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블로그는 여행의 한 부분이다.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기를 쓰기까지 블로그는 늘 함께한다. 앞으로는 조금 특별한 일들을 해 보고 싶다. 이웃과 함께 책 읽기라든가, 봉사활동, 따로 또는 함께하는 여행 등. 블로그라는 공간에서의 만남을 조금 특별하게 이어 가고 싶다.




나는 여행 같은 삶을 꿈꾼다. 길 위에서 웃고, 울고, 배우며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방황하던 이십대의 나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고, 자랄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여행이다. 비록 아직 꽃이 피고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그때 내가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스물다섯.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통해 우울했던 나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주말에 일을 하고 평일에 쉬어야 하는 직장 탓에 친구들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여행조차 할 수 없는 날들….
홀로 서울로 올라와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우울하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다 문득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라도 도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혼자 여행을 떠나 보자는 것이었다.
처음 여행을 떠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혼자서 차를 타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여행을 해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딱 한번 용기를 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서울 근교에 있는 식물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갑갑한 서울을 벗어난 홀가분함, 혼자서 해냈다는 대견함,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슴속에서 찡하게 울리는 묘한 감동이 있었다. 스치는 풍경이 그랬고, 오래된 버스와 사람들의 모습, 그 속에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편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장거리 여행이 되고, 1박2일 여행이 되고, 무박 여행이 되면서 내 자신이 바뀌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껏 글과 사진 올릴 수 있어 좋다  

혼자 여행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외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신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하고 답을 찾으며 하나씩 하나씩 배워 가고 온몸으로 느끼며 세상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며 자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활발해졌고, 자연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을 쉬며 걸으며 여행을 하고, 여행의 흔적들을 미니홈피와 일기에 적어 나갔다. 하지만 사진을 올리는 미니홈피와 글을 적는 일기장만으로는 여행기를 적어 놓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때 만난 것이 블로그라는 공간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공간! 마음껏 글을 올리고,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블로그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한눈에 볼 수 있는 나만의 다이어리. 나에게 블로그는 애정을 쏟는 나의 일기장이고 다이어리가 되었다.
‘지구별여행자’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놓고 좋아하는 책이며, 좋은 글, 나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고 꾸준히 여행기를 올려놓았다. 늘 일기장에 적던 여행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올려지면서 검색을 통해 방문자 수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댓글이 달리면서 블로그를 하는 즐거움도 하나둘씩 늘어 갔다.
일방적으로 나의 여행 이야기만 늘어놓던 글이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글로 바뀌게 되었고, 나의 여행기에, 나의 일상에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웃들이 있기에 블로그를 하는 즐거움이 점점 커졌다. 혼자 여행을 해도 더 이상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블로그를 통해 함께 나누는 여행이 되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여행지 혹은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이웃 블로그에서 소개되면 그곳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여행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며 서로의 여행에 조언을 해 주고 칭찬과 격려도 해 준다. 그렇게 여행뿐 아니라 일상을 함께 공유한다.
블로그를 통한 만남은 세대를 뛰어넘고 성별을 뛰어넘어 ‘친구’가 된다. 어머니뻘 되는 언니들, 삼촌뻘 되는 오빠들, 내 동생과 동갑인 동생들, 친구 같은 언니들 모두 블로그라는 공간에서는 나이라는 벽이 투명해진다.
이보다 좋은 소통의 장이 있을까? 이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블로그는 나에게 사랑방이고, 조용히 속삭이는 다락방이다.

내 블로그의 테마는 온전히 여행
 
여행을 좋아하면서 똑딱이 카메라에서 DSLR로 바꾸고 사진에 조금 더 애착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사진은 여행을 위해 찍는 것이지, 사진을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둘 다 잘하면 좋지만 아직은 그럴 자신이 없다. 사진에 몰두하다 보면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놓칠까 싶어 너무 몰두하려 하지는 않는다.
사진이 주가 되는 분들은 당연히 사진에 더 큰 열정을 불태우는 게 맞지만, 난 여행에 조금 더 열정을 쏟고 싶다. 여행을 한 해, 두 해 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여행,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는 유명하고, 풍경이 멋진 곳을 선호했다. 지금도 역시 유명한 여행지는 그 명성에 걸맞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아직 못 가본 곳들도 너무 많아서 하나씩 하나씩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 좋아하는 곳은 유명 관광지 주변의 길, 돌담, 오래된 집들이다.
어느 날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다 버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작은 마을을 둘러보았다. 낮은 돌담, 울퉁불퉁한 흙길, 녹슬고 빛바랜 대문…. 그것들을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같고, 내가 뛰어 놀던 골목 같은 그곳이 마치 고향인 것처럼 설렜다. 그 뒤로 작은 마을을 찾게 되었고, 그 속에 있을 때 진정 여행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중요시 여기는 것은 걷는 것이다. 내 발로 걷고, 내 피부로 느끼고, 내 손으로 만지고, 두 귀로 듣고, 두 눈으로 볼 때 가슴이 깨어나고 감동 또한 크다. 블로그에서는 나의 그런 여행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어 가고 있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메인에 내 글이, 내 여행기가 소개된다면 더 없이 기쁠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진을 편집하고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그날의 감정을 글로 쓰고 거기에 필요한 정보까지 함께 넣어서 만드는 한 개의 여행기가 인정받는 순간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들이 사진이 좋다, 글이 좋다, 꼭 가보고 싶다는 댓글을 달아 놓으면 뿌듯해지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좋은 순간은 많은 댓글이 달려 있는 글보다 나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하소연하듯 늘어놓은 글에 진심 어린 댓글로 염려해 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시는 이웃들의 글이다.
어찌 보면 나의 감정과 나의 일상을 가장 속속들이 알고 계시는 분들이 이웃들이고, 그분들이 계시기에 블로그는 위로가 되어 주고, 때론 채찍이 되어 주고, 가장 큰 친구가 되어 준다.
쪽지로 여행지를 물어 보고, 내가 다녀온 코스를 그대로 여행하는 분들도 있다. 잘 다녀왔다, 고맙다고 하는 그분들의 말은 정말 큰 힘이 된다. 자신의 고향을 소개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하시는 분, 추억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하시는 분들을 볼 때가 가장 기쁘다.

글 속에 진심을 담으려 노력

물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온전히 개인적이었던 공간이 방문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신경 써야 할 것들도 점차 늘어나고 너무 개인적인 글들을 쓰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가끔은 여행기를 쓸 때나 글을 쓸 때 읽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볼 때,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보여 주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자신을 타이른다.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좋아서 하는 것이니 부담을 갖지는 말자고,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고.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글속에, 여행 속에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적당한 배려와 적당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온라인이란 공간에서는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고,자칫 언어폭력이 될 수 있기에 말은 신중히 하고, 충고든 칭찬이든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이야기를 하려면 주기적인 업데이트도 필요하다. 분명 크게 작용한다. 부지런해야 블로그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팅하는 글의 질도 중요하기에 너무 잦은 업데이트보다는 꾸준히 하루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업데이트를 해 주는 게 좋다.
내가 정말 감사한 것은 블로그를 통해 만난 인연이다.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을 오프라인까지 이어 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올바르지 못한 만남도 있기에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공간이 아닌 블로그에서의 만남은 조금 특별하다. 여행이나 맛집 전시 등 서로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다행히 그렇게 만난 분들이 나에겐 정말 큰 힘이 되어 주고,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기에 블로그를 하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나에게 블로그는 여행의 한 부분이다.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하고, 여행을 다녀온 후에 여행기를 쓰기까지 블로그는 늘 함께한다. 앞으로는 블로그를 통해 조금 특별한 일들을 해 보고 싶다. 이웃과 함께 책 읽기라든가, 봉사활동, 따로 또는 함께하는 여행 등. 블로그라는 공간에서의 만남을 조금 특별하게 이어 가고 싶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고 싶은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8월호 미디어포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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