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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던 1인 방송 콘텐츠 포맷을 텔레비전 방송 포맷에 결합한 형태의 프로그램인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


2015년은 방송에 있어서 그동안 예견됐던 기술 환경과 시장 환경 변화의 여파가 가시화된 해이다.

지상파방송은 인터넷 1인 방송의 인기에 주목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포맷으로 차용하기 시작했고, 몇몇 비지상파 채널들의 정규 프로그램 시청률이 지상파 채널의 시청률과 경쟁적 관계를 이룰 만큼 상승했다.
 
한국 방송 콘텐츠의 수입 시장이었던 중국은 투자와 인력 흡수를 통해서 콘텐츠 수출국이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대한 계획은 그 계획만으로도 우리 방송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이 변화들 중 방향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그 변화에 올라타는가 하는 것이다.


1. 방송 포맷의 변화 시작-‘마리텔’과 MCN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텔레비전 방송에 불어닥친 변화와 변화의 방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던 1인 방송의 콘텐츠 포맷을 텔레비전 방송의 포맷에 결합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마리텔’은 OTT 서비스인 아프리카TV에서 스타성을 가진 1인이 출연자이자, 감독이자, 작가가 되어 이용자와 상호작용 속에
서 온라인에서 방송을 하던 포맷을 텔레비전 방송 포맷에 차용하여 1인 방송의 인기 경합으로 성공을 거둔 MBC 프로그램이다.
 
‘마리텔’은 시청률 측면에서만 보자면, 일자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6~7%대 수준으로 동시간대(토요일 오후 11시대) 오락 프로그램들 중에서 성공적이지만, 엄청난 히트작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과 텔레비전 산업에서의 의미 측면에서 보자면 ‘마리텔’은 2015년 텔레비전 방송을 특징짓는 첫 번째 키워드로 손색이 없다.
 
유튜브 이후 콘텐츠의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해오던 프로슈머가 상업적으로 진화해 온라인에서 1인 방송의 BJ가 됐고, 텔레비전 방송도 이들의 상업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마리텔’이 주는 의미는 하나의 성공적인 프로그램 포맷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텔레비전 방송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MCN(multi-channel network)의 존재감이다.

MCN은 1인 제작자의 프로그램 기획, 제작 등을 지원하고 저작권 관리, 계약 등을 지원·관리하는 기획사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2013년에 드림웍스가 오섬니스TV를 인수했고, 2014년에 디즈니가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메이저 스튜디오의 MCN 사업 참여가 본격화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아프리카TV, CJ E&M 등이 MCN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올해 7월 KBS가 MCN을 위해서 예띠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마리텔’에서는 기존 방송 스타들이 인기에서 밀리기도 했고 백종원, 김영만, 이말년 등 새로운 1인 방송 스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인 방송에서의 스타성은 기존 방송에서의 스타성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보여주었다.

당장 MCN이 텔레비전 방송 전반을 위협하거나 ‘마리텔’ 포맷이 텔레비전 방송 포맷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들은 텔레비전의 변화가 이미 본격화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2. 비지상파 채널의 시청률 주도

올 9월부터 시행된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와 같은 비대칭규제 완화 정책은 지상파방송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단가가 높은 시간대의 광고 시간 공급을 증가시킴으로써 지상파방송사의 수입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기대를 해볼 수 있지만, 방송광고 시장의 지속적인 초과공급 상황, 광고총량제로 인한 주 시청시간대 광고 시간의 공급 증가, 시청률의 지속적인 감소 등이 그 효과를 상당히 상쇄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상파방송의 시청률 감소는 지상파방송의 위기 상황을 야기하는 핵심이다.

지상파방송은 텔레비전 이용자의 감소와 비지상파 채널의 시청률 증가를 동시에 직면하는 이중 위험의 상태에 처해 있다.

시청자들은 아예 텔레비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을 떠나서도 텔레비전 콘텐츠를 이용하는데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진 것이다.

모바일 미디어와 OTT 서비스로의 이동이 20대, 30대를 중심으로 해서 중년층으로까지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20대 이하에서는 텔레비전이 필수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코드네버족(cord-nevers)의 비중도 어느 정도까지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텔레비전 앞에 다시 앉혀 놓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상파방송 시청률 감소는 단순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며, 지상파방송이 시청자와의 공감에 무뎌진 데서 기인한다.

그동안 한두 채널에 국한해서 간혹 일어나는 특별한 사례로 남아 있던 지상파 채널을 능가하는 비지상파 채널의 높은 시청률이 올해는 아주 흔한 일이 됐다.

tvN의 ‘삼시세끼’는 금요일 주 시청시간대에 시청률 11~14%대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으며, tvN의 ‘집밥백선생’은 화요일 주 시청시간 대에 최근 시청률이 5~6%대, ‘응답하라 1988’은 금, 토요일 8시대에 8%대를 유지하고 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월요일 주 시청시간대에 4~5%대 시청률을, 바로 이어서 월요일 오후 11시대에 편성된 ‘비정상회담’도 3~4%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JTBC의 ‘히든싱어’는 토요일 오후 11시대에 4%의 시청률을, tvN의 ‘오 나의 귀신님’과 ‘두 번째 스무살’ 등의 드라마도 금, 토요일 주말 8시 30분에 꾸준히 7%대의 시청률을 보였다.
 
드라마에서 tvN의 공격적 기획은 이미 지난해 말 ‘미생’의 성공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편성시간대에서 tvN과 JTBC 등의 비지상파 채널들의 편성은 지상파 편성을 피하지 않고 주 시청 시간대에 맞붙는 자신감을 보였고, 장르에 있어서도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닌, 지상파방송의 고유영역이었던 오락과 드라마 등에서 선전했다.

오락과 드라마에서 지상파방송에서 제공하지 못한 참신한 소재들을 기획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지상파방송 이탈을 촉진시켰다.

뿐만 아니라 MBN의 ‘엄지의 제왕’ ‘나는 자연인이다’ ‘속풀이쇼 동치미’ ‘아궁이’, JTBC의 ‘유자식 상팔자’ ‘히든싱어’ ‘썰전’ ‘마녀사냥’ ‘슈가맨’ 등도 다양한 연령대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인 지상파방송의 시청률을 잠식하고 있는 종편채널의 프로그램들이다.

오랫동안 지상파방송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방송 바깥에 방송 콘텐츠 생산의 의미 있는 주체가 생겨났다.


3. 차이나머니와 넷플릭스

2014년 12월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의 지분을 인수한 홍콩 공연기획사인 주나인터내셔널은 120억을 투자함으로써 2015년 1월에 초록뱀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어서 2015년 11월에 홍콩에 기반을 둔 종합미디어 기업인 DMG가 300억 원대의 투자를 통해서 초록뱀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초록뱀은 그동안 ‘주몽’ ‘올인’ ‘추노’ ‘하이킥 시리즈’ ‘프로듀사’ 등을 제작해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을 이끌어온 업체들 중 하나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스케일이 큰 투자 방식으로 알려진 차이나머니가 국내 콘텐츠 산업에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한국 방송 콘텐츠의 배급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투자를 통해 제작 및 유통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시장은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주요한 후속시장의 역할을 해왔는데, 중국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전략이 수입에서 투자로 진화해온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작가, 감독, 제작 스태프에 이르는 한국의 방송 제작인력까지 흡수하여 중국의 자본에 한국의 기획과 기술을 얹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과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은 작가와 프로듀서에 대한 얘기들이 들린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의 제작인력들이 장차 한국 콘텐츠 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당장은 국내 제작인력의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더 많다.

미국 넷플릭스사의 한국 진출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계획만으로도 올 한 해 동안 우리 방송 업계와 콘텐츠 업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사들과 콘텐츠 제작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넷플릭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넷플릭스는 해외 플랫폼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온라인 플랫폼에만 국한된 기업이 아니다.

미국 에미상에서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자체 제작 드라마들이 수상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콘텐츠 기업의 대열에 들어섰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시에 플랫폼 제휴 및 콘텐츠 제작 차원 등 다채로운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불행히도 그런 다채로운 전략적 가능성 앞에서 우리 주도로 판을 짤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이 우리에겐 없다.

아직 채 진입도 안 한 기업을 두고 유료방송과 OTT 사업자 간의 비대칭규제에 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방송업계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외 기업의 인수나 인력 스카우트는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서 늘 있는 일로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방송과 콘텐츠 산업이 해외자본의 유입과 해외 기업의 진입에 대해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것은 해외 기업들의 자본력이나 위세보다도 한국 방송 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인력, 기획력, 기술, 작업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자금 조달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독립제작사는 차이나머니의 타깃이 된다.
 
콘텐츠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유통질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 시장에 넷플릭스의 진입 효과는 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즉각적이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방송과 콘텐츠 시장의 구조를 흔들어 놓을 것임에 틀림없다.

올해가 지나면 차이나머니의 공격은 더 정교화될 것이고, 넷플릭스도 어떤 형태로든 우리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본과 기업의 유입에 따른 소유, 고용, 세금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을 통해서 우리 방송 산업과 콘텐츠 산업의 맷집을 강하게 단련하는 데에 더 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내 방송과 콘텐츠 시장이 정책적 지원 속에서 해외 자본과 기업을 직면할 때까지의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시장에 대한 그들의 공격을 통해서 방송과 콘텐츠 산업의 오래된 문제점들 또한 동시에 공격받을 것이고, 그로 인한 정화작용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질서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을 때, 어떤 규제적 정책으로 해외 자본과 기업들을 견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고히 우리의 방송산업과 콘텐츠 산업을 지켜나갈 수 있다.
 
또한, 그럴때만이 국내 시장과 관계를 갖는 해외 자본과 기업들을 우리의 시장을 키우고 우리의 산업을 강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게 만들 수 있다.

임정수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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