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 문구대로 해석하면 지분 참여가 30%로 제한되고 있는 신문사, 대기업보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1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신문과 대기업보다 방송 운영의 노하우나 가입자 관리, 마케팅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종편·보도 채널의 성공 여부가
향후 미디어 지형 좌우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sjung@kangwon.ac.kr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크게 점화되었던 미디어법-그 핵심 내용은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격렬한 여야 힘겨루기 끝에 통과되었지만 과정과 절차의 합법성에 대한 야권의 이의제기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는 상태임은 공지하는 바와 같다.
신문사, 대기업, 외국자본의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 채널 진입을 개방하는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 산업의 소유, 진입, 겸영규제 완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표>와 같다.
이외에도 소유, 진입, 겸영규제 완화와 관련된 내용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TV의 겸영 금지 조항 삭제, 신문사와 대기업은 IPTV와 종편·보도채널에 49%까지 지분 참여 허용, 간접광고와 가상광고의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 길 열려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 방송의 진입이 금지되어 왔던 신문과 대기업은 개정안에 따라  10%까지 진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1인 지분제한이 종전 30%에서 40%로 완화됨으로써 10조 이내의 기업(대기업 기준은 10조)은 40%까지 지분을 확대하게 되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에도 신문/대기업은 30%, 외국자본은 20% 지분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종합편성 PP도 1인 지분제한이 40%이기 때문에 10조 이내의 기업(MSP 등)은 40%까지 지분 참여가 가능하다. YTN과 MBN 독과점 체제로 운영돼 왔던 보도 채널에 신문/대기업은 30%, 외국자본은 10% 지분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1인 지분제한은 마찬가지로 40%이기 때문에 10조 이내의 중소기업은 40%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방송법 개정안은 케이블 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매체 간 균형을 맞추고 있다. 즉 유료방송 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 의거해 매체 간 균형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위성방송의 대기업 진입규제가 철폐되고, 외국자본의 진입은 49%로 증가하게 되었다. 케이블 TV 사업자(SO) 영역에 대한 신문사의 지분참여 한도도 33%에서 49%로 확대 되었다.
방송법 개정안은 시행령이 윤곽을 드러내야 실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 지형 변화를 예견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 미디어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측해 보기로 한다.
아직 방송법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았고, 종편과 보도 채널의 사업자 수, 허가 절차와 방법, 지배주주 및 컨소시엄의 구성과 파트너십, 케이블 번호 지정 및 선택 등이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편과 보도 채널의 구체적인 채산성과 영향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종편은 케이블TV 채널과 같이 보도, 스포츠, 영화, 바둑, 채널과 같이 하나의 서비스만을 주로 제공하는 전문편성 채널이 아니라 일반 지상파TV와 같이 보도, 교양, 오락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 1,500만, 위성방송 245만, IPTV 50만 가입자 등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보급률이 매우 높다는 점, 종편은 종래 케이블 PP와 마찬가지로 중간광고도 허용되며, 광고 시간도 지상파 방송보다 길다는 점, 그리고 의무 재송신까지 허용된다면 실제 영향력이나 채산성 측면에서도 기존 지상파 방송에 크게 위협이 될 만하다.

종편 초기 투자 3,000∼5,000억 예상

종편의 초기 투자비용이 최소한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최소한 5∼10년 정도는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 미디어 업계의 추정이고 보면 상당 기간 자본투자가 요청된다. 항간에 회자되었던 말 대로 “신문은 이대로 가면 천천히 망하고 종편이나 보도채널에 진출하면 빨리 망한다”는 예측이 적중할지도 모른다. 특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종편은 자칫하면 지상파 방송의 또 다른 출구 역할을 하거나 지상파 프로그램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종편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종편이 2개, 3개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한 만큼 초기에 몇 년간 손실을 감당하더라도 방송 사업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 주주 구성에서 사회적 힘을 이용한 무임승차 하는 자가 있거나 위성 DMB 사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규 투자를 꺼리는 다수의 중소사업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PP, 영화계 등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대거 영입되고 지상파 TV보다 더 과감하게 제작비가 투자되고 민영방송사로서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한 케이블 업계의 성장에서 보듯이 외국자본의 유입과 자산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파이낸싱 전략이 필요하다.

막대한 일자리, 재벌 방송장악 없을것

현재 국내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공적 구조에서 비롯된 과도한 정치 지향성 문제, 노동의 유연성 부족, 대기업 및 외국자본 등 자본 유입과 자산 가치 증식의 실패(기업으로서 파이낸싱 전략의 실패), 지상파 네트워크의 한계(케이블 TV처럼 초고속 인터넷이나 VoIP와 같은 파생상품에 진입할 수 없음) 때문이다. 지역민방, 위성방송, 위성 DMB는 컨소시엄 방식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주주 간의 갈등구조, 투자 및 진입 퇴출의 의견 불일치 등 이른바 ‘동업은 하지 말라’는 속언이 적중되고 있는데 이러한 한국 방송구조 개편의 역사는 종편, 보도 채널 성공 여부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당분간 여권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종편과 보도 채널로 인한 ‘막대한 일자리 창출’이나, 야권에서 주장하는 ‘조, 중, 동과 재벌의 방송장악’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KT, SKT, LGT 등 거대 통신자본들이 진입하여 한국 방송판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했던 IPTV, 위성방송, 위성 DMB의 사례나 케이블TV 초기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의 PP시장에서의 퇴출, 미국 AT&T의 거대 케이블TV MSO 합병이나 AOL 타임워너의 합병이 대실패로 돌아간 사례만 보더라도 ‘자본=미디어 사업 성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출발했던 SBS와 국내 케이블TV의 성공 사례는 SBS의 모래시계, 케이블 TV의 홈쇼핑, 지상파의 재송신 같은 킬러 콘텐츠의 발굴과 사업자들의 경영감각, 조직과 노동의 유연성, SBS의 주식 상장과 지역민방 간의 전략적 제휴, 케이블 TV의 외국자본 수혈과 상호 합병과 같은 이른바 파이낸싱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사와 대기업이 참여하는 종편과 보도 채널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의 여론과 시장지배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대체로 인식되고 있으며 곧 이러한 인식이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정도 방송법 개정안을 꼼꼼히 따져 보면 반드시 타당한 설명만은 아니며 확대 해석한 것을 알 수 있다.
SBS와 지역민방의 1대 주주는 30%에서 40%로 지분 확대(현행법상 SBS와 지역민방 주주는 중소기업)가 가능하게 되었고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신문 및 대자본의 참여로 SBS나 지역 민방은 자산 가치(주가 등)를 확대하거나 경기침체기에 일부 주주들의 진입과 퇴출의 기회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 이번 방송법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행 방송법상 겸영이 금지되었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간에 상호 겸영이 허용되면 - 시행령상 33% 상호 겸영 허용 예상 - SBS와 지역민방 등에는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민방과 지역 SO 및 지역신문 간의 상호 투자와 전략적 제휴 그리고 M&A가 예상된다. 또한 일부 대도시 지역 민방은 지금은 경제침체기이지만 향후 자산가치가 증식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정보미디어 복합기업화 가능 

MBC의 경우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10% 진입 허용, 중소기업의 소유지분한도 40% 확대 등이 향후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실제 가능성 여부는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MBC의 사회적 위상으로 비추어 볼 때 민영화 문제는 방송법 개정 이상으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의제이기 때문에 산술적 소유규정만으로 MBC 민영화를 주장하고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시행령 제정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KBS와 MBC, SBS 3대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간접광고와 가상광고의 도입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법이 제정되면 KBS는 수신료 현실화(80%) 정책에 따라 재정 안정성이 확보되고 MBC와 SBS는 KBS 광고 상당량을 이전받아 이른바 흘러내림 효과(trickle down effect)에 의해 광고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경쟁체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미디어렙 제도가 개편되면 취약매체 - 지역민방, 종교방송, 신문 등 - 를 제외한 지상파 3사는 경영상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상호 합병을 인정한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지역방송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가 케이블TV와의 전략적 제휴와 합병으로 이른바 ‘정보미디어 복합체’(방송, 통신 서비스 시장에 모두 진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 시장은 지상파, 케이블, 통신 사업자 3자 간의 합종연횡과 적과의 동침 여부에 따라 진로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지상파 방송 3사의 손익계산서는 경쟁매체인 종편, 보도 채널의 성공 여부에 따라 타격을 받겠지만 종편과 보도 채널의 성공이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는 지상파가 미디어법, 공여방송법, 미디어렙제도 개편 문제를 잘 활용한다면 ‘위기를 곧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케이블SO와 MSO 입장에서는 신문사, 대기업이 주도하는 종편이나 보도 채널의 도입은 경쟁력 있는 PP의 참여라는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방송사업자 간 미디어 폴리틱스(politics) 측면에서도 지상파에 버금가는 파트너십을 확보함으로써 케이블TV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SO와 MSO의 종편 진입은 종편 채널 번호 지정 및 선택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종편 사업을 주도하는 주주들도 SO의 참여를 적극 권유할 가능성이 높으며 주주 구성이나 파트너십 협상 과정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방송법 개정으로 신문과 대기업의 종편 진입은 30% 지분으로 제한적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고 중소기업(10조 이내 기업)이 대부분인 케이블 MSO, MPP, MSP는 40%까지도 진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방송법 개정안 문구대로 해석하면 지분 참여가 30%로 제한되고 있는 신문사, 대기업보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1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신문과 대기업보다 방송 운영의 노하우나 가입자 관리, 마케팅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케이블TV 사업자의 1대 주주 가능성 커

다만 PP나 MPP 입장에서는 기회와 아울러 경쟁의 위협이 동시에 상존할 것이다. 막강한 경쟁사업자의 등장은 PP로서는 달갑지 않은 사태의 진전이다. 그러나 전략적 제휴와 M&A의 가능성이 제시됨으로써 사업 기회 측면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종편은 케이블 SO와 MSO 같은 망사업자로서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통신 서비스와 같은 파생상품을 양산하는 것도 아니며 플랫폼 사업자도 아닌 오직 ‘유망 케이블TV PP’뿐이다. 자본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파트너십의 형성, 방송 사업에 대한 적극적 의지, 우수한 인력의 유입과 과감한 투자가 전제될 때만이 종편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풍토와 여건이 조성될 때 케이블 TV 업계에서도 이 사업에 동참할 기회가 커질 것이다. 종편은 그동안 정보 전송업자(common carrier)로서 방송계에서 기린아로 성숙했던 케이블 사업자들이 명실공히 언론 사업자로서 위상과 역할을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보도 채널의 등장은 대부분의 케이블 PP 사업자에게는 시장축소라는 측면에서 위협이 될 것이다. 신규 보도 채널의 사업자 수는 아직 미정이지만 YTN과 MBN에는 기회인 동시에 위협도 될 것이다. 구성원들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 신규 종편 및 보도 채널에서의 전략적 제휴 요청, 프로그램 판매 수입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종편에서는 보도 채널 제작 및 편성이 어렵기 때문에 YTN과 MBN에 대한 M&A 수요가 높을 것이다. 신규 보도 채널은 신문사가 참여할 영역이지만 채산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방송제작 능력이 있는 PP 사와의 공동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이 초래할 미디어 지형 변화의 핵심은 종편과 보도 채널의 성공과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종편과 보도 채널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미디어 시장에서 신문과 대기업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지상파가 속칭 ‘되치기 전략’으로 오히려 확고부동의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 지상파는 간접광고, 가상광고. 미디어렙, 공여방송법 등을 통한 광고 시장의 확대, 경영권을 상실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자본의 수혈과 자산 가치의 확대, 케이블 TV와의 전략적 제휴와 합병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추진할 수 있다.
종편과 보도 채널의 성공 여부는 지배 주주나 주주 구성이 자본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가, 우수한 인력과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가, 경영 능력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한 종편, 보도 채널은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것이며 ‘물(돈) 먹는 하마’가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 빅뱅, 그 혼돈의 문제는 새로운 기회라는 의미만 부여할 뿐이지 누가 승자가 될지 패자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내외 미디어 역사는 던져 주고 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9월호 특집 - 방송을 잡아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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