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즉시 경무시절’(現今卽時 更無時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다른 시절이 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원래 중국 당나라 선승인 임제 선사의 가르침에서 나왔지만 이 말이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저서에 인용되면서 더 유명해 졌습니다. 법정스님은 ‘현금즉시 경무시절’을 거론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명수를 보냅니다










신건호 광주방송 방송부장
gun7@ikbc.co.kr




‘야야야-야!’
개그맨 박명수가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경규도 마찬가지로 갑자기 큰 소리로 상대를 제압시키는 개그를 합니다. 이들 개그는 말문이 막히면 막무가내 내지른 소리로 겉으로는 무식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를 야단치거나 화를 냄으로써 웃음을 자아내 인기를 얻습니다. 이 ‘야야야 -야’는 소리는 크지만 그 속에는 상대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흔히 ‘호통개그’라고 합니다. ‘막말’ 캐릭터 김구라도 목소리의 톤은 다르지만 이 종류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이들 개그맨들은 최근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해 삶에 찌든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들 개그맨들처럼 개인이나 다수에게 호되게 나무라고 꾸짖는 행위의 ‘호통개그’에 나오는 ‘호통’은 어디서 나왔을까? 야단(惹端)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매우 떠들썩하게 일을 벌이거나 부산하게 법석거린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야단’은 흔히 남을 꾸중하거나 그로부터 트집을 잡아 상대를 제압하는 행위로 간주돼 우리 사회에서는 ‘꾸짖다’라는 뜻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한자로는 이끌 야(惹)자에 한계나 일의 끝을 나타내는 단(端)이 합쳐져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야단’(호통)을 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욕심만 많은 개그맨으로 통하는 박명수의 호통개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취재를 하다보면 박명수처럼 ‘야야야-야’로 호되게 야단을 쳐야할 일이 꼭 생깁니다.
순천의 한 부녀가 자신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어 아내를, 어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그런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수사관이나 기자나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어 말하기가 부끄러운 현상 앞에서 순간 ‘야야야-야’를 외칠 가치도 없는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벌떡 일어나 야단을 쳐야 할 일임은 분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여자어린이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아파트 난간에 앉아 투신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모습은 그래도 연민과 가족애가 담긴 ‘야야야-야’ 정도로 끝낼 일입니다. 하지만 생활이 어렵다고 부인과 딸, 아들과 함께 동반 자살한 남편의 선택에 우리는 도저히 ‘야야야-야’로는 끝낼 수 없음을 확인합니다.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으로 내모는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그나마 호통 칠 대상이 없어져 버리는, 안타까움과 원망스러움이 오버랩 되는 사회현상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야야-야’ 호통개그의 달인 박명수를 보내야 할 곳이 많아졌습니다. 아울러 잊을만하면 핵을 들고 고개를 내밀며 나타나는 북한에도 반드시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더욱더 다양화 지능화 엽기적인 행태로 변하면서 ‘야야야-야’라는 야단이나 호통 가지고는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이제 ‘야야야-야’의 호통은 개그에서 끝나야 합니다. 작금에 일어나는 비윤리적 행위 비도덕적 행위는 개그가 아니고 현실이라는 사실 때문에 가슴 아픔 일이지만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멈춰지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개개인이 가진 양심에 입각한 도덕적 문제가 대두될 때 ‘야야야-야’를 ‘외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로 양분된다는 사실을 감안 하면, 지극히 인간적인 윤리와 도덕이 이끄는 사회는 그 윤리와 도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반적인 삶의 형태로 녹아나는, 그런 사회가 인간적인 삶이 충만한 사회가 아니겠습니까. 이제부터는 그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윤리와 도덕을 바탕으로 하는 ‘삶’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순응하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런 삶을 추구해야 ‘야야야-야’ 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공유하자는 이야기입니다.
‘현금즉시 경무시절’(現今卽時 更無時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다른 시절이 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원래 중국 당나라 선승인 임제 선사의 가르침에서 나왔지만 이 말이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저서에 인용되면서 더 유명해 졌습니다. 법정스님은 ‘현금즉시 경무시절’을 거론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정스님은 또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자신의 일몰 앞에 설 때가 반드시 온다’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때는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주고 싶으면 바로 나눠주는 사회, ‘야야야-야’ 호통을 치고 싶어도 쳐야할 일이 생기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박명수의 ‘야야야-야’의 호통개그는 계속해서 존재하는 그런 사회분위기였으면 합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0월호 에세이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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