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피가로의 프랑시스 모렐(Francis Morel) 회장은 휴일 발행을 중단함으로써 하루에 약 10만유로 상당의 제작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휴일에는 신문 판매가 눈에 띄게 하락하는데다가 구독자들에게는 사흘이 지나야 신문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공휴일 신문 발행에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일간지들 공휴일 발행 포기

                                                           송영주  한국언론재단 프랑스 통신원, 파리3대학 박사과정



휴일의 여유로운 오전,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며 신문을 뒤적거리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은 앞으로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 계속되는 경영상태 악화와 독자들의 이용 행태 변화에 따라 리베라시옹과 르피가로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몇몇 휴일에는 더 이상 신문을 발행하지 않기로 잇따라 결정한 것이다.

신문사마다 발행 안하는 휴일 지정

리베라시옹은 5월 8일(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예수 승천절, 11월 11일(휴전 기념일), 12월 25일과 1월 1일에는 더 이상 신문을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베라시옹의 발표에 며칠 앞서 르피가로 역시 이와 비슷한 결정을 내렸는데, 특별한 뉴스가 있지 않은 이상 8월 15일(성모 승천제), 12월 25일과 1월 1일에 신문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는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두 신문이 선택한 공휴일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날이다. 게다가 특별한 뉴스가 있지 않은 이상 발행하지 않는다니 독자들로서는 휴일 아침 평소에 읽던 신문을 사러 나가야 할지 말지 판단이 애매해졌다. 결국 독자들은 이제 공휴일에 아예 신문을 사러 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같이 공휴일에 발행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신문은 르피가로와 리베라시옹뿐만이 아니다. 경제 일간지인 라트리뷴과 레제코, 전국 일간지 라크루아와 류마니테는 이미 예전부터 공휴일 발행을 중단한 상태이다. 무료 일간지의 경우에는 창간했을 때부터 공휴일뿐만 아니라 여름과 겨울 대중교통의 유동인구 수가 줄어드는 휴가철에는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다. 반면에 르몽드와 르파리지앵/오주르디 앙 프랑스(Le Parisien/Aujourd’hui en France)는 5월 1일(노동절)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에 발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르몽드의 경우에는 석간신문이기 때문에 공휴일 전날 저녁부터 판매가 시작되고 이틀에 걸쳐 판매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다른 일간지들보다는 손해가 적은 편이다.
르피가로와 리베라시옹 모두 휴일 발행 중단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 언론 산업의 위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리베라시옹은 2006년에 이미 85명의 인원을 줄여야 했고 2009년 2월에는 아홉 명의 직원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 판매부수는 12만 8,000부로 전년보다 6.8% 하락한 상태이다. 르피가로 역시 지난 2008년 4월에 80여 명의 인원 삭감을 실시해야만 했다. 2008년 판매부수는 전년 대비 약 2.4%가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판매부수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실제로 경영진들은 신문이 존속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일까?
르피가로의 프랑시스 모렐 회장은 휴일 발행을 중단함으로써 하루에 약 10만 유로 상당의 제작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휴일에는 신문 판매가 눈에 띄게 하락하는 데다 구독자들은 사흘이 지나야 신문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공휴일 신문 발행에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리베라시옹의 나탈리 콜랭 사장은 상당수의 신문 판매소가 문을 닫는데 모든 편집부를 동원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이냐며 이 같은 조치로 한 해 동안 작업 시간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공휴일에는 직원들이 휴가나 월차를 내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쇄매체 퇴보의 첫 발자국?


공휴일 발행 중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문사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상당수의 판매소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베라시옹 편집부장 프랑수아 세르정은 너무 많은 신문 판매소가 문을 닫기 때문에 오히려 신문을 발행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휴일에 열려 있는 신문 가판대 수는 전체의 60%뿐인 데다가 수도권 지역은 고작 40% 안팎이라 신문 판매의 대부분이 가판대 판매로 이루어지는 프랑스 언론 산업의 특성상 휴일에는 신문을 발행해 봤자 경제적인 손실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문 판매망을 담당하는 파리신문배달회사(NMPP)의 입장은 다르다. 파리신문배달회사는 공휴일에 문을 여는 판매소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전체 3만 개 신문 판매소 중 1만 8,000개가 영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오히려 일요일에 문을 여는 판매소들과 비슷한 수치라고 주장한다. 물론 공휴일이 일주일 중 어느 요일이냐에 달려 있으며 특히 판매소의 해당 지역 일간지가 발행을 하느냐에 따라 이 수치는 달라진다. 지방의 경우에는 그 지역 일간지가 신문 판매소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기 때문에 지역 일간지가 발행되는 공휴일에는 영업을 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계산 하에서다.
프랑스 신문들의 이러한 결정이 인쇄매체의 퇴보로 가는 첫 번째 발자국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1년 중 수익성이 없는 날 신문 발행을 중단하기 시작하면 결국 일주일에 몇 번만 발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쇄노조 측은 이러한 논리로 밀고 나간다면 머지않아 프랑스 권위지들이 무료신문들과 마찬가지로 휴가철에는 아예 발행을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특히 최근 종이 매체를 버리고 인터넷판만 발행하는 미국 일간지들의 예를 들며 프랑스 언론 역시 엄청난 변화의 전조에 직면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고 있다.
미디어 경제 전문가인 장클레망 텍시에는 “힘든 시기의 경제적인 이유 이상으로 인터넷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따라서 신문사들이 매일 종이신문을 통해 같은 방법으로 독자들을 만나야 하는 필요성에 의문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미 신문사들은 독자들이 여유롭게 독서를 할 시간이 있는 주말판 신문의 콘텐츠에 차별화를 두는 것을 시작으로 금요일판도 바꿨다. 텍시에는 독자들이 공휴일 신문보다는 오히려 공휴일 전날의 신문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따라서 신문사들이 공휴일 전날 신문의 편집을 강화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은 아닌지를 자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하튼 두 신문의 공휴일 발행 중단은 지난 인쇄매체 대책위원회에서 언론사들이 강력히 요구했던, 또 위원회가 받아들인 ‘일요일 및 공휴일 신문 배달망 개선’에 대한 제안과는 상반된 결정이다. 종이신문을 사랑하는 몇 안 남은 독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인쇄매체 대책위원회 이후 변화한 것이 없기 때문에 언론 산업의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신문사들의 경영 전략을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7월호 미디어월드와이드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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