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을 넘어 새 비즈 모델 개발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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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8일 사내벤처 경진대회에 참가한 한 매경 기자가 심사위원 앞에서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있다. 모두 11개 팀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며 여기에서 1차 통과한 3개 팀은 회사 업무에서 약 3개월 동안 벗어나서 시제품 제작에만 몰두하게 된다.


“머니백은 떼부자를 의미합니다. 기존 어렵고 재미없는 경제기사 및 뉴스를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게임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머니백이 점유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약 1,318억 원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모바일부 안정훈 기자가 경영진과 외부 전문가 앞에서 발표한 ‘머니백 사업계획서’ 내용이다. 안 기자는 현재 매일경제신문 모바일부에서 정보기술(ICT) 산업을 취재 중이다.

현장 취재기자인 안 기자가 기자 세계에서는 생소한 ‘사업계획서’를 발표한 이유는 매일경제에서 올해 국내 언론사에서는 처음으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안 기자는 뉴스를 게임화한 아이템으로 사내벤처에 지원했다.


한국 언론계 최초의 사내벤처 실험

사내벤처는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회사 내부에 독립된 벤처사업체를 두는 것을 말한다.

사내벤처로 지정되면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회사 측 지원을 받아 아이템을 사업화하는데 전력투구할 수 있다.
 
또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자금과 마케팅, 경영 자문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국내에서는 이미 사내벤처로 시작해 큰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1997년 3월 삼성SDS의 검색 사업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1999년 독립,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도 데이콤의 사내벤처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인터파크도 사내벤처를 키웠는데 그것이 G마켓이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사내벤처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는 ‘C랩(C-Lab)’이라는 제도를 전체 삼성그룹 차원으로 확대 중이다.

삼성전자는 100여 개 과제가 C랩에서 진행됐고 이 중 27개 과제는 사업부로 이관돼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점차 사내 기업가를 키워서 실제 회사를 나가 벤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없었다. 기자들이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익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사는 하향식(Top-Down) 지휘통제 모델이 익숙한 조직이다.

독특한 기수문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제식 수습교육은 충성도와 농업적 근면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형성하게 했다. 창의적 조직의 핵심 문화인 상향식(Bottom to Top) 문제 제기와 수평적 의사결정은 언론사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언론사에서 저널리즘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시킬 서비스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의 창업은 새로운 매체를 만들거나 홍보대행사 등 언론계와 연관된 일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회사를 나가서 해야 한다는 것을 정석처럼 받아들였다.
 
사내에서 “딴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란 의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각 언론사도 기자와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문화를 바꾸고 시선을 돌린다면 언론사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산이 많은 곳도 드물다.

특히 사내벤처를 시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직종 중 하나라고 본다. 기자들은 취재 활동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외부로부터 회사(언론사)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제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언론사도 이를 실현시킬 담당자도 없어 아이디어는 대부분 사장된다.

새로운 시도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오너십을 가지고 직접 실행하는 것이다. 사내벤처는 아이디어 제안자가 책임지고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어떻게 시작됐나

매일경제 사내벤처 제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보자는 실험 의식에서 출발했다.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기사를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데 대안으로 떠오른 제도가 ‘사내벤처’였다. 외국에서는 언론사의 사내벤처 제도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타임스페이스(TimeSpace)’를 통해 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사내외 혁신 역량을 흡수하고 있으며, 독일의 악셀 슈프링어 그룹은 ‘플러그앤플레이(PlugandPlay)’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독일 베를린에 설치하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있다.

사내벤처 제도가 언론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기업가 정신’을 갖춘 기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기자들이 사업을 구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분명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제도일 것이다.

매경미디어그룹의 사내벤처 제도 과정은 이렇다. 우선 창안자가 낸 사업계획서를 사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한다.

지난 11월 18일 개최된 사내벤처심의위원회에서는 사내 인사(핵심임원) 4명과 외부 전문가(벤처캐피털리스트, 교수 등) 4명이 심사, 11개 팀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중 사업계획서가 통과된 3개 팀은 회사 업무에서 약 3개월 동안 벗어나서 시제품 제작에만 몰두하게 된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정상급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창업기획사로 멘토링 및 제품 개발 지원을 해 주는 기관)에서 멘토링과 제품 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시제품 개발’ 단계다. 아직 회사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 회사를 설립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액셀 러레이터 단계에서 회사가 대부분 만들어진다. 하지만 회사의 투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액셀러레이터를 3개월 동안 받은 이후 회사는 ‘투자심의위원회’를 다시 한 번 개최한다.

사업계획서 제출 때에는 사실상 아이디어 단계였지만, 이제는 ‘시제품’을 두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회사가 투자를 결정할지 여부는 제품을 평가한 후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1~2개 팀에 실제 투자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를 결정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창안자(창업자)가 50% 이상 지분을 가지게 되며 회사는 2,000~5,000만 원의 투자로 회사 지분 5~10% 정도를 확보하는 구조를 갖춘다.
 
창업자의 오너십을 존중하면서도 회사는 향후 성장하면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된다.


회사에서 창업 교육도 지원

매일경제는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자들이 회사 업무 복귀를 희망해도 어떤 불이익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사내벤처 도전을 독려하고 자칫 “실패해서 낙인찍히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해 놓은 장치다.

물론 처음 시도하는 생소한 제도이다 보니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또 다른 업무를 주려는 것인가?” “기자가 사업을 하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누가 관심이나 있나?”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 9월 1일 사내벤처 제도 도입을 사내에 공고하고 약 두 달간 사내에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관심을 유도한 끝에 모두 11개 팀이 지원하는 성과가 있었다.
 
신문에서 5개 팀이 지원했으며 종편 MBN에서 3개 팀, 매경닷컴에서 2개 팀 그리고 경제경영연구소에서 1개 팀이 지원하는 등 미디어그룹 전체에서 11개 팀이 탄생한 것이다.

11개 팀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제도 시행 발표(2015년 9월 1일)부터 사업계획서 지원 마감(11월 9일)까지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14일부터 11월 16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서울역 삼동마루180에서 개최한 ‘쫄지마 창업스쿨’을 예비 창업자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의 ‘초기 자금 투자 유치 방법’, 정호석 변호사의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가이드’ 등을 수강하면서 기자들은 반신반의하던 자신만의 스타트업 구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신문 기사 작성, 방송 리포트 작성 등 기존의 하던 일을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구글코리아와 함께 사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구글과 함께 하는 매경미디어데이’를 열고 구글뉴스 랩 세미나도 개최했는데 적잖은 기자들이 새로운 차원의 기사 작성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최종 결과는 내년 3월 발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2박 3일간 개최한 ‘미디어톤(미디어+해커톤)’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였다.

미디어톤을 개최한 이유는 기자들의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결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2박 3일간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어떤 팀은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는데 약 50명이 참가해 9개 팀이 만들어져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날 나왔던 아이디어 중 2개 팀이 사내벤처로 지원하기도 했다.

창업스쿨을 정기적으로 수강한 기자들이 미디어톤에 이어 실제 사내벤처에 사업계획서를 내는 과정까지 이어졌다.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적지 않은 인원의 ‘사내 기업가’를 만들어 낸 셈이다. 또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외 개발자,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수확도 얻었다.

장기적으로 매경이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는데 미디어톤에 참가한 인재들이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실제 미디어톤에 참가한 한 개발자는 자발적으로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매일경제에서 네이버로 전송된 기사들의 페이스북 공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일경제 기사공유 분포’ 차트를 만들고 링크를 걸기도 했다.

아직 몇 개 팀이 최종적으로 회사의 투자를 받아 사내벤처로 론칭하게 될지는 모른다. 최종 투자심의위원회는 2016년 2월 초 구성될 예정이다.
 
매경은 2016년 3월 미디어그룹 50주년을 맞아 창간기념일에 사내벤처 프로그램 1~2개를 공식 발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내벤처로 이어질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몇 개의 높은 산을 더 넘어야 한다.

한국 언론사 최초의 사내벤처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실험’에 만족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서 국내외 언론사에 영향을 미치고 매경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손재권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Posted by 미디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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