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준우승에 이어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사이 국민들은 스포츠 뉴스를 방불케 하는 지상파 3사 메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 단적인 예로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3월 29일 지상파 3사 메인 뉴스는 김연아 관련 보도를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 주었다.

특이할 만한 사실은 ‘민족주의 자극’에 해당하는 기사가 42개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42%). 또한 ‘영웅 만들기’로 분류된 기사도 18개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내용의 기사가 60%가량 발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문들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민족주의 자극하며 연성기사 양산
WBC 야구와 김연아 관련 보도분석


성동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


지난 3월은 온 나라가 스포츠 열풍으로 뜨거웠다. WBC 영웅들과 피겨 여왕 김연아가 온 국민들을 즐겁게 해 줬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로 심신이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스포츠 영웅들의 소식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살 맛’ 나게 해 주는 소식이 분명했다. 우리 언론은 스포츠 영웅들의 소식을 발 빠르게 보도하여 국민들의 기쁨에 일조했다.

 하지만 WBC 준우승에 이어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사이 국민들은 스포츠 뉴스를 방불케 하는 지상파 3사 메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 단적인 예로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3월 29일 지상파 3사 메인 뉴스는 김연아 관련 보도를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 주었다<표1>.

스포츠 뉴스로 도배한 언론

이러한 보도가 이어지자 방송 보도가 지나치게 스포츠 이슈에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문의 보도 행태는 어떠했을까? 신문은 그 특성상 방송과 같이 편중된 보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스포츠 중심 보도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특히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보도와 김태균, 봉중근 등의 국가대표 야구선수나 김인식 감독, 김연아 등 특정 스포츠 스타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작성함으로써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보도태도를 보여 주었다.
 WBC와 김연아에 관련된 신문의 보도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본 글에서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량과 신문의 정파적인 성격에 따라 보도량의 차이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겨레신문의 보도량에 대해 알아보았다. 카인즈(http://www.kinds.or.kr/)를 통해 검색이 가능한 동아일보와 한겨레의 보도량에 관해서는 카인즈 검색을 통해 파악하였고, 카인즈 검색을 통해 접근할 수 없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 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을 실시하였다. WBC와 김연아 모두 해당 기간에 포함된 뉴스 기사를 추출하여 분석하였으며, 제목 혹은 본문에 WBC와 김연아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본 글의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분석대상으로 삼은 4개의 신문 즉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의 2009년 3월 5일부터 2009년 4월 7일까지 WBC와 관련된 보도량에 대해 알아보았다. 3월 5일은 WBC가 시작한 날이고, 4월 7일은 결승전이 치러진 지 2주째 되는 날이다. 조사 결과 WBC 시작 전과 후의 보도량의 차이가 커 WBC 시작 후에 보도된 기사로 분석대상을 한정하였다. 이번 WBC 대회의 경우 대회 시작 전 대표집 소집이 전 대회에 비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보도량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분석 기간을 이와 같이 정한 이유는 프로야구가 개막되어(4월 4일) WBC 관련 보도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도를 살펴보면 중앙일보가 다소 높은 빈도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2>. 구체적으로 신문들이 어떠한 보도양상을 보이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WBC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23일(준결승전 다음날)부터 25일까지(결승전 다음날) 각 신문의 내용을 분석하였다.

민족주의 자극하는 기사 많아

<표3>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각 신문 기사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사실보도’ ‘민족주의 자극’ ‘영웅 만들기’ ‘인용 보도’ 등 네 가지 유목으로 기사를 분류해 볼 수 있었다. 사실보도는 경기승패와 같은 단순한 사실 보도이고, 민족주의 자극은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등 민족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여기에 분류하였다. 영웅 만들기는 김인식 감독 등의 얘기를 다루면서 한 개인을 영웅화하는 기사를 분류하였다. 민족주의와 영웅 만들기를 따로 분류하긴 하였지만, 이들은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독자의 감성에 호소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보도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용 보도는 직접적으로 WBC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WBC를 단순히 인용한 기사를 말한다. 즉 WBC가 기사의 주된 테마가 아니라 필요해 의해 인용만 된 보도 유형을 뜻하는 것이다. 
 분류 후에 카이검증을 통해 신문사별로 각 유형의 기사가 얼마만큼 나타났는지를 살펴보았다. 카이검증을 통해 신문사 간 차이를 알아본 결과, 신문사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sig=.427). 특이할 만한 사실은 ‘민족주의 자극’에 해당하는 기사가 42개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42%). 또한 ‘영웅 만들기’로 분류된 기사도 18개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내용의 기사가 60%가량 발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얘기해 주는 것은 신문들이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연아 관련 보도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한 3월 29일을 기점으로 일주일 전인 3월 22일부터 4월 7일까지의 김연아 관련 보도량을 알아보았다.
 김연아 관련 보도는 WBC 때와는 다르게 신문의 정파적 성향에 따라 보도량의 차이가 나타났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각기 33건, 32건, 31건의 김연아 관련 보도를 한 데 비해 한겨레의 경우는 그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5건의 김연아 관련 보도가 이루어졌다. 
 WBC 분석 때와 마찬가지 유목으로 김연아 관련 보도에 대한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기간은 결승전이 치러진 29일부터 전날인 28일과 결승 다음날인 30일, 그리고 31일 등 삼일이었다. 결승전 당일인 29일은 일요일로 신문이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분석기간에서 제외했다.

 내용분석 결과 신문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sig<.05).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한겨레의 보도 건수가 나머지 세 개 신문의 보도 건수와 차이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연아 관련 기사의 경우에는 영웅 만들기 기사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것은 WBC 때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야구와 달리 김연아라는 개인이 일구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도출된 결과로 보인다. 유목을 나누어 분석을 하긴 했지만, 민족주의 자극이나 영웅 만들기나 비슷한 유형의 기사라고 볼 수 있다. 즉 특정 이슈나 스포츠 스타를 부각시킴으로써 민족주의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WBC 관련 보도나 김연아 관련 보도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종류의 기사가 가장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 올바른 판단 흐릴 수 있어

WBC와 김연아 관련 방송 보도는 노종면 언론노조 YTN 지부장 구속 등 중요한 이슈의 비중을 축소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문의 경우 보도량의 비중 면에서는 방송보다 떨어졌지만(카인즈 검색결과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아시아투데이 등 전체기사 5,410건 중 569건(10.5%), 김연아 관련 보도는 전체기사 5004건 중 188건(3.8%)으로 방송보도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보여 주었다) 내용 면에서는 방송보도와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감정적인 연성 뉴스를 양산해 냈다. 이러한 보도는 방송보도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관심을 특정 사안에 묶어 놓음으로써 다른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때문에 국민들이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도태도가 포퓰리즘적 보도로 이어져 선정적인 보도행태를 보여서도 안 될 것이다. 심층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신문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보도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5월호 신문비평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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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가.. 2009.05.06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정신이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내셔널리즘'아니던가요?
    영국인 맨유팬이라고 해서 국대전에서 영국놔두고 박지성 응원하나요?

    건전한 내셔널리즘을 굳이 영웅만들기의 저속한 민족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좀 지나친 걱정이라고 봅니다.

    ....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정치적 문제들의 언급을 줄여가며 스포츠로 가리려는 언론의 행태는,
    정말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