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위해 ‘영혼’(SOUL)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의 감각적이고 높은 품질 개선을 뜻하는 ‘Sensuous’, 어디에든지 멀티미디어가 완전히 통합된 통합 뉴스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의 ‘Omnipresent’, 독창적인 뉴스 생산을 강조하는 ‘Unique’, 시간과 경쟁하기 위해 콤팩트화된 형식과 내용의 ‘Light’가 그것이다.


독창적이고 콤팩트한 포맷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해야

‘뉴스 미디어의 혁신’ 세미나

강선영 인턴기자  ksy1229@kpf.or.kr



“한국 신문은 용기를 내야 한다.” 후안 세뇨르(Juan Señor) 이노베이션 미디어컨설팅 그룹 파트너 겸 수석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 9일 오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뉴스 미디어의 혁신’(Innovation in News Media) 세미나의 주제 발표자였다. 세뇨르 부사장은 지난 4년간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그리스, 포르투갈, 러시아, 우크라이나, 두바이, 칠레, 브라질의 신문과 TV 방송국 론칭 작업을 주도했는데, 이중 세 개 신문이 2007년과 2008년 ‘Best Design Concept & Design in the World’ 상을 받았다.

영혼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세뇨르 부사장은 혁신적으로 구시대적인 서커스 방식을 탈피하며 성공한 ‘태양의 서커스’를 예로 들어 한국의 신문사들도 오래된 사고방식과 시장보호 경향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영혼’(SOUL; Sensuous, Omnipresent, Unique, Light)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의 감각적이고 높은 품질 개선을 뜻하는 ‘Sensuous’, 어디에든지 멀티미디어가 완전히 통합된 통합 뉴스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의 ‘Omnipresent’, 독창적인 뉴스 생산을 강조하는 ‘Unique’, 시간과 경쟁하기 위해 콤팩트화된 형식과 내용의 ‘Light’가 그것이다. 이것이 위기에 있는 신문사가 선택할 수 있는 4가지 옵션 중 유일하게 신문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인 비즈니스의 재발견이다.
세뇨르 부사장은 신문의 미래보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왜곡 보도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소식을 뒤늦게 전달하는 등의 나쁜 저널리즘을 행하는 비즈니스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신문사들은 혁신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리면서 산업 전체를 죽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문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여러 가지 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와 저널리즘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적인 콘텐츠와 포맷의 변화를 위해 ‘Journalist’가 아니라 ‘JournAnalyst’가 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저널리즘에 관해서는 ‘80:20 vs 20:80’ 공식을 제시했다. 이는 세상의 80%를 차지하는 기본적인 사실을 지면의 20% 정도로 핵심을 축약하고, 20%를 차지하는 우수한 이야기를 지면의 80%에 담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식을 실행하여 성공한 프랑스 ‘리베라시옹’, 스페인 ‘마요르카’, 포르투갈 ‘엑스프레소’ 등의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 주장에 힘을 실었다. 모두 콤팩트한 사이즈에 2~4개의 섹션과 리듬으로 짧고 간편하지만 잡지처럼 알찬 내용이 담겨 있어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었다.

오디언스를 직접 찾아가라

이어 인쇄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이 이동되고 있는 뉴스 조직에 맞춰 멀티미디어 조직을 만들기 위한 뉴스룸의 혁신 사례와 원칙, 통합 모델 등을 소개했다<표>.
대다수의 통합 모델들은 물리적인 통합만 이루어져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케팅과 오디언스의 통합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BBC의 사례였다. 세뇨르 부사장은 “오디언스가 시작점이다”고 강조하며, 플랫폼과 조직 등이 오디언스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상호작용적 콘텐츠로 혁신, 수익창출 기반인 데이터 축적, 병에 담긴 디지털 뉴스 같은 플랫폼상에서의 혁신 등을 설명하며 “오디언스가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어디든지 직접 찾아가라”고 말했다. 이미 세계의 언론사들은 오디언스를 직접 찾아가기 위한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세븐틴’이라는 잡지는 마이스페이스닷컴이라는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시카고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도 오디언스와의 소통을 위한 사이트를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에 기반을 둔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반 뉴스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그는 “대량판매 구조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왜, 그 다음은’ 같은 것들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로 몸값 높은 신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8개월 안에 전 세계의 신문이 온라인 콘텐츠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파이낸셜 타임스의 미터 시스템, 월스트리트 저널의 회원제 시스템, 무료 제공 기사 수를 제한하고 그 후부터 과금하는 ‘content plus’ 시스템 등 3가지 시스템을 소개하며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경고했다.

무료는 미친 짓이다

세뇨르 부사장은 “현재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려운 시기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시기”라며 “혁신하지 않는다면 모두 죽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민경중 CBS 보도국장은 5년 전 당시 언론사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포털사이트와 비주얼적인 기사에 중점을 두어 성공했던 노컷뉴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유통의 흐름을 빼앗긴 현재 라디오와 인터넷, 신문 등 모든 매체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수익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며 “독자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역효과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제시했다.
백재현 조인스닷컴 이사는 “신문사들이 작년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 수익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며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보다 경쟁자가 지쳐 떨어져 나가길 바라는 모습을 보이는 현 언론계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세뇨르 부사장과의 개인적 면담에서 “한국이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동안 용기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살기 위해 혁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미디어(혹은 인터넷) 생태계를 감안했을 때, 제안한 수익 모델들이 과연 한국에서도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은 “오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혁신’이었고, 혁신의 내용 중 하나가 ‘통합’이라는 키워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문사들이 혁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혁신을 두려워하는 조직원, 두 번째는 어려운 상황에서 감당해야 할 혁신의 비용, 세 번째는 성과에 대한 우려이다. 김 팀장은 “성과가 보장되지 않더라도 신문사가 혁신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최고 경영자들의 결단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의사결정자들이 나서서 혁신해야

이에 대해 후안 세뇨르 부사장은 한국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전 세계가 모두 그러하듯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너무 오랜 기간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다며 “우선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온라인신문협회가 함께 콘텐츠에 과금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좋은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좋은 예로는 ‘이코노미스트’의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 과금 시스템을 꼽았다. 이 밖에도 스페인 ‘엘 문도’가 스페인 국왕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입 닥쳐”(Why don't you shut up?)라고 말한 음성을 캐치한 후 이를 전화벨로 유료 서비스해 20억 원 넘게 수익을 올린 사례가 독특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는 ‘진보한 양질의 저널리즘’을 찾아야 한다”며 “좋은 저널리즘이 곧 좋은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신문사가 선정한 기사를 제공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어떤 기사를 원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둔감해졌기 때문에 오디언스를 이해하는 작업들이 꼭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겁고 긴 오늘날의 신문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으므로 “포맷을 바꾸고 용기를 내야만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해외에선 발행인들이 모여 함께 살아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다. 한국도 발행인들이 모여 토론하지 않으면 신문 산업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들에게는 “인포그래픽 등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경영기획실 소속 참석자의 “통합뉴스룸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어떤 능력을 배양하고 요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편집장은 유동적인 콘텐츠 지휘자가 되어 수평화된 조직구성을 실행하고, 제대로 된 메커니즘과 마케팅 마인드를 기반으로 하여 경영진과 에디터, 경영과 관리 등이 콘텐츠와 함께 맞물려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민경중 국장이 “현재 한국에선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는 것이 최대 화두인데, 지상파로 가는 것이 옳은지 신문사 자체의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세뇨르 부사장은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모르지만 전 세계 신문사 중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지상파는 굉장히 자본집약적인 곳이므로 위험하다. 가장 큰 수익을 끌어다 줄 수 있는 것은 콘텐츠를 확보해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0월호 미디어포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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