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다워야 합니다. 첫째 공정해야 합니다. 둘째, 진실된 보도, 정직한 보도가 중요합니다. 셋째, 공익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며 건강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정대필 기자 feel@kpf.or.kr


 

KBS 수신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해묵은 과제지만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 수신료 인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2012년으로 다가온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종편채널과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지상파방송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만한 최대 현안이다. 11월에 있을 사장 인선에도 언론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공영방송 KBS의 향후 진로를 새로 짜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경영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은 손병두 신임 이사장을 지난 9월 15일 KBS 이사장실에서 만나 주요 현안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우리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매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이끌 수 있을지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방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KBS 발전을 위해, 신뢰받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각오입니다.

방송 경력이 없어 전문성에 대한 일부 지적이 있었습니다.
KBS 이사장은 종합적 의사 결정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만 있는게 아니고 제반 경영에 대해 심의·의결하는 것이 이사회의 기능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사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잘 이끌어 가는 것이 이사장의 직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다워야 합니다. 국민이 내는 시청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공정해야 합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불편부당하게 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진실된 보도, 정직한 보도가 중요합니다. 셋째, 공익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며 건강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방송은 벽이 없는 교실이라고도 합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국민교육, 평생교육을 위한 기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이를 모든 보도와 프로그램에 반영할 때 KBS가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BS 이사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이사회는 KBS의 경영에 대해 심의·평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KBS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KBS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감시·감독 기능 뿐 아니라 비전과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힘을 모아 발전의 에너지를 한데 묶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불만요소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구하도록 조언도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KBS가 BBC, NHK 부럽지 않은 방송으로 태어나려면 이사회, 경영 간부, 직원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애사심과 자부심, 그리고 국민의 애정과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내부 갈등이 있는 조직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내부의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공영방송의 위상을 높이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사들이 여당과 야당의 추천을 받아서 왔지만 이제는 정파를 떠나서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공익을 위해 KBS 이사로서 활동해야 합니다”라고 이사회 첫 모임에서 강조했습니다.

KBS의 주요 현안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 차원에서 하실 일들을 말씀해 주십시오.
첫째로 국민들이 볼 때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편성에 있어서 공정성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실하고 국민에게 유익한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합니다. 둘째 경영 효율성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개선 시도가 많았지만 거품을 제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회성이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구성원들의 합의 하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 성과가 배가될 수 있습니다. 셋째, 윤리적인 측면에서 어느 방송사보다 앞서 있어야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가 구성원들의 자정 노력이라고 믿습니다. 넷째,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정적 건전성 확보입니다. 재정 자립이 안 되면 창의적이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신료의 현실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말씀하셨는데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29년간 수신료는 제자리에 묶여 있습니다. 이것은 비현실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광고료 수입의 비율이 높으면 공영방송으로서 신뢰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KBS가 민영방송과 차별화된 공영방송의 사명과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공익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비용 조달도 막막합니다. 그동안 수신료에 대해 너무 정치적으로만 접근한 측면이 있습니다.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방송으로 키워주고 잘못하면 야단치고 그런 시스템이 돼야 합니다. 물론 KBS도 수신료에만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되고 한류 드라마나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의 해외 판매 확대 등 여러 가지 수익사업을 통해 자립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KBS가 한류와 한국의 문화 수출에 앞장서야 할 것이고 그것이 나라의 위상과 격을 높이는 길이고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KBS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밖에서 방만한 경영이라고 하는데 와서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방송사에 비해 많은 채널을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경영수지 개선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거품과 불필요한 낭비요소는 제거하고 불합리한 경영 시스템은 개선해야 합니다. 실제 이병순 사장과 간부,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거품을 뺀 결과 흑자를 냈습니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기적인 처방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KBS의 장기 발전 전략도 고려해야 합니다.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고 시청자의 높은 요구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 질 좋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원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도 해야 합니다. 품질 제고라는 당위성과 경영 효율성 제고 사이에서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는 게 경영의 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KBS의 방송 공정성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정성이라는 것이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여당과 야당의 시각이 다릅니다. 이렇게 자의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이 상식적으로 보기에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모자란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사장으로 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논란이 있는 공정성에 앞서 누구도 시비를 따질 수 없는 공익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리도덕, 정직, 공공질서, 헌법원칙, 준법정신 등 대한민국이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차별화되는 존재 의미라고 믿습니다. 고품질 교육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에서 최고를 지향하되 막장드라마나 저질 프로그램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이 좀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유익하고 자식에게 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재미를 위해 유익함을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둘 다 되면 좋겠지만….

경영진에 대한 감독권 행사를 어떻게, 어느 정도 하실 것인지요.
이사회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사회 규정과 정관에 정해진 바에 따를 것입니다. 더 이상 한다면 권리 침해고 월권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진에 대한 간섭은 지양돼야 합니다. 자율권은 많이 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지난 9월 4일 이사회에서 부사장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키셨는데.
현 사장의 임기가 2개월 남은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고 봤습니다. 업무보고도 받지 않은 상황이었고. 부사장으로 추천된 인물을 검증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이를 이병순 사장의 연임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 오해가 있을까봐 이병순 사장을 중심으로 합심해서 노력해 달라는 것을 발표문에도 명기 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사장 임명과 부사장 등 경영진 임명 동의권 행사와 관련한 원칙을 말씀해 주십시오.
현 시점에서 KBS에 어떤 사장이 필요한지, 어떤 사장이 돼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KBS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 이사들과 논의해서 공모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기존 관행과 상식적 기준에 따르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공영언론사 이사회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시스템이 좋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라마다 미디어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추천·임명된 후에는 이사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못지않게 실제 운용도 중요합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여야가 사회 각계의 대표성 있는 분들을 추천하고, 임명된 분들은 누가 추천했는지를 떠나 사심이나 정파성 없이 KBS이사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KBS의 발전과 국익에 부합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신방 겸영, 종편채널 등장 등 방송산업 지형 변화가 예상됩니다.
플랫폼 확대와 기술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방송에서의 역할 분담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차별화 전략을 써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민영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경쟁한다면 어떻게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영방송답게 보도, 교양, 문화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여서 상업방송이 따라올 수 없는 것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 상업방송에서 기획하지 못하는 것, 공익 영역에서 우리의 역할을 인식하고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겠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문제가 뭔지 알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공동체든 내부 갈등이 있으면 힘을 모을 수 없습니다. 힘을 합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갈등하는 것은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꿈과 조직의 비전이 일치할 때 개인도 발전하고 조직도 발전이 가능합니다. 내부의 소통과 화합을 통해서 그것을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 KBS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대한 인식을 떨치고 앞으로 KBS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나라의 공영방송은 국민의 수준과 애정에 비례한다고 믿습니다. 온 국민이 국민의 방송이라는 인식으로 격려해주고 잘못하면 따끔한 질책도 하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지도편달이 필요합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0월호 기획인터뷰 - 공영 언론사 이사장에게 듣는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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