 동창회 명부라든가 졸업앨범과 같은 ‘공개된 정보’가 문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개된 정보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당사자 동의의 범위가 해석되어야 한다.

동창회 명부라면 동창 간의 상호 연락 및 친목 도모에만 이용될 수 있을 뿐 추가적인 동의를 얻지 않고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에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먼저 14세 미만의 아동은 법정대리인(대개 부모)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상업적 목적에 이용하려면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받아야 한다.

이때 포괄적 동의는 효력이 없다. 동의는 구체적으로 받아야 한다. 구체적동의란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하여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각각 동의를 받는 것’(제22조 제1항)이다.

간혹 일정한 기간 동안 일체의 사항에 대해 동의한다는 식의 포괄동의가 이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동의로서 효력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CCTV에 관해서도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CCTV로 대표되는 영상정보처리기기는 원칙적으로 공개된 장소에 설치될 수 없다(제25조 제1항).

사적 공간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의 CCTV 설치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일단 CCTV를 설치하고자 하는 목적이 공익적이어야 한다(제25조 제1항). 법령에서 허용하거나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화재 예방, 교통단속, 교통정보의 수집 및 분석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다음으로, CCTV가 설치되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여 그 주변을 다니는 사람에게 CCTV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제4항).
 
관리적 측면에서 CCTV 정보가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제6항). 마지막으로,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제5항).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사적인 필요성에 따라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모두 법 위반으로서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제75조 제2항 제7호).


‘전교조 교사’ 목록 공개는 불법

제23조(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개인정보처리자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이하 “민감정보”라 한다)를 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보주체의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따로 ‘민감정보’로 분류하여 좀 더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 2011년 9월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

전교조에 가입한 교원 명단이 포함된 이 사건 정보를 인터넷을 통하여 일반인에게 폭넓게 공개하는 것이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단결권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학생의 학습권이나 학부모의 교육권 및 이에 기초한 교육의 선택권 내지는 알권리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거나 허용되어야 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대법원 2011. 5. 24. 선고 2011마319 결정).

‘전교조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진 한 국회의원이 전교조 소속 교사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에 전교조와 소속 교사 16명이 법원에 공개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의원은 이의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이유로 해당 국회의원의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교사의 전교조 가입 관련 정보가 교사의 인격권 등에서 비롯된 개인정보라고 보았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부를 아는 것이 학생의 학습권이나 학부모의 교육권에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에게 교사를 선택할 권리가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에서처럼 교사선택권이 보장된다면 결론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의 시행이 기자들의 취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제58조에서는 ‘언론이 취재·보도 등 고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대다수 규정의 적용을 배제시키고 있다.

취재의 자유를 고려한 규정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미디어정보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