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언론사, 기자 조직에서 디지털 회사로 생존 고민 - 국내 언론사에서 기술 직종의 위상과 바람직한 역할

티스토리 메뉴 펼치기 댓글수0

신문과 방송

[집중점검] 언론사, 기자 조직에서 디지털 회사로 생존 고민 - 국내 언론사에서 기술 직종의 위상과 바람직한 역할

미디어정보팀
댓글수0

필요성은 넘버원 현실은 비주류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국내 미디어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일본 닛케이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수,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회사로의 변신 등 해외발 최신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는 미디어 업계의 디지털 기술 수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해외 미디어 업계의 디지털 기술 수용의 핵심은 종이와 공중파방송 중심의 콘텐츠 유통을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반 유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필연적으로 기자 중심의 뉴스룸을 SW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 디지털 기술 인력 중심으로 개편할 수밖에 없다.

과연 국내 미디어 업계가 디지털 기술 인력을 대거 영입해 뉴스룸의 중심에 배치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기술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따른 새로운 인력 구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한국 현실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 인력은 보조자

15.png

▲ 미국 워싱턴포스트사가 자체 개발해 사용하면서 외부 미디어사에 판매하고 있는 CMS인 아크(ARC)의 구성도. 워싱턴포스트는 다양한 CMS 구성 모듈들을 크게 생산, 가공, 완성, 참여 등 4개 프로세스에 따라 배치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디지털 기술 인력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국내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기사를 작성하고 인쇄용 지면을 제작하는 CTS를 도입했다.
 
미디어 업계가 CTS를 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버컴퓨터, 스토리지, 기사 집배신 시스템, 아카이빙,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등 각종 관련 요소를 개발하거나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1990년대 초반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자 전통 미디어 업계는인터넷 관련 인력들을 대거 수용하기 시작했다.

전통 미디어는 웹이 급속도로 대중화되는 추세를 보면서 재빨리 자체 웹 사이트를 구축해 기사, 동영상 등 자사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전통 미디어업계는 그 이후 인터넷 포털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 장악을 비롯해, 스마트폰 대중화와 그에 따른 앱 시장 형성, 소셜 미디어의 급성장 등 다양한 디지털 트렌드에 맞춰 기존 IT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국내 미디어 업계의 기술 인력은 우선 회사 내에서 보조적 역할을 하는 비주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디어 업계는 뉴스와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팀이 조직의 중심에 있고 나머지는 모두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내 미디어 업계 기술 인력의 두 번째 공통점은 필요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고 개선하는 것보다, 수요가 생길 때마다 외부 업체를 선정해 솔루션과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프로젝트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즉, 블로그가 뜨면 자사 사이트에 외부 업체가 개발한 블로그 솔루션을 붙이고, 스마트폰 앱이 관심을 모으면 앱 개발 회사에게 뉴스 앱 개발을 맡겨 서비스를 론칭하는 식이다.

이런 체질 탓에 미디어 업계에서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미디어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인력을 거의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인터넷 도입 초창기만 해도 미디어 업계의 인터넷 관련 인력이 인터넷 포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면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 업계 기술 인력이 제자리에 있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동안 인터넷 업계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면서 미디어업계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


융합형 리더가 없다

미디어 업계가 디지털 시대에 제자리를 찾으려면 기술 인력을 취재보도 인력 못지않게 대우하고 아울러 디지털 전략의 핵심 인력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버즈피드,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잘 구사하는 미디어 회사의 사례만 봐도 그런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 기업의 본질이 콘텐츠 기업에서 기술 기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기업은 기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 현실을 감안할 때, 우수한 기술 인력을 채용해 뉴스룸의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최근 10년 동안 전통 미디어가 계속 하강곡선을 타면서 기술 인력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독자 또는 시청자의 감소와 그와 연관된 매출 감소라는 발등에 떨어진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숨이 찬 상황에서 효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기술 인력 확보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기술 인력과 전통적인 저널리스트 인력을 융합시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융합형 리더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술 인력을 뉴스룸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려면 기술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이끌 수 있는 저널리스트들이 필요한데, 그런 자질을 갖춘 리더들이 한국에 그리 많지 않다.

국내 미디어 업계가 이런 난제를 안고 있어도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확충하고 뉴스룸의 중심에 배치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따라서 외국 사례를 부러워하고 한국의 현실만 탓할 게 아니라, 한국 실정에 맞는 기술인력 활용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디어 업계가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핵심과 비핵심으로 구분하는 일이다.

즉, 비핵심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핵심 부분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여 중장기 관점에서 미디어 관련 기술력을 축적해야 한다.

미디어 업계에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통틀어 CMS라고 부르고 있는데, CMS를 속성에 따라 정교하게 분할하면 비핵심과 핵심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참고로 워싱턴포스트가 베조스에 인수된 이후 자체 기술 인력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CMS인 아크(ARC) 구성은 [사진]과 같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양한 CMS 구성 모듈들을 크게 생산, 가공, 완성, 참여 등 4개 프로세스에 따라 배치하고 있다.

생산 단계에는 가장 단순한 텍스트 중심 기사를 생산하는 도구부터 콘텐츠 기획과 복합적인 콘텐츠 설계 도구를 사용한다.

가공 단계에서는 뉴스 콘텐츠와 사진, 동영상, 게임, 광고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텍스트를 융합시키는 작업을 담당한다.
 
완성 단계는 독자들이 사용하는 매체에 맞게 편집하여 실제 출간(Publishing)하는 단계다. 즉 스마트폰, 종이지면, PC 모니터 등 각 매체 성격에 맞게 콘텐츠를 배열하여 최종 공개를 하는 모듈들을 완성 단계에 배치한다.

참여 단계는 사용자 또는 독자들이 뉴스, 멀티미디어, 광고 등 각종 콘텐츠를 갖고 놀 수 있도록 하고, 그 행태를 측정할 수 있는 모듈로서 구성한다.


핵심과 비핵심 기술 구분

전 세계 뉴스 미디어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아크와 대동소이하다. 국내 미디어 업계도 아크와 비슷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내 미디어 업계가 모두 워싱턴포스트를 따라서 동일한 모듈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기술 인력으로 CMS를 개발해 사용하면서 동시에 다른 언론사에 사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판매하는 기술 서비스 회사를 지양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인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어떤 언론사도 워싱턴포스트의 길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고 또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전략이다.

워싱턴포스트 사례를 참조하면 미디어의 디지털 플랫폼 중에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기반 기술들은 IT 회사에겐 핵심 영역이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비핵심 영역이다.

미디어 업계의 핵심 영역은 외부 IT 회사들이 만든 기술 요소들을 현실에 맞게 조합하고 운영하는 일과 관련된 것이다.

만약 워싱턴포스트의 아크가 한글을 지원한다면 아크를 도입해 디지털 플랫폼 자체를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로 완전히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개별 언론사가 아무리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보해 자체 CMS를 만든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워싱턴포스트보다 나은 것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 인력 최우선

종합하면 국내 미디어사들이 최우선해서 확보하고 육성해야 할 기술 인력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각 미디어에 맞게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다.

이들의 임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제공하는 API를 활용해 각 미디어가 필요로 하는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 회사에만 사용하는 독자 시스템을 외주 형태로 개발해 유지하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역행할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 사례로서 기사작성기를 포함한 이른바 ‘데스킹’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미디어사는 대부분 기자들이 컴퓨터에서 기사를 작성해 인터넷을 이용해 기사 집배신 서버로 전송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또 집배신 서버에 올라온 기사를 데스크들이 첨삭하고 지면편집기나 웹편집기로 출고하는 데스킹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는 기사 작성 및 집배신 시스템을 최소 5년 이상 기본 틀을 유지한 채 그대로 사용한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트렌드가 바뀌는 디지털 기술 환경을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조선비즈는 이런 점을 감안, 클라우드 오피스 솔루션인 구글앱스를 도입해 기사작성기와 데스킹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구글이 제공하는 부가기능 API를 활용해 구글 문서에서 기사 작성, 가공, 데스킹 작업을 끝낸 뒤, 조선비즈닷컴 웹 서버로 출간하는 모듈을 붙였다.

조선비즈 개발팀의 핵심 역할은 이와 같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하여 필요한 솔루션을 재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뉴스를 만들고 가공하는 데 필요한 기본 도구를 세계 최고의 인터넷기술 회사인 구글로부터 빌려 사용하면서, 비핵심 부분에 필요한 인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아울러 API 활용을 통해 변화무쌍한 디지털 기술 환경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뉴스룸 내부에 축적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업계는 앞으로 더 많은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기술 인력들이 기자 중심의 조직 문화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기술 인력과 저널리스트의 중간에서 문화를 융합시키고 창의적 해결책을 찾도록 이끄는 리더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로봇 저널리즘과 같은 첨단 유행을 따르기에 앞서 실행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다.

우병현
조선비즈 취재본부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