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같은뉴스 다른생각14
소통을 위한 ‘인터뷰 운동’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번 학기에 나의 ‘한국언론사’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3편의 인터뷰 기사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각 20매(200자 원고) 이상이니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리포트 제출과 동시에 지역 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에 시민기자로 등록해 곧장 올리도록 했으니 자신의 글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부담도 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언론사를 커뮤니케이션사로 확장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한 인물에 대해 역사적으로 탐구하는 것 이상 좋은 커뮤니케이션사 연구는 없다는 취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의 보통사람을 인터뷰 대상으로 삼아 대화를 나누는 것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랑을 키우는 ‘지역운동’임을 역설했다.
 그런 취지에 공감해준 걸까? 학생들이 제출한 1차 리포트는 열정과 재치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사람과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유익한데다 재미도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1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리포트를 다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소통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엔 소통의 실종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왜 그럴까? 모두 다 성급하기 때문이다. 소통은 경청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그런데 우리 시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적?정신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리포트는 인터뷰가 소통의 특효약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예컨대, 자신의 부모를 인터뷰 대상으로 삼은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그간 전혀 몰랐던 부모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돼 좋았다는 것이다.
 이 이치는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친구관계, 이웃관계, 사제관계, 민관(民官) 관계, 정치인-유권자 관계, 상인-고객 관계 등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 인터뷰가 소통의 출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소통을 위해 지역 차원의 ‘인터뷰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언론매체는 물론 각 기관의 홍보지에서부터 아파트 반상회?부녀회 회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소박한 인터뷰 기사가 철철 흘러넘치게끔 경청과 역지사지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인터뷰를 즐겨보자

인터뷰 기사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으면 의미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 반대는 성립되기 어렵다. 재미있는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 기법을 다룬 책을 한권 소개하고 싶다. 지난 96년 한국언론연구원이 출간한 ‘인터뷰 기법’이다. 오래된 책인데다 ‘비매품’이어서, 이 지면에 5개의 명언만 간추려 제시하면서 간단히 해설을 덧붙이고자 한다. ‘인터뷰 운동’이 범국민운동이 될 걸 기대하는 바,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이다.
(1) “인터뷰는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과 흡사하다. 인터뷰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오리아나 팔라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낼 책임은 인터뷰어에게 있다. 이야기를 어디로 몰고 갈 것인가? 이게 중요하다. 초보 운전자는 ‘어디로’보다는 그냥 차가 굴러가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2) “마이크 월리스는 상대방의 이야기나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한 단어짜리 응답(‘맞아요’, ‘그래서요?’, ‘그래요?’)으로 맞장구를 쳐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선 맞장구를 종종 쳐줄 게 아니라 늘 쳐줘야 한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3) “어떤 형태의 인터뷰에서건 가장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기법을 소개한다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뻔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가만히 살펴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인터뷰 담당자는 의외로 적다.”(테드 코펠) 인터뷰는 대화다. 인터뷰이에게 다음에 물어볼 것에만 신경 쓰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 나와도 그걸 파고들지 못한다.
 (4) “나는 어느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며 또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로저 머드) 인터뷰이가 보통사람일 경우엔 이게 가장 중요한 철칙이다. 관심이 메마른 세상에서 관심 이상 가는 무기가 또 있으랴.
 (5)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 자체가 불필요할 정도로 주제와 내용을 소상하게 파악하는 일이다.”(니콜러스 필레기) 인물과 주제에 대한 철저한 예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터뷰어가 간단히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인터뷰이로 하여금 장황하게 설명하게 하는 건 인터뷰이뿐만 아니라 독자에 대한 결례다. 인터뷰는 응용의 수준으로 나아가야지 기초에만 머무르면 안된다.
 이탈리아의 인터뷰 전문기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오리아나 팔라치(1929~2006)는 “인터뷰는 섹스”라고 단언했다. 섹스를 불경하게 볼 사람들이 있는데다 그 뜻을 오해할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연애’ 정도로 순화시켜 말하는 게 좋겠다. 연애 하는 기분으로 인터뷰를 즐겨 보자. 소통의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5월호 미디어포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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