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영원한 감시의 대가"

"인터넷규제 잃는 것이 더 많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인터뷰 / 천원주기자

 박원순 변호사(52)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늘 아름답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사회운동가, ‘아름다운 가게’를 열어 헌 물건을 매개로 나눔과 순환문화를 전파한 사람, 기부문화 정착에 기여한 아름다운 재단의 산파역, 시민의 아이디어를 모아 사회를 디자인하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이런 일 외에도 사회 현안이 생길때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회원로로서 그의 목소리는 비중있게 전달된다.
 특히 시민들의 싱크탱크를 모토로 2년 6개월 전에 출범한 희망제작소는 요즘 근사하게 성장하고 있다. 시민들이 제안한 크고 작은 생활개선 아이디어 2,000여개가 사회창안센터를 통해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원순 이사가 제안해 최근 발족한 ‘호민관클럽’은 아이디어들을 정책에 활용하는 도구로써 시민운동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야의원들로 구성된 호민관의 임무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들을 전달받아 옥석을 가려 ‘민생법안화’하는 일이다. 

 박원순 대표를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머릿속에 모든 것이 정리돼 있는 듯 어떤 질문에도 답변은 빠르고 거침없어 2시간 정도를 예상했던 인터뷰는 40분 만에 끝났다. 기자에게 내민 명함에 박원순 대표는 자신을 Social Designer(소셜디자이너)로 소개하고 있었다.

 소셜 디자이너는 어떤 의미입니까.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바로 소셜디자이너입니다. 공무원들이 이런 일을 해야 하지만 공무원이 아니어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붙여본 거죠. 일본의 직업 수는 우리의 두 배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직도 가야 할 길과 창출해야 할 직업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사회가 창의적인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희망제작소 총괄이사로서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데, 요즘 특히 어떤 일에 역점을 두고 계십니까.
 우리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희망제작소는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는 일들을 찾는데 집중합니다.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담론을 내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 노력은 부족하다는 현실 진단 속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예컨대 사회창안센터를 통해 시민들의 내는 생활주변의 작은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숙성시켜 실천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18대 국회의원들과 발족한 ‘호민관클럽’은 그 아이디어를 법안화하는 일종의 실천 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촌희망본부’는 남들이 포기한 농촌을 살려보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소기업발전소’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집에서 컴퓨터 한 대만으로 누구나 기업을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맞춰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헌법 제1조를 “모든 국민은 소기업사장이 될 수 있다”로 바꾸는 것이 꿈입니다.
 
희망제작소가 이제 2년 6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시민참여형 민간 싱크탱크로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인데 보람있었던 일을 소개한다면.
 이제 시작입니다. 어느 조직도 초기에 성과를 내는 것에는 어폐가 있지요. 조직의 팀웍을 다지고 아이템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이것들을 지속가능토록 유지시키는 세가지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 미완입니다. 약 5년은 걸릴 것으로 봅니다.
다만 사회창안센터는 주목받는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시민들의 아이디어 가운데 현재 38개 정도가 구체적으로 실천됐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보면 이를 한국에 맞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전국의 지자체나 지역정보를 한 눈에 보고 원스톱쇼핑이 가능한 곳이 있더군요. 이를 벤치마킹해서 우리 지방 발전과 도시와의 교류를 위한 지역홍보센터 설립을 행정안전부에 제안했는데 바로 채택이 되었어요. 프레스센터 1층에 마련한 지역홍보센터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자꾸 세상을 바꿔내는 거지요.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사회운동가로 활동하시면서 우리 사회의 불합리를 고발하고 개혁하는데 큰 역할을 하셨는데요.
 과거 권위주의적 시대에는 인권 개선의 과제가 많아 인권변호사가 개입할 여지가 많았지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훨씬 좋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검찰과 경찰의 중립성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Freedom is price of eternal vigilance" (자유는 영원한 감시의 대가)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자유를 한때 쟁취했다하더라도 자기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 정부는 아직 초기여서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한 전반적으로 퇴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시민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핵’이며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입니다. 그런데 요즘 언론계 상황이나 인터넷 관련 정책을 보면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된장을 못 담그지는 않지 않습니까?. 온라인이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이를 제약해 버리면 우리 사회 전반의 다이나믹함과 의사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공론의 장이 사라지는 교각살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 지 걱정이 됩니다.
 
시민운동이라는 명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단체들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건전한 시민운동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방적으로 통치한다는 의미의 거버먼트 대신에 이제는 거버넌스(통치)란 용어를 씁니다. 어느 한 기관이 온 사회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그만큼 권력이 다원화됐다는 겁니다. 정부만이 아니라 언론 정당 시민사회 심지어는 개인 조차도 의사결정의 통로속에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권력의 분점 현상은 당연한 시대적 추세입니다. 이 말은 시민단체가 제도권 정치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할을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속에서 찾아야지 특정 정파와 연결돼서 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정치적 취향에 따라 활동할 자유는 있지만 그것이 시민단체의 주류는 아닙니다. 시민단체는 여전히 초당파성을 가지고 보다 넓은 국가적 또는 공익적 가치를 중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도권 정치나 특정 정당과의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원순 변호사님의 활동에 대한 언론보도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진의와 다르게 보도된 사례가 있었는지요
저와 관련이 없는데도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는 경우를 봅니다. 현장 취재없이 자료만으로 쓴다는 거지요. 한번 잘못 나온 기사를 계속 인용해서 오보가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인터뷰를 전혀 안했는데도 한 것처럼 나온 적이 있었고,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나온 것도 여러 번 있었지요. 언론을 곧이 곧대로 믿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좀 더 치밀하고 정확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널리즘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의 언론과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언론이 공기(公器)라는 것은 형식은 기업일지 몰라도 역할에서는 공적인 기관이라는 의미 아니겠어요. 그런데 마치 개인의 이익이나 특정 계층 정파의 이익에 복무하는 기관인 것처럼 오해되는 보도경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같은 미국 언론들은 선거때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만 보도에서는 굉장히 엄정합니다.  속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것을 기자들을 통해 보도하는 것은 결국 독자들을 속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팩트는 공정하게 쓰고 주장은 따로 해 보도와 논평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언론의 바른 기능이 될 겁니다.
 
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규제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판례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근거해 단속합니다. 언론 보도로 인해서 사회의 위험이 구체적이고 현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훼손하는 것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기 때문에 허용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였습니다.
언론과 인터넷 내용이 그런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위험을 노정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설사 그 견해가 틀렸고 소수의 견해라 할지라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언론의 자유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포털 토론사이트의 많은 글들이, 욕설이 지나침으로써 그것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성립이 되겠지만, 정부의 입장이나 태도에 맞지 않다고 해서 조사하고 금지하는 경향은 결국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지나친 욕설이나 무책임한 얘기들이 많은 것은 다양한 자정적 기능에 맡겨야지, 간섭하기 시작하면 언론의 자유가 위축돼 지금 상황에서 누가 마음대로 글을 올리겠습니까?

 특별히 좋아하는 언론인이나 즐겨읽는 칼럼이 있으신가요?
우리 사회에 참 원로가 없지 않습니까? 글을 얼마나 잘 쓰느냐를 떠나서 저는 바른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중배 선생, 최일남 선생의 글을 젊었을 때 많이 읽었습니다. 칼럼이야 맛있게 잘 쓰는 분은 많으시죠. 그러나 저는 그 분들의 삶과 생각이 건강하고 곡학아세하지 않으며 절개가 있는 분들이 언론의 최고 가치를 간직한 존경할만한 분들이라고 봅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언론사의 경영진이 되신다면 우리 언론을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요.
우선 현장적이고 심층적이면 좋겠어요. 보도가 너무 천편일률적이거나 현장에 기초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두 번째는 취재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좀더 깊이있고 사람들의 아픔과 소망과 꿈이 함께 담겨있는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기자실 안에 있으니까 결국 갖다주는 기사만을 주로 보도하게 되는 거죠. 이런 취재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세 번째는 그렇게 되면 저절로 생생하고 재미있게 우리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기사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애독자가 많이 생길 것이고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론에 대한 바램이 있다면
 국가와 시민을 위해 어떻게 더 좋은 역할을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언론과 정당 그리고 시민단체는 서로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시대의 바른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달성하는 안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언론은 보도나 논평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권리나 특권을 누리기에 앞서 자신을 희생하고 열정적으로 학습하고 좀 더 겸손한  자세를 갖추길 소망합니다.

  • 박원순 변호사는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 학생시절 ‘김상진 열사 사건’으로 제적된 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검사 생활을 거쳐 1983년 변호사를 시작해 이돈명 황인철 조준희 조영래 변호사 등의 선배그룹과 함께 인권변호사로서 80-90년대를 보냈다.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보낸 후 1993년 귀국하여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시님운동에 투신했다. 2002년부터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2006년 3월부터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로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200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성공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NGO,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 등이 있다. 

(신문과방송 9월호 권두 초대석 인터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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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mberland 2012.12.25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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