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처음 보도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전 세계 대부분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SI라 표기하였다. 그러나 결국 ‘Influenza A(H1N1)’ 즉 사람의 인플루엔자 A(H1N1)형으로 정정하게 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신종플루, 물새 탓’이라는 제명 하에 신종플루가 물새와 사람에게서 유래되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물새류, 특히 야생 오리류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연계 보독원(reservoir)이다. 전 세계 물새류들이 모여 드는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등의 호수는 모든 아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거대한 공장이다.

국민보건 및 안전과 관련되어 각계각층의 민감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금번 신종플루와 같은 사건을 다루는 데 우리 언론이 국제기구나 해외 언론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과학적 상식에 근거한 정확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국제 언론을 선도하는 위치에 섰으면 한다.


이름 표기 두고 혼선
유래, 종류 등 알고 보도하자


‘신종플루’ 관련 보도내용

박최규 수의학박사,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진단센터 바이러스진단연구실장


 ‘신종플루’가 처음 보도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SI라 표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명명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고, WHO에서는 그러한 논란 속에서도 SI라는 명명을 고수하겠다고 한동안 버티다가 결국 ‘Influenza A(H1N1)’ 즉 사람의 인플루엔자 A(H1N1)형으로 정정하기에 이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명명은 기실 WHO가 1972년에 발표한 명명법을 국제적으로 따르고 있는데, 금번 경우는 그 명명법을 만든 WHO가 자신이 만든 과학적 상식(scientific common sense)을 지키지 않았기에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한 양돈업의 피해와 소비자들의 불안은 물론이고, 국민-정부, 소비자-양돈업 등 상호 간의 불신이 당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필자는 4월 28일자 연합뉴스 김동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처음으로 돼지 인플루엔자(SI)란 명칭이 정확한 명칭이 아니며, 스페인독감이나 홍콩독감과 같이 멕시코독감으로 명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전 세계 언론과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명명하고 있었다.

돼지 인플루엔자? 멕시코 독감?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A형, B형 또는 C형 인플루엔자라고 불리고 있다<표1>. 3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 B형과 C형은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낮은 반면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잘 일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아형(subtype)이 존재한다. 같은 아형이더라도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류하기 위하여 표준명명법이 제정되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2개의 표면단백질 즉 혈구응집소(Hemagglutinin,HA)와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NA)의 종류에 따라 세분한다. 16개의 HA 아형과 9개의 NA아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두 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144(16×9)개의 아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아형이더라도 HA 및 NA 유전자의 특성이 다르거나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또 다른 6개의 유전자의 종류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한 지역과 연도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여 명명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한국에서 사람에게 H1N1형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여 최초로 바이러스를 분리하였다면 이 바이러스의 명명은 ‘바이러스형/지역명/바이러스 분리주의 고유번호/분리연도/바이러스 아형’을 고려하여 ‘A/Korea/01/2009(H1N1)’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국제표준명명법에 맞게 표기한 것이다. 만약 이 바이러스가 사람이 아닌 돼지에서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되고 분리되었다면, ‘A/Swine/Korea/01/2009(H1N1)’와 같이 바이러스형 다음에 해당 동물의 종(swine=돼지)을 넣어 사람이 아닌 동물 유래 바이러스임을 밝히게 된다.
이러한 명명법을 기본으로 금번 신종플루를 명명한다면  ‘A/Mexico/2009(H1N1)’ 또는 ‘A/North America/2009(H1N1)’로 명명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람의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였을 경우에는 학술적인 명명을 다 인용하기보다는 최초 발생(또는 바이러스가 분리)된 지역명을 따서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등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표 2>. 따라서 이번 신종플루의 경우도 당연히 발생의 진원지를 인용하여 멕시코독감(Mexican flu) 또는 북미독감(North American flu)으로 명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신종플루 물새탓’
새롭진 않아도 적절했던 지적 

  발생초기 WHO 측에서 신종플루를 돼지 인플루엔자의 사람감염 예(Human case of swine influenza)라고 발표하면서 마치 이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유래한 바이러스임이 확인된 것 같은 암시를 강하게 주었다. 그러나 발생지역의 양돈장(돼지)에서는 이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캐나다에서는 멕시코를 방문하고 돌아온 농장 관리자에 의해서 돼지가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에서는 ‘신종플루, 물새 탓’이라는 제명 하에 신종플루가 물새와 사람에게서 유래되었다는 기사를 보도하였다.
 물새류, 특히 야생 오리류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연계 보독원(reservoir)이다. 이 조류집단에서는 모든 아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순환감염되고 있으나 자연숙주로 잘 적응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은 감염되어도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 대부분 호흡기로 감염되는 다른 동물종과 달리 조류는 소화기관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때문에 감염된 조류는 분변으로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배설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차가운 호수 물에서 일정기간 생존할 수 있으므로 분변으로 배설된 바이러스가 호수 물을 오염시키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신 물새류가 다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와 같이 전 세계 물새류들이 번식하기 위해 모여 드는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등의 호수는 모든 아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거대한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번식기가 끝나고 철새 이동을 시작하기 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분리율이 최고로 높아지는데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는 어린 새들이 집단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염된 물새류들이 철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전 세계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숙주인 물새류에서 다른 숙주동물(포유동물이나 사육조류 등)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대부분은 감염집단에서 일시적으로 유행하면서 피해를 입히고는 소멸되지만 드물게는 새로운 숙주동물 집단에서 적응하여 장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신종플루 물새 탓’ 즉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물새에서 유래되었다는 기사내용도 새롭고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당연한 과학적 상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돼지가 무슨 죄?
대유행 독감의 혼합용기


  과학자들은 미래에 대유행 인플루엔자가 발생한다면 과거의 전례와 같이 아마 이전에 사람에게 전혀 면역이 된 바 없는 HA 표면단백질을 가진 조류-유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극복하고 어떻게 인류에게 유입되어 전파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2가지의 유력한 가설이 있다. 첫째, 조류 바이러스가 직접 사람에게 감염되어 적응하거나 사람의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편성을 통하여 사람에게 지속감염이 가능한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인데, 1997년 홍콩에서 조류의 H5N1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먼저 돼지에 감염되어 포유동물에 적응된 바이러스 또는 조류/돼지/사람의 유전자를 가지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인데, 과거 대유행하였던 아시아독감이나 홍콩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양한 동물(돼지, 말, 밍크, 수생 포유동물)과 조류 그리고 사람에서 분리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종간 전염은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 이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의 종간 장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바이러스와 숙주세포의 수용체설이 그중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이다.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내로 침입하여 증식하기 위해서는 일단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부착해야 하는데 바이러스가 부착되는 부위가 바로 세포의 수용체이다. 그런데 이 세포수용체의 종류가 조류와 포유동물이 달라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수용체에,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은 포유동물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수용체에 제한적으로 결합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같은)가 아닌 경우에는 조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감염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돼지는 조류 바이러스와 포유동물의 세포수용체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돼지 인플루엔자는 물론 조류 바이러스와 사람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이 가능하며, 이러한 혼합감염이 잦아지다 보면 앞에서 설명한 바이러스의 대변이 과정에 의해 사람에게 감염이 가능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돼지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돼지를 소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혼합용기 즉 ‘mixing vessel’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WHO에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사람 감염 예라고 표현하면서 이번 신종플루가 돼지에서 유래하였음을 강조한 것도 인플루엔자 생태계에서 돼지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역할을 각별하게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돼지 인플루엔자는
쉽게 사람에게 감염되는가?

  돼지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쉽게 감염되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자면, 결론적으로 아니다. 모든 아형이 감염되는 조류와는 달리 포유동물의 경우에는 동물종마다 특정 아형의 바이러스가 종 특이적으로 감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연관성을 분석해 보면 동물종마다 감염되는 유전자의 계보 역시 각 동물종마다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돼지의 H1N1 아형과 사람의 H1N1 아형의 경우 아형은 동일하지만 항원적으로나 유전적으로 서로 특성이 다른 바이러스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돼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돼지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양돈장 종사자 등)에게 산발적으로 감염되어 내과하는 경우는 있지만 갑자기 사람과 사람 간에 전파되어 확산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발적이더라도 돼지나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감염되거나 돼지에게 조류와 사람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되어 사람에게 전파가 가능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대유행 독감을 막으려면
수의학·의학·언론 노력 필요해 

  대유행 독감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수의학 분야의 역할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의학 분야에서 효과적인 예방약을 개발, 공급함으로써 돼지와 사육조류에서 인플루엔자 발생을 방지한다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만약을 대비하여 인플루엔자 예방약을 만들기 위하여 꼭 필요한 수정란을 국내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반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0일 정도 부화시킨 부화란에 접종하여 대량 배양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계란은 식용란과는 달리 병아리 부화가 가능한 계란 즉 수정란을 사용한다. 국내 생산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평소 연구에 사용하는 특정 병원체가 없는 SPE 수정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의학 분야에서는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거꾸로 감염되지 않도록 양돈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의무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동 구축하여 사람과 동물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함으로써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은 물론 예방약 후보 바이러스를 사전에 선발, 확보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의학과 수의학 분야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국민보건 및 안전과 관련되어 각계각층의 민감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금번 신종플루와 같은 사건을 다루는 데 우리 언론이 국제기구나 해외 언론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과학적 상식에 근거한 정확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국제 언론을 선도하는 위치에 섰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시간문제일 뿐인 대유행 독감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방안 모색에 대한 기사가 더 많이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6월호 전문가진단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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