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데스크는 지역 방송국 최초로 아니 전국 지상파 가운데 최초로 모험(인턴기자 채용)을 감행하기로 했다. 처음엔 제보 전화도 제대로 못 받던 친구들이 며칠 지나니 적응하기 시작한다. 결국 끈질기게 고민하고 발로 뛰어다니더니 자신만의 아이템을 발굴해 리포트를 완성해 냈다. 지역 뉴스데스크 시간에 인턴 4명의 리포트는 차례로 방송을 탔다.


기자가 되고 싶니?











허지희  충주MBC 보도국 기자
hjher1022@hanmail.net




부장, 국장을 포함해 취재기자라야 5명. 전국 지역 지상파 가운데 최소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충주MBC. 하루 1분 1초가 부족한데, 갑자기 인턴 기자를 뽑는다고 하니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몇 달 있다가 학교로 돌아가야 할 학생 인턴인 데다 제작 기회까지 준다고 하니, 직접 인턴과 취재를 해야 하는 카메라 기자 선배들의 우려가 크다.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 매체에선 대학생 인턴 기자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방송국에선 인턴을 뽑는다 하더라도 자료 수입 이외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신문과 인터넷은 인턴의 기사가 실리기까지 취재 방법을 알려 주고, 아이템 선정, 몇 차례의 편집 과정을 거치면 되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기자의 경우 취재와 기사 쓰기는 물론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발성과 발음이 좋아야 하고, 카메라 앞에서 시선처리나 어색함을 없애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카메라와 기자의 호흡인데, 취재할 아이템에 대해 카메라기자와 함께 고민하고, 그림 편집까지 염두에 둬서 촬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전에선 인턴을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카메라 기자들의 우려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래도 회사와 데스크는 지역 방송국 최초로 아니 전국 지상파 가운데 최초로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방송직을 원하는 젊은이는 많지만, 실전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다며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지원 대상자는 충북 출신이거나 충북 지역 대학에 다니는 희망자들로 제한했는데, 다른 지역의 지원 희망자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충주MBC는 충청북도를 기반으로 한 로컬 방송국이기 때문에 지역민 우대가 당연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았나?’ 새삼 느꼈다. 결국 필기와 면접을 제외하고, 카메라 테스트와 서류까지 방송기자를 뽑는 전형으로 대학생 3명과 대학원생 1명을 추려냈다.
뽑힌 친구들을 보니 어수룩하다. 잔뜩 주눅 든 얼굴로 보도부에 들어오더니  쭈뼛쭈뼛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방송기자가 멋있게만 보이냐? 중계차 앞에서 비는 비대로, 눈은 눈대로 맞아야 하고, 화장도 못한 얼굴로 사건 사고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방송에 대한 환상이 곧 깨질 것이다. 고생 좀 해 봐라.’ 4년차 기자의 솔직한 속내다. 처음엔 제보 전화도 제대로 못 받던 친구들이 며칠 지나니 적응하기 시작한다. 술 취한 제보자를 달래기도 하고, 자료를 주지 않으려는 공무원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자료 조사도 제법 해낸다. 각 아이템에 인터뷰가 가능한 전문가나 교수에게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인터넷을 뒤져 클릭하더니 섭외까지 성공해 취재기자들에게 연결해 준다. 이쯤 돼서 살짝 “방송기자, 할 만한 직업 같나?” 물어보니 다들 정말 재밌어 보이고 꼭 되고 싶단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된 후 기대에 찼던 눈빛이 점점 실망감으로 바뀌어 가는 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장마철 폭우로 침수된 논, 밭에 뛰어들어 좌절하는 농민에게 마이크를 대야 하고, 교통사고로 가족이 죽어 슬퍼하는 유족들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된 일이냐? 기분이 어떠냐? 물어봐야 한다. 때론 고속도로 위에서 사고 현장을 찍기 위해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해 도로를 건너고, 가드레일을 넘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겨울 밀렵의 흔적을 찾아서 산 구석구석을 누벼야 한다. 아이템 찾아내는 것은 어떤가? 겨우 찾아낸 아이템도 방송용으론 적합하지 않다고 데스크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밤새 고민하지만 지역에 대해 아는 것도 많지 않고 한계가 있다. 한 번, 두 번, 생각해온 아이템마다 계속 퇴짜를 맞다 보니 결국 눈물까지 보이는 인턴도 있었다. 그래도 결국 끈질기게 고민하고 발로 뛰어다니더니 자신만의 아이템을 발굴해 리포트를 완성해 냈다. 지역 뉴스데스크 시간에 인턴 4명의 리포트는 차례로 방송을 탔다. 모두 뿌듯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낀다며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떠난다 했다.
기자에 대한 환상과 이상을 꿈꾸며 방송기자를 시작한 지 4년. 학교에선 절대 알 수 없었던 현실과 부딪치면서 기자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졌던 시간이었다. 때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적도 있었지만, 나의 취재와 보도로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을 보며 보람된 일이 더 많았고, 다른 직업보다 성취감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인턴들은 어땠을까? 기자에 대한 환상을 하나씩 하나씩 깨뜨려간 두 달. 인턴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도 기자가 되고 싶니?’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0월호 에세이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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