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 관련 쟁점

문재완·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은 노무현 정부의 산물이다. 언론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제정된 법률이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가 발동을 걸었고,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앞장섰다. 법률의 제정으로 권한이 대폭 늘어나게 된 언론중재위원회가 내심 지원한 법이다. 언론의 자유보다 시민의 인격권 침해를 더 존중한 법이기에 시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일부 학자들은 크게 반대하였던 법이다.

중재법 대상 확대 분위기 확산
세월이 흘러 정권이 바뀌었다. 한 시민단체는 대못 빼기 토론회를 열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가 박아 놓은 대못들을 뽑아야 우리나라가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개정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언론중재법은 3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 버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언론중재법을 폐지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한 규제론이 대두되면서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 때문에 피해를 보았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언론중재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수시로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9월 9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포털에 대하여 “언론으로 보면 신문법에 넣고, 규제만 한다면 언론중재법에 넣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중재법에 넣는 게 맞다고 보지만 결국 여야 합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한나라당 방송개혁특위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도 그 다음날 다른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포털에 관한 규정을 신문법에 넣느냐, 언론중재법에 넣느냐 말이 많은데 별도의 법안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고 말하였다.

당초 우려보다 부작용 적었다
이러한 논의의 전제는 언론중재법이 정당한 법이라는 것이고, 바람직한 법이라는 것이다. 언론중재법이 처음 도입되던 당시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일부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리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는 언론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언론매체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누구나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언론의 자유보다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폐해가 부각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둘째, 언론사 간 싸움이 잦아지면서 언론사에 대한 비호감의 정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매체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신문과 방송 간, 보수신문과 진보신문 간,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간, 일반 매체와 매체 비평 매체 간 견제가 심해지면서 언론매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확산일로다.

셋째, 언론중재법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실제 효과가 당초 우려보다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즉 언론중재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1)언론중재의 대상에 인터넷신문이 포함되고, (2)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 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 언론사의 고의ㆍ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하며, (3)언론중재의 범위가 손해배상청구에까지 확대되었으며, (4)언론의 보도 내용이 국가적 법익이나 사회적 법익 또는 다른 사람의 법익을 침해할 경우 해당 언론사에 그 시정을 권고하고 이를 공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자유로운 언론 활동에 대한 위축이 우려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났지만 언론사의 큰 반발이 없는 것을 보면 실제 위축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결정 후 모든 논의 수준이 헌법재판소의 인식 수준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나 개정하여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헌재가 위헌이라고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문에 적힌 문구 하나하나에 집착하여 그 이상 개선하고자 하는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헌재 결정은 해당 법률이 윤곽규범으로서 우리 헌법의 틀에서 벗어난 것인지 여부만 판단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헌재가 결정한 것 이상은 논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그 이상을 담당할 책임이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운이다.

언론자유 위축 조항 제거해야
2008년 언론중재법의 개정 논의는 세 방향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위헌 요소의 제거다. 둘째, 인터넷 포털 등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새로운 매체로 인하여 발생하는 인격권 침해에 대한 구제제도의 확립방안이다. 셋째, 언론피해 구제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다.

첫 번째와 관련, 언론중재법이 개정되어야 할 부분은 정정보도 청구의 소를 일반의 재판절차에 따른 ‘입증’이 아닌, 가처분 절차에 따른 ‘소명’만으로 인용될 수 있게 한 언론중재법 제26조 제6항이다. 헌재는 ‘언론사에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언론의 자유를 매우 위축시킨다’고 판단하였다. 즉 ‘만일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는 소명만으로 정정보도 책임을 지게 된다면’ 언론사는 ‘사후의 분쟁에 대비하여 진실임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ㆍ확보하지 못하는 한, 사실 주장에 대한 보도를 주저하게 될 것’이므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정보도 청구의 요건으로 ‘언론사의 고의ㆍ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14조 제2항과 ‘정정보도의 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31조 후문에 대하여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이 두 조문은 언론중재법 도입 초부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종래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기반으로 인정하여 오던 정정보도청구권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그 법적 성격조차 애매하여 논란이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청구권을 종래의 정정보도청구권과 달리 언론사의 귀책사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로 파악하였다. 즉 ‘행위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진실에 반하는 보도로 인한 객관적 피해상태의 교정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권리라는 것이다. 헌재 결정문에 집착하는 현 분위기로 추측건대, 앞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는 정정보도청구권의 존폐가 아니며, 정정보도청구의 행사 방법으로서 재판절차에 관한 것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로 범위 확대는 검토 필요
두 번째 쟁점, 즉 인터넷 포털을 언론중재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의 문제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언론중재법은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 등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 그 구제제도로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터넷 포털을 언론중재법의 적용대상으로 넣는다는 의미는 인터넷 포털도 언론사의 한 종류로 본다는 것인데,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포털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를 전달할 뿐인데, 언론사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뉴스 전달만으로도 언론사이며, 따라서 언론중재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법률에 규정하면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먼저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가 따로 있는데, 이를 중개한 인터넷 포털을 상대로 반론보도청구, 정정보도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통상의 구제절차를 허용하는 것이 적정한지도 의문이고, 설사 적정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법이 효율적인지 회의적이다. 오히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로 야기되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침해 사건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또 구제방법도 문제가 되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하는 편이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보다 피해의 확산을 막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인터넷 포털에서 발생하는 인격권 침해 사건은 언론사의 보도에 네티즌의 댓글이 추가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포털을 언론사로 규정한다고 할 경우 네티즌의 댓글을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볼 것인지가 또 다른 문제로 발생한다. 현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10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 중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와 관련된 분쟁의 조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를 두도록 하였으며, 실제로 지난 7월 2일 명예훼손 분쟁조정부가 구성되었다. 앞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것이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 역할 분담이다.

유기적인 종합방안이 마련하자
세 번째 쟁점은 우리나라 언론보도 피해구제법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여서 이번 개정 논의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지 사실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언론중재법이 언론중재위원회의 기능 강화라는 결과만 낳았을 뿐, 다매체 시대에 걸맞은 언론피해구제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처럼 언론중재위가 피해구제 상담부터 조정 및 중재는 물론 언론사에 대한 시정권고까지 모두 맡는 것이 타당한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언론중재위와 방통심의위원회 간 역할 분담 및 언론중재위와 법원 간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시각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언론중재법이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종합적인 법률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언론보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인격권 침해에 관해서는 민법, 형법, 정보통신망법, 공직선거법 등에서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어 그렇지도 못하다. 또 각 법규 간 일관성도 없어,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는 민ㆍ형법상 인정되지만 정보통신망법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구제의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준이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현황을 지켜 볼 때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내용을 단순히 조정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8년 10월호 특집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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