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MBC 보도국 스포츠부 기자

회사 사옥에 붉은 글씨의 ‘결사반대’ 현수막이 붙던 날, 회사는 파업을 결정했다. 온몸을 훅훅 볶아대는 땡볕 아래 서서 국회를 바라보고 죽어라 소리도 쳤지만, 굳게 닫힌 국회 정문만큼이나 마음은 답답했다. 그러고는 터벅터벅 근심어린 얼굴로 집으로 향하기를 며칠째, 그렇게 파업이 계속되다보니 지치는 게 인지상정. 입사 2년차이지만, 벌써 여러 차례의 파업과 제작거부를 거치면서 ‘애송이’ 기자들 역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파업 마지막 날. 문자 한통이 왔다. ‘오늘 홍대 앞으로 오는 사람은 근사한 저녁을 사주겠다.’ 는 캡의 호출. 경찰 기자들은 경찰이 ‘불법’이라고 했던 집회를 마치고 옹기종기 홍대 앞으로 모였다. 홍대 주차장 골목 초입에서 캡에게 이끌려 들어갔던 튀김집 ‘죽촌’. 그곳은 튀김옷을 입히는 것부터 자신이 직접 해야 하는 셀프 튀김집이었다. 튀김재료는 꽃게부터 전어, 오징어, 전복, 소라 등 다양했다.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꼭 집어서 묽은 반죽이 풀어져있는 대나무 통에 휘휘 저어 튀김옷을 입힌 뒤 화덕위에 놓인 기름속에 퐁당 담그면 되는 곳.
일식집 분위기가 나는게 심상치 않다 싶어 가격표를 봤더니… ‘뜨악’ 한 사람당 3만원이나 하는 게 아닌가. ‘캡이 사준다고는 하셨는데, 솔직히 무리하시는 것 아닐까.’ 그 때 캡이 하시는 말씀. 시경에서 타사 캡 한 분이 경찰기자 회식 때 이곳에 와서 3만원짜리 정식을 먹었다고 자랑을 했다는 거였다. 그러고는 모인 사람들에게 폭탄선언을 던지셨다.
“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5만 원 짜리 먹는다.”
맛난 것을 먹었기도 하거니와 캡의 엉뚱한 유머를 들으니 근심 걱정으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풀렸다.
“어려운 집은 사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냐, 맛난 것 먹고 단합대회도 제대로 했으니 회사는 많이 어려워져도 우리는 사이좋게 지내자.”
가격이 조금 비싼 곳. 그만큼 맛은 좋은 곳. 오만가지 고급재료가 나오는 곳. 아삭아삭한 튀김 맛이 일품인 곳. 튀김 옷 입히는 재미가 있는 곳. 하얀 튀김옷이 노릇노릇 익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맛이 있는 곳.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제하고서라도 우리를 생각해주는 캡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던 곳. 홍대앞 튀김집 ‘죽촌’이었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0월호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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