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가 새로운 편집정책을 내놓는다. 이제까지 누구나 계정만 있으면 마음껏 내용을 올리고, 다른 사람이 쓴 내용까지 자유롭게 고칠 수 있었던 위키피디아의 '역사에 길이 남을 개방형 편집 방식'이 바뀔 예정이다. 앞으로는 생존해 있는 인물에 대한 정보 등의 내용은 경험 많은 이용자를 뽑아서 구성할 편집위원들만이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좋게 말하면 개방형 편집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개선의 노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집단지성을 믿었던, 100% 순결한 개방형 편집 방식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각종 명예훼손, 범죄정보로의 악용, 악의적 왜곡 등에 취약했던 개방형 방식이 더 이상을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편집방향 변화가 초래됐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는 이런한 사실을 매우 꼬소하다는 투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표현은 가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전통적인 전문가집단인 뉴욕타임즈가 마치, "거 봐라, 바보가 여럿 뭉쳐봐야 더 큰 바보가 될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번 현상은 의미가 크다. 웹2.0을 대표했던 위키피디아가 웹2.0의 기본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본원칙이란 '모든 네티즌은 평등하다'와 '지성이 자유롭게 교류하면 최선에 도달한다'는 믿음이었다. 둘 다 깨졌다. 예전에 위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동등했다. 동등한 지위의 집단교류였지만, 앞으로 위키에는 두 계급이 존재하게 된다. 보통사람들(everyone)과 특권자(experienced and trusted editor)로 계급이 나뉜다. 이제는 누구나 평등하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다른 한 축도 깨졌다. 자유로운 지성의 시장에서 최후에는 옳은 정보가 승리할 줄 알았는데 결국 그렇지 못했다.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슬퍼진다. 시민 저널리즘과 위키는 맥을 같이 하는데, 위키의 후퇴는 시민 저널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보게 한다. 시민 저널리즘은 한 때의 희망일뿐일까? 결국은 전문가주의에 입각한 저널리즘만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일까? 더 나아가 인간의 본성은 시민 저널리즘과 맞지 않는 것일까? 전문주의적 저널리즘과 시민 저널리즘 사이 저널리즘의 유토피아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위키의 편집방향 변화는 앞으로의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사례가 될 것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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