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사들이 주목했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여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창간50주년에 맞춰 한국판 혁신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기자들의 소셜 네트워크 참여 활성화를 비롯, 새로운 디지털 전략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 영입, 콘텐츠 및 IT 기업투자 등 우선순위를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은 ‘한겨레 혁신 3.0’ 2단계 조직 개편을 시행했다.

디지털, 신문, 방송 등의 영역을 모두 관장하는 영역별 융합형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이들 에디터는 기존 종이신문 제작 업무 외에 인터넷 각 섹션, 페이스북 페이지, 팟캐스트 등 플랫폼별 뉴스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요 언론사의 혁신 프로젝트는 보험성 광고 시장, 정치적 편향성 등 국내 언론 환경의 특수성에 기댄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명쾌하진 못했다. 다만 연결과 관계의 가치를 표상하는 ‘페이스북’, 뉴스 품질의 경쟁을 상징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모바일’ 등의 키워드는 여전히 부여잡았다.


1. 뉴스 유통의 새 설계자 페이스북

언론사 스스로 경쟁력을 점검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것은 뉴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ICT 기업의 뉴스 시장 진출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는 뉴스 생산자 간 ‘실익’ 논쟁 속에 영미권 주요 언론사의 참여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포털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국내 뉴스 시장에 페이스북이 언제 어떻게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매개로 유통된 뉴스 콘텐츠는 점점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실마리로 부상하고 있다. 포털에서 뉴스 소비를 하지 않고 모바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접한다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의 매일 이용률이 2011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언론사닷컴 뉴스나 모바일 앱, 종이신문 뉴스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페이스북은 한국 뉴스 시장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언론진흥재단의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SNS와 뉴스 소비’(김영주·정재민, 2015)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67.3%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67%가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4명 중 1명은 ‘좋아요’를 누르고, 10명 중 2명은 ‘공유’하고, 1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였다.

소셜 네트워크로부터 언론사 트래픽에 들어오는 이용자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 부문 대표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 메이저신문 등 전통 매체는 아직 비중이 두 자리 숫자도 되지 않지만 모바일 기반의 신생 미디어는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전담 인력을 두고 광고비 지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또 다른 무덤이 될 것이란 비관론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소셜 네트워크 활용성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은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실태 보도를 통해 ‘초보 수준’이지만 전문성과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나서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개별 기자 단위에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2. ‘연결과 관계의 가치’에 눈뜨는 뉴스룸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정한 뉴스의 순서나 뉴스비중에 대한 인지 없이 이용자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PC 환경에서는 포털 뉴스 소비로 집중됐지만 모바일에서는 분산된 상태 즉, 비선형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애플뉴스앱 등 각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감안한 생산, 유통 전략이 추구될 때”라고 강조했다.

주로 해외 온라인 미디어에서 전개되는 수직적 대응(vertical approach)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개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급하 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가 아니라 각 플랫폼과 이용자의 특성를 고려한 타깃 서비스 전략이다.

올해 4월 페이스북에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SBS ‘스브스뉴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뉴스로 ‘콘텐츠 플랫폼’ 기능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KBS ‘고봉순’,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뉴스래빗’, 서울경제신문 ‘썸’ 등 다수 언론사들도 캐릭터를 내세우는 한편 소셜 네트워크 전용 콘텐츠 제작에 앞다퉈 나섰다.
 
중앙일보는 논설위원실, 문화부, 여행·레저, 청춘리포트, 강남통신 등 다양한 부서와 주제로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웹 사이트의 초기 페이지 방문율보다 딥링크로 기사 페이지를 보고 빠져 나가는 이용자 비율이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더욱 세분화된 미디어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단을 보여줬다.


3. 어뷰징에서 카드뉴스, 스낵 콘텐츠까지

기사 어뷰징, 베끼기 기사, 유사 언론 행위 등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이해 당사자들의 힘겨루기 속에 출범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어갔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어 온라인 기사 및 댓글의 삭제는 물론 페이스북과 피키캐스트 같은 신생 뉴스미디어를 중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변수도 심상찮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젠다를 제기하는 언론 자유의 확대와 뉴스 유통 시장 건강성의 확보를 균형적으로 다루는 프레임이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카드뉴스, 리스티클, 짧은 영상 등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끌어내는 큐레이션 미디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피키캐스트가 주도한 콘텐츠 문법의 파괴에 올해 들어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가 뛰어들었다.

간식을 먹듯 짧고 가볍게 소비하는 스낵 콘텐츠는 모바일 생태계를 좌우했다. 다만 수익화 한계로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렀고 차별성 없는 카드뉴스만 쏟아졌다.

뉴스 큐레이션과 저작권의 간격도 좁혀지지 않았다. 베끼기 공방에 끼인 이용자의 피로도는 극도로 쌓였다.
 
정통 기자와 새로운 업무 담당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 뉴스룸을 중심으로 검증형 스토리텔링, 뉴스웹툰 등 다양한 형식의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 나왔다.
 
포털 사이트에 공개된 ‘신서유기’ 같은 웹 드라마나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72초 TV’의 인기도 거들었다.


4. 경계 없는 뉴스의 정착지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둔 언론사의 실험들은 최근 1~2년 사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용자의 관심사, 눈높이와는 현격한 거리를 다시 확인한 정도였다.
 
뉴스룸은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오래된 명제와 마주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정제하고,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그중 가장 적합한 주제로 등장했다. 차별화한 뉴스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어서이다.

공공 기관의 데이터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저널리즘에 데이터를 접목한 사례는 크게 증가했다.
 
헤럴드경제와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 데이터 저널리즘 센터가 분석한 ‘메르스 관련 주요 기사 네이버 댓글’ 빅데이터 분석 보도도 눈에 띄었다.
 
특히 KBS 디지털뉴스국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메르스 감염 현황과 전파 경로’ ‘지도와 통계로 보는 메르스’ 등 인터랙티브 뉴스는 돋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뉴스룸 내부에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룰 만한 인력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부서나 기술 자원들도 방치되고 있다.

데이터 과학이기보다는 데이터 시각화에 그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다만 올해 들어 몇몇 언론사들이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선언적 화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구체적 분야로 진화한 것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뉴로어소시에이츠, 뉴스젤리, 비주얼다이브 등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기업과 언론사 간 협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윤이 뉴로어 소시에이츠 대표는 “뉴스룸의 특성상 빠른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운영하고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 뉴스룸의 이용자 파악 노력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세계신문 협회총회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지만 언론사는 아무것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롱폼 저널리즘’ 논쟁에 이어 로봇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까지 뉴스 실험이 뜨거웠지만 정작 이용자는 뒷전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가 더욱 파편화하는 만큼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ICT 기업이 보유한 수준 높은 이용자 분석 시스템은 최적화한 뉴스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가령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가장 적합한 뉴스를 전달하고, 최근에 가장 많이 본 뉴스는 어떤 분야였는지 검토해 이용자의 소셜 네트워크 타임라인에 노출한다.

한겨레신문의 모바일 웹 개편은 ‘개인화 서비스’를 고민하는 언론사 뉴스룸의 단기 처방전을 보여줬다.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선택한 뉴스, 다른 이용자가 호응했던 정도를 반영한 뉴스, 그리고 이용자 스스로 고른 뉴스의 메뉴로 나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가 모바일형 서비스인 ‘V앱’, ‘1boon’ 서비스 등을 내놓은 것도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지를 넓혔다.

‘트렌드 뉴스’ ‘(오전 7시 출근길 이용자를 겨냥한) time 7’(이상 중앙일보), ‘생활의 꿀팁’ ‘썸남썸녀’ ‘퇴근길’ ‘나른한 오후’(이상 동아일보), ‘뉴스 AS’ ‘개콘보다 새로운 뉴스’ ‘한 장의 지식’ ‘버티컬 동영상’(이상 한겨레신문), ‘눈사람’ ‘play 한국’ ‘포토플레이’(이상 한국일보) 등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와 구성으로 변신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자와 접점을 맺는 모바일 콘텐츠를 수렴하는 시도인 셈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디지털 혁신의 최대 장애물로 뉴스룸과 기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꼽는 등 스스로 성찰한 것은 의미 있는 행보였다.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변신한 다음의 ‘뉴스펀딩’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고, 신생 미디어와 블로거들의 약진, 산업계·학계·언론계의 공동 프로젝트 등 온라인 저널리즘의 외연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미디어 생태계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기대하는 만큼 플랫폼, 콘텐츠, 뉴스룸, 이용자에 대한 재정의가 기대된다.


도움주신 분들(무순)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

김일숙 SBS콘텐츠허브 뉴스서비스팀장,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

육근영 중앙일보 디지털전략팀 차장,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차장·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Posted by 미디어정보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