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발생이 일상화되어 새로운 보편성이 된 위기의 시대” - 마케팅의 대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가 6년 전 발간된 그의 저서 ‘카오틱스(Chaotics)’에서 현 시대를 지칭한 표현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부단한 변혁은 해를 거듭해도 여전한 현재진행형이며, 그 끝을 알 수도 없다. 광고 산업은 특히나 세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생리를 타고 났기에 더더욱 변화무쌍하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2015년 역시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었다.

올해 국내 광고계가 경험한 ‘일상화된 격동’, 그 주요한 단면들을 간추려 본다.


1. 험난한 광고 규제 완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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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광고 규제의 변화상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최근 광고 산업을 달구는 뜨거운 제도적 이슈는 대부분 지상파방송 광고와 유료방송 광고에 대한 비대칭규제의 현실에서부터 비롯된다.
 
지상파방송 대 유료방송과 신문(특히 종편방송을 소유한 신문사들)간의 첨예한 대립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했다.

또한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켜 9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사는 시간당 광고 노출 한도(평균 9분 이내, 최장 10분 48초) 내에서 자유롭게 광고 종류와 시간을 정해 편성할 수 있게 됐으며, 지금까지 스포츠 중계방송에만 허용되어 왔던 가상광고가 예능과 스포츠뉴스 프로그램에도 노출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없이 광고총량제는 크게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방송 산업과 광고 산업의 활로를 위해 광고 규제 완화는 역행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해 다양한 이해주체들(매체사, 광고주, 광고대행사, 미디어렙, 시청자단체, 규제기관 등) 간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제도 개선 추진에 있어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더욱 ‘핫’한 규제 완화 쟁점이 될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문제도 법 개정을 낙관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비자를 각종 유해성 광고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규제 영역이 부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올 10월에 정부는 의료광고와 의약품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기준을 강화하고,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신문에 게재된 선정적 광고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2. 모바일 미디어의 성장과 진화는 무한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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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실제 장면을 광고에 삽입하는 기법인 풋티지 광고는 올해 그 노출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상황을 이용한 풋티지 광고.


모바일은 대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광고매체로서의 모바일 미디어는 점점 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광고는 더욱 위세를 떨쳤고, 광고량과 광고 기법의 측면에서 또 한 단계 도약했다.

아직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5년의 모바일 광고비 총액은 1조 1,7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약 40% 상승한 수치다(HMC투자증권 자료).

최근 모바일 미디어의 이용량과 모바일 광고 시장의 확대를 촉진한 여러 요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SNS 플랫폼이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무게중심을 확고히 옮긴 현상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과 같이 개인성과 과시성이 강한 SNS는 개인매체로서의 스마트폰이 갖는 항시적 휴대성, 즉각반응성 등의 속성과 잘 부합되기 때문에 모바일 SNS의 성장은 필연적이며, 이런 추세 속에서 올해 SNS 업체들의 광고시장 확대 노력은 어느 때보다 더 공격적이었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의 매출 신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영업 실적을 거두었으며, 이용자 수에 있어 올해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인 인스타그램도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영업을 본격화했다.

그 밖에 스마트폰의 이용 행위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보상형 광고가 다양해지면서 각종의 리워드앱이나 잠금화면 광고 등을 통해 수용자의 자발적 광고 노출을 유도하는 광고 형식이 모바일 광고의 주요 영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또한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급증에 따라 게임 화면 배너광고나 게임 내 PPL을 통한 간접광고 물량도 크게 늘었으며, 모바일앱 광고(in-app 디스플레이광고)와 위치기반 광고는 더욱 보편화됐다.

한편, 모바일 광고 외에 VOD 중심의 IPTV 광고 시장 또한 완판을 이어가면서 전년에 비해 약 2배가량 광고비가 증가하는 성장기를 보냈다.


3. 광고와 기술의 못 말리는 만남

현대 광고의 빅 트렌드에 있어 테크놀로지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제품이나 전형적 광고의 틀 안에서는 좀처럼 차별화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 미디어가 곧 크리에이티브가 되고, 디지털 기술은 종종 절대적 도우미 역할을 감당한다.

요즘의 광고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비집고 들어가려 하는 침투적 성향이 더 강해졌다.
 
올해 출시된 애플워치와 갤럭시 기어 S2의 성공은 ‘작은 광고’ 플랫폼으로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지닐 가능성을 일깨웠으며, 일상의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사람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는 앞으로 뉴미디어 광고의 영역이 또 다른 진화를 맞이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술을 통해 광고는 확장된다. 올해 모바일 및 온라인 광고 시장의 성장에 크게 일조했던 동영상 광고의 성행은 초고속 LTE 통신기술과 스마트 기기의 제품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각종의 디지털 사이니지와 가상현실 광고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확장하고 진보했다.

올해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광고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칸 크리에이티브 어워드에서 역대 최다 수상이란 성과를 거두었는데, 많은 수상작들의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테크놀로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으며, 냉랭한 기술은 따뜻한 휴머니즘의 코드와 맞닿아 있었다.1

이는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광고나 프로모션에 있어 수단으로서의 ‘기술’과 메시지로서의 ‘인간’을 공고히 결합하는 표현구조가 향후에도 소비자의 주목과 호응을 가져올 안전한 전략임을 암시한다.


4. 콘텐츠와의 경계를 허무는 광고

수용자는 회피하려 하고 광고는 어떻게든 그들의 시선을 붙잡으려 하는 것이 광고 노출 상황에서의 기본 메커니즘이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광고 형태가 개발되고 성장과 퇴조의 역사가 반복된다.

스마트폰, PC나 IPTV 등에서 이용자가 선택한 동영상 재생 시 강제로 노출되는 로딩광고는 수용자의 광고 회피를 막고 (적어도 5초 또는 15초 동안) 광고 주목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으며 올해 동영상 광고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이는 상호작용적 매체에서 수용자에게 부여됐던 광고 노출의 선택권을 빼앗아 강제적 시청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이며, 푸시형 광고의 새로운 부활과 진화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콘텐츠의 일부로 노출되면서 자연스러운 광고 효과를 의도했던 간접광고는 올해도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에서 빈번히 등장했다.
 
그러나 올해 콘텐츠와의 경계 허물기에 앞장섰던 광고 형태의 두첨병은 뭐니 뭐니 해도 ‘네이티브 광고’와 ‘풋티지 광고’였다.
 
인터넷신문 웹 사이트에서는 기사 형태로, SNS 사이트에서는 해당 SNS의 콘텐츠 형식으로 노출되는 네이티브 광고는 수용자에게 상업적 광고가 아닌 하나의 정보로 인식되어 높은 광고 효과가 예측된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네이티브 광고는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시장 규모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인기 높은 방송 프로그램(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의 등장인물과 공간적 배경을 그대로 옮겨 마치 해당 프로그램의 일부인 양 노출시키는 풋티지 광고도 올해 그 노출량이 부쩍 늘었다.
 
그밖에 온라인 소비자의 정보와 쇼핑 기록을 빅데이터 분석처리하여 개별적으로 상품을 노출시키는 맞춤형 광고도 올해 보편화 단계에 이를 만큼 성행했다.


5. 빅 카테고리의 판도 변화

광고 시장을 주도하고 광고업종 상위권을 장악하는 품목은 시대에 따른 변천을 겪어왔다.

70~80년대는 제과와 화장품, 90년대 가전, 2000년대 휴대폰과 이동통신 업종이 그랬는데, 최근에는 변천의 속도가 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경기 침체가 광고 업계도 침잠시켰던 2010년대 초반에는 아웃도어 의류 품목이 그나마 광고 시장의 소생을 도왔던 신생 효자 업종이었다.

그러나 올해 아웃도어 업계는 시장 포화의 상황에 직면했고 전체 광고비도 줄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광고 시장의 초대형 신흥 품목은 모바일 게임(그 가운데서도 특히 RPG게임)이다.

2012년 4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모바일 게임의 지상파TV 광고비 총액(KOBACO 집계치이므로 SBS 방영 물량 제외)은 지난해 126억 원까지 상승하더니, 올해 8월까지만 442억 원을 초과해 3년 사이 100배가 훨씬 넘는 광고비 급등세를 나타냈다.
 
차승원, 이정재, 장동건, 이병헌, 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남성 빅모델들이 올해 RPG게임 광고에 등장했으며, TV를 보던 소비자들은 (전사가 된) 머라이어 캐리의 모습을 그녀의 전성기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접했다.
 
당분간 모바일 게임의 인기와 이용자 수는 수그러들지 않을 조짐인 만큼, 내년에도 모바일 게임 광고가 위세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배달앱, 숙박앱, 부동산앱 등의 서비스앱도 신규 빅 클라이언트 업종으로 부상했다.


6. 수익구조 악화와 출혈경쟁에 고달픈 대행사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광고 전략이나 크리에이티브 뿐만 아니라 광고 산업의 판도도 크게 뒤흔들었다.

광고주의 선호가 4대 전통 매체(TV, 신문, 잡지, 라디오) 광고 중심의 ATL에서 뉴미디어 프로모션 위주의 BTL로 점차 옮겨감에 따라 전통적인 광고대행사의 생존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 예로, 노출 확산을 위한 비용(과 그에 따른 대행사 커미션)이 발생하지 않는 온라인 바이럴은 수익성 차원에서 광고주에겐 득이요, 광고대행사에겐 독이다.
 
광고주의 ROI(투자비용 대비 효과) 집착과 효율성 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대행사에게 ‘돈 되는’ 광고물량이 크게 줄었고, 적자생존의 현실 속에 광고대행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와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올 상반기에는 메르스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기업의 매출 감소로 직결됐고, 이에 따라 광고비 지출도 급감하는 악재가 있었다.

FIFA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특수가 없는 홀수 해라는 점도 광고 시장의 성장을 정체시켰던 요인 중 하나다.
 
최근 KOBAC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총광고비는 전년 동기대비 0.3% 감소한 2조 3,600억 원 수준이며, 4분기에는 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올 초만 해도 10조 원 문턱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던 2015년 총광고비 규모는 오히려 전년(9조 6,477억 원)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광고 업계의 전반적인 고전 속에 나스미디어, 인크로스, 메조미디어 등과 같은 온라인 미디어렙사는 올해도 모바일 미디어와 VOD 등을 통한 N스크린 광고 시장의 성장과 함께 호황을 누렸다.
 
결국 2015년의 국내 광고 시장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파이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은채 조각들의 개수와 크기, 재료물이 바뀐 모양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역시 광고 업계는 격변의 연장선에 있었으며, 생태계의 여기저기에서 변동을 겪었다.

하지만 작금의 광고 환경과 광고 방식의 변화는 시장에서의 소비자 권력이 강화되고 미디어 환경 및 소비자 행태가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일뿐, 타깃 수용자에게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광고의 본질과 광고인의 미션은 변하지 않았다.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광고가 곧 죽을 것이라는 항간의 예측도 옳지 않다.

광고는 다만, 진화할 뿐이므로. 2016년의 광고계에는 또 어떤 변화상이 ‘일상화된 격동’의 시대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규훈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


1 다수의 상을 석권한 삼성전자의 ‘룩앳미’ 캠페인은 자폐아동의 소통을 돕기 위한 스마트폰과 앱 기술의 활용에 의해, 옥외광고로서의 ‘세이프티 트럭’은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카메라 설치 및 화면전송 기술의 적용에 의해, 현대자동차의 프로모션 영상 ‘메시지 투 스페이스’는 우주항공 기술이 가능케 한 상황 설정에 의해 테크놀로지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티브에 스며들어 있다.


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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