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혹은 일부 국가, 신문사의 개별 ‘사례’를 넘어서, 신문산업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인 목표나 방향, 신문의 미래와 저널리즘의 철학을 포함하는 신문의 새로운 좌표를 정하는 작업은 새로운 조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된 테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널리즘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면
신문의 미래가 보인다
WAN-IFRA 통합의 의미와 통합 조직에 거는 기대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 연구위원


지난 7월 1일을 기해 세계 신문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두 개 기구였던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미디어기술연구협회(IFRA)가 세계신문 및 뉴스발행인협회(WAN-IFRA:World Association of Newspapers and News Publishers)로 통합되었다.
지난 5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WAN 이사회는 IFRA 합병을 승인하였고 IFRA도 통합을 공식화하였다. 새 조직은 WAN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와 IFRA 본부가 있는 독일 다름슈타트 두 곳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초대 회장은 현 세계신문협회 회장인 개빈 오라일리(Gavin O’Reilly)가 맡는다. 호르스트 피르커(Horst Pirker) IFRA 회장은 2010년까지 부회장직을 맡고 2011년에 2대 회장이 된다.
WAN과 IFRA가 왜 통합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다. ‘산업이 통합을 원했다’(the industry wants it)는 것, 그리고 통합된 조직이 별개의 조직들로 존재할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것이 통합의 이유다.

산업이 통합을 원했다

1948년 유럽 언론사들이 중심이 되어 ‘FIEJ’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세계신문협회(World Association Newspapers)는 102개 회원국(신문협회가 있는 국가는 76개국)의 1만 8,000여 개 신문사, 12개의 뉴스통신사를 회원으로 가지고 있고, 10개의 지역신문기구로 구성된 세계최대의 신문관련 기구이다. WAN은 언론자유의 수호와 진흥, 신문의 발전, 지역신문협회 간 협력 등을 기구의 목적으로 천명해 왔고, 최근 신문산업의 위기에 직면하여 저널리즘 측면보다는 신문산업, 경영적 측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벌였다.
   국제미디어기술연구협회(IFRA : INCA-FIEJ Research Association)는 1961년 신문에서의 컬러 사용을 도입하기 위해 설립된 INCA(International Newspaper Colour Association)를 모태로 출발하여,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1,300여 신문사와 440여 신문 기술·제작 관련 업체를 회원사로 갖고 있는 국제 연구 단체이다. 기술개발, 표준화, 컬러 품질, 통합 뉴스룸에 이르기까지 신문 관련 기술개발 및 디지털 전략, 경영혁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신문산업과 기술의 새로운 동향을 소개하고 혁신사례 및 경영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IFRA가 매년 개최하는 신문산업박람회(Ifra-Expo)는 미국신문협회가 주관하는 NEXPO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신문산업 박람회로 유명하다.   

디지털과의 공존으로 신문의 미래 모색

WAN과 IFRA, 두 조직의 당초 출발은 하나는 저널리즘, 다른 하나는 기술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두 조직이 다루는 주제 자체가 융합되고 있다. 매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업자 간 경계도 무의미해지고, 서비스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현재 시점에서 두 조직의 문제의식과 조직목표, 저널리즘과 산업, 콘텐츠와 서비스, 기술과 수용자 등을 구분한다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신문사들은 이제 신문산업 내에서 신문기업들끼리 경쟁해야 할 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의해 촉진되는 새로운 종류의 미디어나 플랫폼들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신문사들은 독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떠한 형태로 원하는지 더 민감해져야 하고, 신문사들은 광고주들이 요구하는 더욱 세분화되고 타깃화된 미디어 믹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조직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것인가, 디지털 미디어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경영, 기술, 저널리즘, 조직 등 다양한 차원에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수렴되어 왔다. 2008년 세계신문협회 총회의 주제는 ‘신문, 멀티미디어 성장산업(Newspaper : A Multimedia, Growth Business)’이었다. 동시에 개최된 WEF(World Editors Forum)의 주제는 ‘통합 뉴스룸, 왜, 어떻게 그리고 언제(The Integrated newsroom : Why, How and When)’였다. 2008년 개최된 Ifra-Asia의 주제는 ‘지속적인 이윤창출을 위한 고객 중심의 신문발행 전략(Profitability through customer-centric publishing strategies)’이었다. 무가지와 유가지의 결합, 통합 모바일 미디어와 소비자, 멀티미디어 융합과 광고시장, 신문과 인터넷 포털의 제휴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이들 주제만 보더라도 신문산업을 둘러싸고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두 기구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통합된 조직의 역할 역시 지금까지 두 기관에서 해 왔던 역할들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에 맞추어져 있다. WAN-IFRA의 홈페이지에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기본적 조건이 되는 경제적 독립의 수호와 창달,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 발행전략·편집·광고·마케팅·기술·제작 및 배포 등과 관련된 연구, 신문산업 및 뉴스발행 산업 모든 부분에서의 정보와 아이디어, 경험 교환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젊은 독자의 발굴 및 NIE 등을 통한 신문 읽기 문화 진흥 등이 새 조직의 역할로 강조되고 있다.

통합 조직은 중장기 비전 제시해야

새로이 통합된 조직이 내세우고 있는 역할과는 별도로 이 조직이 위기를 극복하고 쇠퇴하는 신문산업을 회생시키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WAN이나 IFRA가 그동안 총회나 콘퍼런스의 주제로 잡아온 이슈나 테마들은 매우 중요한 현안들임에는 분명하나 그러한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특수 혹은 일부 국가, 신문사의 개별 ‘사례’ 중심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안과 사례들을 넘어서는, 신문산업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인 목표나 방향, 역동적으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 하에서 신문의 미래와 저널리즘의 철학을 포함하는 신문의 새로운 좌표를 정하는 작업은 새로운 조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된 테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성과 중심 혹은 성공 사례 중심의 논의는 잘못 접근할 경우 과정보다는 결과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신문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같은 국가 내에서라도 개별 신문기업이 처한 조건 역시 상이하므로 성공적인 위기 대응전략에 대한 소개가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적인 접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혁신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문제, 조직통합의 문제, 보상의 문제 등 ‘문제’ 중심의 소개가 이루어져야 유사한 혁신을 추구하려는 다른 신문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신문이 발전한 국가에서 신문산업이 처한 현실과 신문개발도상국가의 신문산업이 처한 조건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된 접근보다는 ‘문제해결식’ 접근이 더욱 실용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신문의 위기에 대응하는 개별 신문사 차원의 전략과 선택도 중요하지만, 신문산업 공동의 대처, 신문기업들이 공동의 작업으로 협력하여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들이 연구되고 실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 기구는 모든 이해관계-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넷째, 두 기구가 통합되어 규모가 커진 만큼 새로운 조직에서 연구되고 토론되는 다양한 주제들은 보다 체계적으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 기술개발, 조직문화, 혁신경영, 미래전략 등 하부 주제별로 세분화되고 논의의 차원도 개별 기업 단위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차원, 제도적인 차원, 행위 차원(기업 차원)으로 보다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WAN은 지난 3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제62차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심각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평소 1,500명에 달하던 참가 신청자가 400명에도 못 미치면서 총회를 오는 11월로 연기한 바 있다. 경기 침체뿐 아니라 신문산업의 어려움이 여실히 반영된 사건이었다. 오는 11월에 개최될 총회는 IFRA와의 통합 이후 첫 번째 총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조직의 첫 번째 총회에서는 신문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보다 미래지향적인 전략들이 소개되고, 성공적인 혁신사례와 유용한 정보들이 공유되며,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신문산업 간, 신문기업 간 협력방안들이 모색되는 열린 축제의 자리이길 기대한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8월호 경영정책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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