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현행 피의사실 보도 중 가장 개선되어야 할 내용에 대해서는 37.7%인 176명이 여론재판식 단정보도를 지적했다. 기자(33.3%), PD(31.0%), 언론학자(42.3%) 모두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다음은 검찰/경찰 발표 그대로 보도하기(28.1%), 피의사실 관련 의혹 제기하기(14.3%), 피의사실과 관련 없는 피의자 신상보도(11.3%) 순이었다.


여론 재판식 보도가 가장 문제
언론인, 언론학자 설문조사

조동시 기자  dscho@kpf.or.kr
정대필 기자  feel@kpf.or.kr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 가운데 85.7%가 ‘현행 피의사실 보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피의사실 보도 중 가장 개선되어야 할 내용은 ‘여론 재판식 단정(유무죄 추정) 보도’(37.7%)와 ‘검찰/경찰의 발표 그대로 보도하기’(28.1%)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검찰/경찰 등의 현행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4.2%로 ‘잘하고 있다’(14.4%)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내용은 월간 <신문과방송>에 최근 피의사실공표와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에 대한 개선 논의와 관련해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이번 설문은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신문과방송>이 확보하고 있는 언론계 종사자와 언론학자 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자는 467명이었는데 기자가 255명(54.6%)으로 가장 많았으며, 언론학자가 104명(22.3%), 언론사 기술/관리/업무직이 53명(11.3%), PD 29명(6.2%) 등의 순이었다. 매체별로는 신문/통신사 소속이 213명(45.6%), 방송사가 100명(21.4%), 인터넷매체 23명(4.9%), 대학(연구소) 101명(21.6%), 언론단체 및 기타가 30명(6.4%)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438명(93.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여성은 29명(6.2%)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23명으로 47.8%, 지방이 239명(51.2%), 기타 5명(1.1%) 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7.1%, 50대 이상이 32.5%로 40대 이상의 응답률(79.6%)이 매우 높았다. 20∼30대의 비율은 20.4%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조사는 인구통계학적 표본 추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응답자가 많은 40~50대 기자와 언론학자들의 의견이 보다 많이 반영된 결과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피의사실공표 잘못 64.2%

먼저 ‘검찰/경찰 등의 현행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잘못하는 편이다’라는 응답이 165명(35.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매우 잘못하고 있다’로 135명(28.9%)이 응답해 전체 응답자의 64.2%가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잘하는 편이다’(12%)와 ‘매우 잘하고 있다’(2.4%)는 매우 적었으며, ‘보통’이라는 응답자는 21.4%(100명)였다. 직종별로 보면 언론학자(41.3%)와 PD(41.4%)는 ‘매우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데 이어 ‘잘못하는 편이다’는 응답이 37.5%와 31.0%로 2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기자들은 ‘잘못하는 편이다’는 응답이 34.1%로 가장 많은데 이어 ‘보통이다’는 응답이 27.8%로 2위를 차지해 다른 응답자와 차이를 보였다.
‘검찰/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경찰이 언론(보도)을 활용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255명(54.6%)로 가장 많았다<표1>. 그 다음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가 101명(21.5%), ‘언론의 공표 요구 때문’이 47명(10.1%), ‘언론의 추측보도나 오보를 막기 위해’가 42명(9.0%) ‘추가 범법사실 제보 등을 위해’가 4명(0.9%) 등의 순이었다. 기타 응답자는 18명이었는데, 정치적 의도, 관행, 예시된 사례의 종합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검찰/경찰 등의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네가지 주장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물은 결과 “피의사실 공표는 현행법 위반이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52.8%가 찬성(매우 그렇다 24.0%, 그런 편이다 28.8%)했다<표2>. 반대한다는 의견은 29.8%(그렇지 않은 편이다 24%, 전혀 그렇지 않다 5.8%)이었다. 직종별로는 기자는 ‘그런 편이다’(28.3%)에 이어 ‘그렇지 않은 편이다’(27.2%)는 응답이 비슷하게 1, 2위를 차지했으며, 찬성 응답자가 다른 직종에 비해 많은 특징을 보였다. PD는 ‘매우 그렇다’가 44.8%로 다른 응답에 비해 두배 이상 많았다. 언론학자는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는 응답이 각각 36명(34.6%)이었다.


피의사실 공표는 기소단계에서 64.0%
 
“피의사실 공표는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성이 49.7%(매우 그렇다 14.8%, 그런 편이다 34.9%), 반대 의견은 37.5%(그렇지 않은 편이다 25.3%, 전혀 그렇지 않다 12.2%)이었다.
“공인일 경우 피의사실 공표를 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성이 58.0%(매우 그렇다 20.9%, 그런 편이다 37.1%), 반대 의견은 33.0%(그렇지 않은 편이다 24.4%, 전혀 그렇지 않다 8.6%)이었다. 기자들은 찬성이 66.2%로 반대(22.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PD들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44.8%로 대등했다. 언론학자는 반대(51.1%)가 찬성(44.7%)보다 약간 많아 공표에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의사실 공표는 사인이라도 무방하다”는 반대가 67.4%로 찬성(17.8%) 보다 많았다. 따라서 언론인들과 학자들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 ‘공익적 목적’ 보다 ‘공인’에 대한 공표에 더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공인에 대한 공개 사례가 많은데다 여러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넓어진 반면, 알권리나 공익적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그 범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데다, 사인의 행위에 대한 기준 또한 보수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어느 시점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소단계가 299명(64.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공판 시작 시기(14.1%), 피의자 소환시(13.5%), 수사착수시기(3.4%) 등의 순이었다. 기타 응답자도 23명(4.9%)이나 됐는데 판결전까지 하지 말자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소환과 기소 사이, 구속영장 청구시, 사안마다 다르게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확인, 반론 확보 후 보도해야 79.9%

검찰/경찰 등이 공표한 피의사실에 대한 언론의 보도 관행을 평가하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국가기관의 발표이므로 즉시 보도해도 된다”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35.5%, 166명)에 비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43.9%, 205명)가 더 많았다<표3>. 특히 언론학자와 PD들이 더 비판적이었다. 언론학자들의 60.5%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은 편이다 36.5%, 전혀 그렇지 않다 24.0%)고 응답했고 PD들도 58.6%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의 응답은 달랐다. 그렇다가 44.3%(매우 그렇다 9.0%, 그런 편이다 35.3%)로 그렇지 않다(35.7%)에 비해 더 많았다. 특히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는 13.5%에 달한 반면 기자들은 9.4%에 불과했다.
현장 기자들에게는 취재원이 국가기관으로 신뢰할만하기 때문에 보도해도 된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의성과 속보성이라는 언론의 특성을 기자들이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반면 “피의자 취재를 통해 사실 확인이나 반론 확보 후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그렇다’는 응답이 79.9%(매우 그렇다 39.8%, 그런 편이다 40.1%)로 압도적이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8.1%(그렇지 않은 편이다 7.5%, 전혀 그렇지 않다 0.6%)에 불과했다. 국가기관의 발표라고 해서 즉시 보도하는 것 보다는 직접 피의자 취재를 통해서 사실 확인을 하거나 반론을 확보한 후에 보도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학자와 기자집단에서는 상당한 의식 차이가 나타났다. ‘매우 그렇다’에 응답한 언론학자가 52.9%로 기자(33.7%)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반면 언론학자는 ‘그렇지 않다’에 대한 응답이 4.8%로 기자(10.6%)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저널리즘의 원론적인 원칙인 사실 확인과 반론권 보장에 대한 언론학자의 인식이 훨씬 확고하다는 것을 보이는 대목이다.
‘기소 전까지는 보도를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62.2%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24.8%, 그런 편이다 37.4%)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6.3%로 나타났다. 현직 기자들의 답변만을 별도로 보면 응답률이 좀 달라진다. ‘그렇다’는 응답이 54.3%로 낮아지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3.1%로 높아진다. 전체 응답자에 비해 찬반의 격차가 많이 축소된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동시에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언론 관행과 실제 기소 전까지 보도를 유예하기 어렵다는 기자들의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경쟁사가 보도할 것이기 때문에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그렇다’(45.6%)와 ‘그렇지 않다’(40.0%)는 응답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그렇다’는 응답이 52.9%로 전체 응답자에 비해 7.3%나 높았다. ‘그렇지 않다’는 30.2%로 7.8%가 낮았다. 역시 기자들은 언론사간 경쟁이라는 현실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언론인인 PD들의 시각은 좀 달랐다. ‘그렇지 않다’가 62%로 ‘그렇다’(34.5%)에 비해 두배 가까이나 됐다. PD들이 취재 경쟁 환경에 대해서 압박을 덜 느끼거나 아니면 취개 경쟁에 대해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론학자들도 ‘그렇지 않다’(54.8%) 쪽에 손을 들어줬다.


보도 이유는 취재경쟁 때문 51.8%

‘피의사실 공표 보도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언론사간 취재 경쟁’을 꼽은 응답자가 242명(51.8%)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라는 응답이 122명(26.1%), ‘피의자의 뉴스가치 때문’이 77명(16.5%) 순이었다. ‘믿을만한 취재원(검찰/경찰)의 발표라서’라는 응답은 13명(2.8%) 뿐이었다. 피의사실 공표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간의 취재경쟁이라는 문제의식을 기자, PD, 언론학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강도에는 약간의 차이가 드러났다. PD들의 69.0%, 언론학자 중 59.6%가 ‘언론사간 취재경쟁 때문’이라고 응답한데 비해 기자들은 이를 1순위로 꼽기는 했지만 응답률은 46.3%로 다른 직종에 비해 낮았다. 반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라는 응답이 31.8%로 다른 직종(PD 17.2%, 언론학자 15.4%)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응답자가 적기는 했지만(13명) ‘믿을만한 취재원의 발표라서’ 라는 응답도 기자 직종에서 가장 많이(10명) 나왔다.
“공판전 피의사실 공표/보도가 피의자에 대한 언론(여론)재판이 된다”는 시각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이 77.5%(전적으로 동의한다 31.9%, 동의하는 편이다 45.6%)에 달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9%에 불과했다. 피의사실 공표 보도가 언론(여론) 재판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언론인과 언론학자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기자와 PD, 언론학자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기자가 25.5%인 반면 PD는 51.7%, 언론학자는 44.2%로 두 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동의하는 편이다’를 포함한 전체 동의 비율에서도 기자가 74.1%로, PD(82.7%)와 언론학자(83.6%)에 비해 낮았다.

피의사실 보도 개선돼야 85.6%

“언론의 현행 피의사실 보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85.6%(매우 그렇다 42.6%, 그렇다 43.0%)에 달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그런데 ‘매우 그렇다’는 응답자의 경우 기자는 33.7%인 반면, PD와 언론학자는 각각 58.6%와 58.7%에 달해 두 직종 응답자들이 개선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도 82.3%가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해 전체 응답자와 개선 필요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검찰/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들 중 63.7%가 현행 피의사실 보도가 개선돼야 한다(매우 그렇다 36.4%, 그런 편이다 27.3%)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또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잘하는 편이다’라고 평가한 응답자의 62.5%도 피의사실 보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매우 그렇다 14.3%, 그런 편이다 48.2%). 즉 검찰/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잘한다고 평가하는 응답자들도 언론이 피의사실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일까? 여론재판식 단정(유/무죄 추정) 보도 관행이 언론의 현행 피의사실 보도 중 가장 개선되어야 할 관행으로 꼽혔다<그림2>. 응답자의 37.7%인 176명이 여론재판식 단정보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이다. 기자(33.3%), PD(31.0%), 언론학자(42.3%) 모두 같은 응답을 보였다. 다음은 검찰/경찰 발표 그대로 보도하기(28.1%), 피의사실 관련 의혹 제기하기(14.3%), 피의사실과 관련 없는 피의자 신상보도(11.3%) 순이었다.


인권보호가 우선 52.3%, 알권리는 23.6%

한편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응답자의 가치 판단 기준을 알아보기 위해 ‘알권리’와 피의자 ‘인권보호’가 충돌할 경우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피의자 인권보호가 우선돼야 할 가치라는 의견이 52.3%로 알권리가 우선적 가치라는 의견(23.6%)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밖에 동일하다는 의견이 17.1%, 잘 모르겠다가 1.9%, 기타 의견이 5.1% 였다.
모든 직종에서 인권보호를 우선적인 가치로 꼽았지만 기자와 언론학자의 응답률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PD는 언론학자에 가까운 응답 패턴을 보였다. 기자가 알권리 대 피의자 인권보호를 선택한 비율이 30.6% 대 42.7%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언론학자는 12.5% 대 64.4%로, PD는 20.7% 대 65.5%로 인권보호를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보도에 대해 직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피의사실 공표시 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하지만 경쟁이나 관행 때문에 보도해야 하는 현실적 고민의 흔적도 발견됐다. 따라서 각 사별로 보다 세밀한 취재보도 기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며, 언론계 모두가 공유하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것을 조사 결과는 말하고 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8월호 특집 -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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