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시민기자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영남일보는 독특한 시민기자 제도를 운영하며 매주 수요일 '동네 늬우스'면을 만들고 있다. 동네 늬우스면은 광고도 없다. 한 면을 털어 지역민에게 내맡기는 일종의 실험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다행이 잘 되고 있다. 최근 지역신문발전협회가 주최한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오늘 만난 시민기자분들은 모두 주부였다. 한 분은 48세 대학 졸업반 딸을 두셨고, 한 분은 조금 더 젊으셨다. 난 오늘 두 분에게 나름 감동 먹어버렸다.

이제까지 만나 본 다른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시민기자들은 뭐랄까...(그래 솔직해진다)...자기가 뭘 해야할지도 잘 몰랐고, 자신의 능력을 다소 과장되게 파악했으면(예: "기자가 별건가? 누구나 기자지!" 라고는 하지만 정작 기사를 자주 쓰지도 않는다.), 별로 보람과 재미도 못 느끼며 그저 '새로운 것을 나도 해본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래서 오래 지속적으로 활동하시는 시민기자. 풀뿌리 저널리즘의 개념(옳든 그르든!)이 묻어나는 시민기자나 제도를 만나보지 못했다.(오마이 뉴스도 지금 보면 마치 메타 사이트 정도로 보인다고 하면 나 혼날까?)

영남일보의 시민기자 제도는 좀 달랐다. 첫째, 시민기자에게 '특종'이나 '고발'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동네 이야기' '동네 사람 이야기'를 주문한다. 그러니 정말 보통 '시민'의 능력으로도 충분한 글들이 나온다. 소재가 보통 신문에 실리는 기사들과 다르다보니 자연스레 개성이 생기고 독특한 맛을 낸다.

둘째, 매주 지면에 나온다! 웹에 나오는 게 아니다. 집에 배달되는 신문에 시민기자 엄마, 아빠의 바이라인이 달려 동네에 뿌려진다. 보람 체감이 가능하다.기사가 나오는 수요일이면 시민 기자들의 소셜네트워크가 자발적으로 들썩인다.(예, 실제로 영남일보 가판의 경우 동네 늬우스가 실리는 수요일자가 더 많이 팔린다) 시민기자의 수도 20여명 정도로 소수다보니 참여도, 기사가 실리는 빈도가 엄청 높다.

셋째, 지속 가능한 시스템 자체도 튼튼한 편이다. 시민기자들은 영남일보 기자들과 1:1 멘토를 맺는다. 그래서 기획, 취재, 기사작성까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사실 도움이라기보다 공생에 가깝다. 시민기자들이 영남일보 기자들에게 하는 제보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영남일보는 시민기자 제도를 회사 차원에서 밀고 있다. (사장님 왈 "시민기자 제도 돕지 않는 기자에게는 승진도 없다." "영남일보가 존재하는 한 동네 늬우스는 끝까지 간다.")
 
아 옆길로 샜다. 또 나도 모르게 분석질을 했다. 하여간 감동 먹은 이야기 계속해보자. 두 분에게 자신이 쓴 기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뭐 있었나고 물었다. 그랬더니 두 아주머니 신이 나서 무용담을 펼치신다. 독거 노인 기사를 썼는데 그 노인이 기사 나온 뒤에 1만원이 든 촌지를 줘서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 과일 가게 총각을 취재하기 위해 사과 3박스 샀던 이야기, 동네 노부부 이야기 끝에 몸이 좀 편찮다고 덧붙였더니 바로 자식들이 서울서 내려와 노인에게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나도 듣기만 했는데 재밌었고, 이분들도 정말 즐겁고 보람있게 기사를 쓰고 있었다.

대화중에 한 분이 "나이 마흔이 넘은 주부가 시민기자란 것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찾았다."고 말씀하셨다. "잃어버렸던 젊은 시절 꿈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소녀 같은 눈망울(믿어 주시라)로 말씀하시기도 했다. 

취재차 만났는데 그분들의 말씀과 눈빛을 보고 자질구레한 것들은 더 묻지도 않았다. 제도가 어떻든간에 활동하시는 시민기자들이 이렇게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 하시는데 뭔 말이 더 필요할까? "기사 쓰다보니 새벽이 밝아오더라..."고 말하실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시민기자 제도도 이제 우리 나라에서 끝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오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자세한 내용은 11월호에 실린다. ^^)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