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찬성론자들은 정보가 인터넷에서는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이상론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는 머독의 유료화 시도가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으며 “머독은 돈을 내고 뉴스를 읽는 1,000명의 독자가 공짜로 읽으려는 500만 명보다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고 치켜세웠다.


기사만 팔 게 아니라
참여와 경험을 팔아라

이봉현 한국언론재단 영국 통신원,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박사과정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내년 6월까지 자신이 소유한 매체의 인터넷 뉴스를 모두 유료화 하겠다고 밝힌 뒤 영국에서도 이런 계획의 당위성과 현실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머독의 유료화 시도는 인터넷의 등장과 경기침체로 붕괴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건하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열린 공간인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과 인쇄 매체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관계가 어떻게 자리매김될지를 보여 주는 의미도 있어 관심은 달아오르고 있다.

머독의 유료화 선언에 관심 집중

영국은 머독이 소유한 유력 일간지나 방송이 많아 그가 선도하겠다는 인터넷 뉴스 유료화의 성패 여부가 이곳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전국지 ‘더 타임스’나 하루 300만 부를 발행하는 최고 인기의 대중지 ‘선’, 775만 부를 발행하는 대중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 등이 머독이 소유한 영국 내 신문들이다. 발행 부수로 보나 대중 및 엘리트층에 대한 영향력으로 보나 성공의 기미가 보이면 다른 언론의 동참을 이끌어낼 만한 시장 선도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영국은 ‘신문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국민들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뉴스를 읽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어 머독의 인터넷 뉴스 유료화 시도가 먹힐 만한 여건도 갖추고 있다.
실제 머독 산하의 일간지들은 꽤 오래전부터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하기 위해 준비를 해 왔다. 예를 들어 ‘더 타임스’의 간부들은 올 초부터 온라인 콘텐츠에 요금을 부과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독자를 유지하고 있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모델로 유료화 방안을 강구해 왔다. 머독이 지난해 인수한 월스트리트저널에 영국의 더 타임스를 온라인으로 얹어 파는 방식으로 미국 내 고급지 독자들을 끌어올 수 있으리란 아이디어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최근 독자적인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는데, 영국 언론계는 새로 만들어지는 선데이 타임스 온라인판이 영국 내 온라인 뉴스 유료화의 첫 테이프를 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독의 유료화 선언이 나온 뒤 영국 내 주요 매체에서 이어지고 있는 후속 기사나 논평을 들여다보면 ‘당위성’과 ‘현실성’이란 두 가지 범주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위성에 대한 논란은 뉴스가 공짜로 인식되면서 미디어의 경영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양질의 저널리즘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비판을 한편으로 하고, 다른 한편은 ‘정보는 자유롭게 유통되어야 한다’는 정신을 기반으로 전혀 다른 저널리즘을 개척해 온 인터넷에 ‘요금이란 벽’(pay wall)을 치는 것은 기득권 수호를 위한 수구의 몸짓일 뿐이란 주장이다.

유료화에 대한 찬반양론 격돌

스콧츠맨(The Scotsman) 편집자를 역임하고 현재 캔트대학의 저널리즘 교수인 팀 럭허스트 같은 이는 온라인 뉴스에 대한 요금 부과가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라고 보고 있다. 럭허스트는 콘텐츠의 가치는 구글 같은 포털(aggregators)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들의 노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의견이다. 그는 “언론인들의 땀이 밴 기사를 광고를 팔기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포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럭허스트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며 이런 기능을 하는 저널리즘은 살아남아서 정부로부터 독립된 언론기관에 의해 발간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런 명제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링크가 콘텐츠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신화일 뿐이며 링크를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은 구식”이라고 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보가 인터넷에서는 자유롭게(돈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구애받지 않고) 유통돼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거 생각 속에 갇혀 있는’ 이상론이란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는 머독의 유료화 시도가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으며 “머독은 돈을 내고 뉴스를 읽는 1,000명의 독자가 공짜로 읽으려는 500만 명보다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고 치켜세웠다(로이 그린슬레이드의 블로그에서 인용).
하지만 저명한 미디어 평론가로 ‘가디언’ 등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올리고 있는 로이 그린슬레이드 같은 이는 저널리즘이 왜 반드시 신문, 방송 같은 전통 매체에 여전히 독점돼 있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저널리즘은 발전해야 하지만 소수의 엘리트 언론인들이 옛날의 성직자들이 신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대중이 뭘 생각하고 알아야 하는지를 불러주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인터넷은 장벽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적인(collaborative) 저널리즘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린슬레이드는 사실을 밝히고 논평하는 저널리즘은 더욱더 소중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과거와 같이 미디어 재벌이 운영하는 상명하달식(top-down) 저널리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완고하고 반동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포털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강력한 포털이 없이 저널리즘의 질적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은 바보 같은 것”이라며 “링크 서비스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육성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본다. 그가 보기에 광고에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해 온 신문 산업은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인터넷(구글 등)과 경기침체는 이런 몰락을 재촉했을 뿐이다. 따라서 머독의 요금 부과 계획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무료도 어렵고, 유료도 어려운 신문산업

저널리즘의 형태와 관련된 당위성 논란과 다른 한편으로 요금 부과의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논의가 있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낙관론은 사실 요금 부과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출구가 없는 신문 업계의 희망이 많이 반영된 것이다. 한 블로그에서 트위터의 코멘트를 인용했듯이 “신문은 유료화를 해도 힘들어질 것이며(독자가 떨어져 나가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려울 것(수입이 줄어들어서)이다. 결과가 똑같이 어렵다면 그들은 유료화를 꾀할 것이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다(PDA 블로그에서 인용).
더 이상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유효하지 않다는 데 많은 기존 신문 경영진과 저널리스트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 부과 추세가 일정한 분수령을 넘으면 신문산업 전체가 온라인 유료화로 확 돌아설 수도 있다. 미국의 ‘저널리즘 온라인’의 경우처럼 적절한 유료화 기구와 휴대전화 등에 부가하여 월정액 결제를 추진하는 등 독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넘어설 요금 부과 체계를 마련한다면 돈을 내고 보는 관행이 정착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렇게 되면 자본력이 약해 배달이나 가판대에서 밀리던 군소 매체들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면적인 분위기 전환이 오기 전까지는 유료화는, 먼저 추진하는 신문에는 ‘독자들로부터 잊혀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PDA 블로그). ‘뉴욕타임스’마저 일반 뉴스의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영국에서는 공영방송인 ‘BBC’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일반적인 뉴스를 돈 받고 팔기 어려운 큰 이유 중 하나다. BBC는 이미 시청료를 걷었기 때문에 따로 온라인을 유료화할 이유가 없어 온라인 신문 뉴스가 유료화될 경우 BBC 온라인판의 히트 수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머독도 이런 정도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도 단순히 온라인 뉴스에 요금을 부과하기보다는 다양한 수입원을 개발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파이낸셜타임스가 한 달에 10건의 기사는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돈을 내도록 한 ‘맛보기 모델’도 많은 신문사가 관심 있게 검토하는 방법 중 하나다. 콘텐츠를 차별화해 일반적인 뉴스는 최소의 인력을 투입해 생산한 뒤 무료로 제공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에 힘을 쏟아 돈을 받는 것도 흔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신문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것보다 생각의 틀을 바꿔 보는 것일 수 있다. 잡으려 해도 스러지는 과거를 고집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에 발을 담그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유명 칼럼니스트 사이먼 젠킨스가 가디언에 쓴 칼럼은 이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돈을 받되 뉴스가 아니라 참여와 경험을 팔라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그는 유료화를 궁리하는 영국의 신문산업을 얼마 남지 않는 보트를 놓고 퇴각을 준비하는 군대에 비유하며, 유료화가 몰락을 지연시키겠지만 결국 크게 축소된 몇몇의 생존자만 남기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음반산업이 불법복제로 타격을 입었지만 라이브 이벤트로 새로운 군중과 수입을 개척했듯이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려는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한 사업가와의 대화를 상기하며 영국 진보지 가디언의 경우 “뉴스를 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liberals)를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디언은 라이프스타일이고, 일반적인 상품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만족을 주는 상품이며 공동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돈을 내고 들어간 독자에게 신문은 뉴스나 논평을 주고 말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경험, 이벤트, 콘서트, 세미나, 콘퍼런스, 관광 그리고 이와 연관된 할인이나 만남의 기회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가 돈을 내는 것은 읽기 위함이 아니라 동참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조언 때문은 아니겠지만 가디언은 머독 방식의 요금 장벽치기를 거부하고 월 일정액을 내는 회원제 클럽을 조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회원에게 특별한 콘텐츠와 이벤트, 할인혜택, 가디언 기자들과의 교류 기회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민주주의의 교과서이자 가장 양질의 정보를 생산해 내는 주체로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굳이 머독으로 상징되는 재벌화된 글로벌 미디어와 미디어 황제의 기득권이 유지되는 방향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9월호 미디어월드와이드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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