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구조를 바꾸려는 정부 여당에 맞서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미디어법 논란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아마 내가 PD연합회장으로 있는 기간은 방송구조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감시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밝은 비전’은 아니다. 그래서 희망찬 청사진을 내놓을 게 별로 없다.


안팎의 소통 힘쓰고
‘언론자유 수호’에 충실할 것
김덕재 신임 PD연합회장

이아람 기자 · aram@kpf.or.kr



김덕재(45) KBS PD협회장이 제 23대 PD연합회장에 당선됐다. 김 신임회장은 경북대 공대를 졸업한 후 1990년 KBS에 입사해 ‘KBS 스페셜’, ‘6시 내고향’, ‘추적 60분’, ‘소비자고발’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취임식은 9월 4일이며 임기는  1년이다.
김 신임회장은 지난해 9월 KBS PD협회장으로 취임해 KBS ‘시사투나잇’ 폐지 등에 항의하여 삭발을 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KBS 사원행동 지도부에 대한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해 제작거부를 벌였다. 이어 올해 6월 KBS 본부장들에 대한 신임투표를 주도했으며 이 때문에 징계에 회부되기도 했다. 

어두운 전망, ‘해야 할 일’ 많아

PD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것을 축하드린다. 회장으로서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나?
현재 언론 상황이 복잡하고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좋은 아이디어를 못가지고 있다. 다만 무슨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한 예상은 할 수 있다. 최근 1년 동안 그랬듯이, 방송의 구조를 바꾸려는 정부 여당에 맞서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미디어법 통과 논란이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방송계가 겪을 변화에 주목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아마 내가 PD연합회장으로 있는 기간은 방송구조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감시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밝은 비전’은 아니다. 그래서 희망찬 청사진을 내놓을 게 별로 없다.
앞으로 PD연합회는 지금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새로운 사업이나. 발전방향을 꿈꾸기보다 PD연합회의 기본적인 존재이유를 다시 묻고 주어진 상황에서 PD연합회가 어떤 스탠스, 관점을 취할지를 늘 고민하고 재확인할 것이다.

취임사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PD연합회가 나서야할 여러 가지 정치적 사안들이 산적해있는 가운데 소통을 강조한 배경이 궁금하다.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소통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은 워낙 상황이 어려우므로 PD들끼리 이 상황에 대한 의견교환이나 정보의 교환이 필요하다. 물론 소속 회사가 어디냐, TV냐, 라디오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PD연합회의 창립 정신인 ‘언론 자유 수호’와 ‘방송은 국민의 것’이라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만은 같다. 이 기본적인 정신을 되살려서 스탠스를 잡아야 한다. 또 미디어 밖에서 미디어를 보는 언론단체, 학자들, 시민단체와도 함께 소통하고 연대해서 행동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본다. 최대한 기민하게 소통하면서 나아가겠다.

KBS PD협회장으로 보낸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면?
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희망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일정부분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희망을 키워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품고자 했던 희망이 쪼그라든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다.

희망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사회가 불법적으로 열리고, 대통령의 면직권한에 논쟁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전 사장이 직권 면직된 상황, 경찰들이 방송국에 난입한 상황에 상당수 PD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당시의 일련의 과정에서 저항하고 반대하던 목소리를 일정부분 보존하고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이후로도 시사투나잇 폐지 논란이나 기자들에 대한 과도한 처벌 등에 대해 제작거부까지 불사하며 열심히 싸웠다. 이런 일을 협회가 중심이 되어서 해왔다는 것에 대해, 즉, 온당하지 못한 일에 저항하는 정신, 행동 양식을 일정부분 유지해왔다는데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날치기 당한 ‘논의’ 되찾자

이제는 KBS만이 아니라 지상파 전체 PD의 입장을 고려해야할 위치다. 미디어법 통과, MBC 소유구조 논란 등 방송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PD연합회가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낼 생각인가?
이번 미디어법 관련 논란은 신문 방송 겸영이나 대기업의 미디어산업 진출 등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이야기의 종착지는 방송의 구조를 일공영 다민영으로개편하겠다는 쪽으로 종착점이 닿는다. 현재 공영 중심 체제인 방송을 일공영만 남기고 나머지를 민영화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를 구체적인 법률을 고치는 것에 대한 논란으로 접근하면서 민영화라는 큰 부분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얘기를 안하고 회피했다. 공영이냐, 민영이냐에 대한 논쟁을 회피하고, 대기업의 미디어 시장진출 가능성이라는 것으로 논쟁점을 틀어놓은 것이다. 그 결과 핵심적인 내용인 ‘방송이 일공영 다민영으로 갈 것인가’라는 논란을 피했다고 생각된다. MBC 소유구조 개편은 지금까지 회피해온 논란의 핵심적인 시작점이라고 생각된다.
저는 기본적으로 방송은 공영 체제에 있을 때만이 방송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논쟁이다. 옆구리를 뚫는 식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일방의 주장을 현실화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논쟁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 지난 7월 22일 국회에서 있었던 일은 형식적 날치기일 뿐만 아니라 논의 자체를 날치기한 것과 같다. 이에 대해 PD협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재 미디어관련 정책의 방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우리 연합회가 집행력을 갖고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도 있을 것이다.

방송사간 양극화 심화될 것

그간 방송계는 미디어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PPL 허용, 콘텐츠 제작 지원 확대 등 방송 제작환경이 좋아지고 다양한 투자지원책이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나?
투자를 받고 광고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송사가 있는가하면 미디어렙 도입으로 인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방송사도 있다. 한쪽에선 “죽는다” “망한다” 그러는데 얘기가 되겠나. 결국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청률에 목숨걸 수밖에 없는 방송 환경, 프로그램의 가치보다는 생존이 우선시되는 방송 환경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새로 설립된 PD교육원의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현직 PD들을 재교육하는 기관인 PD교육원은 9월 7일에 정식으로 개원해 첫 번째 교육을 시작한다. 7주짜리 중기 교육과정에 30명의 PD를 모집했다. 시사·교양, 예능, 드라마, 라디오, 편성 5개 분야의 PD들이 모두 참여한다. 첫 3주간은 다양한 인문학과 미디어 교육을 포괄하는 하는 공통과정이고, 2주간은 각 분야별 전문 교육, 마지막 10일간은 “상상력 개발체험”을 주제로 하는 중국 운남성 지역 해외연수로 구성된다. 내년부터는 봄가을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참여인원을 약 100명로 늘려 커리큘럼을 정비해나갈 것이다.
현재 PD교육원은 PD연합회와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김영희 전 PD연합회장이 당분간 이사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손발을 맞춰가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할 것이다.

표절, 조작, 제작진 비리 등 최근 방송가에는 프로그램 제작 윤리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협회 차원에서 자정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협회가 나서서 자정운동을 해야할 정도로 PD들의 제작 윤리가 형편없이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표절 문제 등은 후진적 환경에서만 있었던 일인데, 최근 경쟁이 심각해지면서 다시 나타나는 것 같다. 정보의 부족이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문제가 빚어지는 것인데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도의 사건이라면 자정운동을 할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이미 각 사마다 나름의 제작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러나 현행 가이드 라인은 포괄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서 제작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접목시키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KBS 다큐 ‘수리부엉이’를 둘러싼 논란은 가이드라인이 현실과 맡지 않아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각 사의 가이드라인을 현실에 맞도록 수정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제작윤리하고는 동떨어진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전환기마다 PD들의 윤리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에는 전 KBS 부사장 출신으로 PD협회장까지 했던 한 PD가 수뢰 혐의로 구속을 당했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온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PD들이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야 되는 것이 우선이기는 하다.

현재 가장 신경쓰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사실은 이미 벌여놓은 일들을 처리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눈앞에 닥친 문제는 10월 중 개최예정인 동아시아 PD포럼이다. 한중일 3국의 PD들이 모여 우수 프로그램을 시상하고 세미나도 하는 행사로, 3국에서 돌아가며 개최하는데 올해가 한국 차례라 신경쓸 일이 많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9월호 인터뷰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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