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 논의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요 쟁점

김광호·서울산업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9월 8일 문을 연 18대 정기국회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회기 동안 국내 미디어 산업의 현안들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은 방송법, 신문법, 언론중재법 등을 개정해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각 미디어 영역을 뛰어넘는 융합과 아울러 새 사업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의 이런 미디어 정책이야말로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여론독과점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도 이명박 정부의 법제화 작업을 저지하는 투쟁에 나설 방침이어서 미디어 관련법 제·개정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쟁점 이외에도 미디어 영역의 중요한 주제들 중에서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입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영역들이 있다. 여기서는 이와 관련해 최근 논의되고 있거나 주목받고 있는 이슈들을 정리하여 보도록 한다.

방송통신 통합법 등장
공익규정 등 누락 위험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제개혁특별위원회’와 부처 내의 ‘통합법추진전단팀(TF)’을 운영하며 여기에서 방송통신 융합의 기본정책을 정의하는 기본법과 방송통신 관련 사업의 운영 및 행정 사항을 관할하는 사업법으로 이원화하고, 과거 정보통신부 관할의 통신 관련 법을 새로운 정부조직 개편 결과에 맞게 제정하는 입법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표 > 방통위의 방송통신 통합법제 제정 및 관련 법 정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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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방송통신 통합법제의 추진 과정에 몇 가지 쟁점이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쟁점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칭 ‘방송통신기본법’과 ‘방송통신사업법’으로 구분하여 통합법제를 제정할 경우, 사업법 성격 이외의 방송법 조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에 관한 공익 규정(방송의 공적 책무, 편성의 자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등) 및 내용 심의에 관한 사항 등 사업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조항을 처리하는 방안이 쟁점이다.

둘째,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KBS 관련 조항을 사업법에 포함시킬 것인가 아니면 분리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성격상 KBS의 운영에 관한 사항이라 사업법에 포함되어도 무리가 없으나,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EBS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따로 두고 있다는 차원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셋째, 통합법제에 담겨야 할 수평규제 체계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전송과 콘텐츠 계층을 수직으로 결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
 
보편적 서비스 위해
구체적 법제 마련 필요

이번 법안에서는 보편적 서비스나 공익성을 구현하기 위한 어떤 방향도, 정책수단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방송에서의 보편적 서비스는 디지털화가 되면서 보편적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고 서비스를 받는 시청자들은 여기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방송에서의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 왜 지금 이 시점에 법제화가 되어야 하고 이런 논의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되어 온 지상파 방송에서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수상기나 디지털 신호를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기 위한 컨버터 설치 관련 비용과 이용 편의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둘째, 미디어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특정 장르의 프로그램에 편향된 방송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주제, 내용, 장르, 이념의 다양성 같은 방송의 주된 공적인 가치 가운데 하나였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셋째,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없지만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적 프로그램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넷째,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점점 더 향상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은 상당 부분이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고 그 결과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층이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제공하게 되면서 이용자의 경제적인 부담이 증가한다.

다섯째,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많이 나는 지역이나 계층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먼저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제도 자체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방송을 위한 방송에서의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기금이라는 것은 사실 없다.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평등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취약 계층에 대한 방송 접근 문제도 같이 풀어 가야 한다.

통신의 보편적 서비스의 규정처럼 방송 영역에서도 보편적 서비스가 암묵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제공 범위, 제공 사업자,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기금 마련에 이르기까지 좀더 구체화해 법제화를 해야 할 것이다.

시장중심적 주파수 정책
공익성중심 재검토 필요

2008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상황에서 주파수 활용의 산업적인 논의와 주파수 경매제 논의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논의의 방향은 이렇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시장친화적인 산업론이 미디어 이용 및 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그에 따라 주파수 관리 역시 시장친화적으로 간다. 다음으로 주파수의 활용도와 필요성이 크게 늘고 주파수가 희소성이 높은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주파수를 경제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적으로 국가의 관리 대상이었던 주파수가 상품으로서 인식되게 되었다. 국내를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에서 시장중심적인 방향으로 주파수 관리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주파수 대역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황금주파수를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고 있어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이 7~8년째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 TV와 이동전화의 주파수 간섭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방송사들의 방송 구역이 과도하게 넓어 주파수 고갈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800㎒ 주파수의 경우 국내 주파수 혼신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2012년 본격 시작되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채널 배정과 관련한 이해 조정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주파수 배치에 관한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효율적인 주파수 재배치가 쉽지 않게 되었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주파수에 대한 공익적 활용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방송용 주파수 정책에 있어서는 기술이나 경제적 효율성만큼이나 방송을 통해 구현되는 공익성을 중시하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현재와 미래 방송용 주파수 수요에 부합되는 주파수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난시청 해소를 기본으로 2012년까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후에는 최적의 디지털 방송 서비스 구역 확보를 위한 주파수 배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지상파 방송의 미래 서비스 도입을 위한 주파수 정책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는 주파수 정책목표와 추진 틀을 시대 상황에 적합하도록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주파수 재배치 문제를  광범위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이를 위해서는 주파수에 관한 공익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방통위와 방송심의위
역할과 권한 정리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8조에 의해 설치되었다. 심의위원회 기능을 먼저 살펴보면 심의위원회는 방송과 정보통신의 내용에 대한, 이른바 수준 기속적 기준의 준수 내지는 위반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것을 핵심적 기능으로 한다. 이러한 심의의결의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즉 심의위원회는 제재조치 처분 등의 내용을 결정하는 의결권한을 가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5항에 보면 위원회는 제3항에 따라 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 조치 처분을 요청 받을 때에는 방송법 또는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사업자 등에 대하여 그 제재 조치의 처분을 명령하여야 한다.

심의위원회를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 할 때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면 외부의 독자적인 의사 표시를 못하게 된다. 그랬을 때 심의위원회는 직접 국민과 권리의무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국민과 직접적인 권리의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이다. 

또한 독립적 직무수행을 위한 장치로서 위반여부에 대한 심의의결 기능과 관련해 심의위원회의 결정 내용이 함부로 취소되거나 변경될 수 없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로 결정한 제재조치에 대한 내용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심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심의위원회의 결정 내용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취소되거나 변경됨으로써 법적 구속력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게 된다.

이외 당사자 의견진술 절차가 방통위와 중복되고 방통심의위가 조치 수용여부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기껏해야 경미한 심의규정 위반 사업자 등에 대한 권고 및 의견제시만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산하기관으로서 의결권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을 얼마나 규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심의위원회의 위상과 독립성, 심의의 공공성과 공정성에 대한 정부 부처의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8년 10월호 특집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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