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사 자회사 또는 방송사가 일정 지분 출자한 미디어렙 구성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평가된다. 미디어렙의 수는 1공영 다민영의 여당 안과 1공영 1민영의 야당 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당 안을 토대로 방송사 지분이 여당안의 51%에서 수정되는 수준에서 1공영과 다민영(2개 정도)의 구도가 예측된다.


본연의 목적과 역할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바람직한 방안

박현수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전공 교수


오랜 기간 도입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서 이제 미디어렙이 어떻게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로 주제가 바뀌게 된 것은 지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인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매체 환경, 국제적인 사례와 기준 그리고 독점 판매가 갖는 폐단과 모순도 분명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도입이 확실시되는 민영 미디어렙의 구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주요 이슈(issue)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여당과 야당안 절충한 방식 유력

민영 미디어렙 또는 방송광고 판매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한 정책 결정의 주요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유 지분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는 방송사의 미디어렙에 대한 출자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접 판매나 자회사, 일정 수준 출자한 독립 미디어렙, 그리고 방송사 출자가 없는 선택과 계약에 의한 방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둘째, 경쟁 유형이다. 이는 흔히 제한적인 경쟁과 완전 경쟁으로 구분하는데 제한적인 경쟁이 미디어렙의 수와 지상파 내의 업무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반면, 완전 경쟁은 기본적으로 미디어렙의 수와 지상파 내의 업무 영역에 규제를 두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 영역에 규제가 없다는 것은 예를 들어 특정 미디어렙이 지상파 3사의 광고를 모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설립요건과 매체 업무 영역이다. 설립요건은 미디어렙의 시작을 허가제와 등록제 가운데 어떤 것으로 하는가가 주 내용이며 이는 이미 허가제로 가닥 잡을 것으로 평가된다. 매체 업무 영역은 미디어렙에서 다루는 매체를 지상파에 국한하거나 케이블 채널들과 온라인 매체 같은 뉴미디어를 함께 다룰 수 있는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민영 미디어렙이 어떻게 시작되는가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먼저 소유 지분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방송사의 소유 지분에 따라 방송사가 직접 광고 판매를 담당하는 ①직접 판매 방법, 방송사가 미디어렙에 50% 이상 출자하여 ②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방법, ③방송사와 다른 기업이나 조직이 일정 수준의 출자를 하여 미디어렙이 구성되는 방법, ④방송사 출자 없이 미디어렙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방송사가 자유로운 선택과 계약에 의해 전담 미디어렙을 선정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⑤복수의 미디어렙이 방송사 구분 없이 모든 방송사의 광고를 경쟁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이른바 완전 경쟁 모드로 구분할 수 있다.
지면관계상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다 제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방송사 자회사 또는 방송사가 일정 지분 출자한 미디어렙 구성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평가된다. 미디어렙의 수는 1공영 다민영의 여당 안과 1공영 1민영의 야당 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당 안을 토대로 방송사 지분이 여당안의 51%에서 수정되는 수준에서 1공영과 다민영(2개 정도)의 구도가 예측된다.

광고회사 지분참여 제한은 바람직

만약 하나의 공영과 하나의 민영 미디어렙을 두기로 관련법이 명시한다면, 모든 공영 방송(현재는 KBS2, MBC, EBS)을 담당하는 미디어렙과 순수 민영 방송인 SBS와 지역 민방을 담당하는 민영 미디어렙의 2개사로 운영되는 형태를 갖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공영과 민영 사이에 모호한 위치에 있는 MBC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이 경우 SBS의 민영 미디어렙이 자유롭게 시장 가치에 의한 판매를 유도할 수 있는 구도를 갖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이미 28년 이상 독점으로 유지되어온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MBC와 KBS2 등의 공영방송을 담당하여 영업을 하기 때문에 SBS만 독자적으로 판매의 자율적 모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록 SBS가 시장 가치와 수급을 반영하는 합리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해도 MBC와 KBS2를 포함하는 더 많은 광고가 SBS 미디어렙과 다른 방법으로 판매된다면 광고주들은 SBS 미디어렙의 판매 방법에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주의할 점은 광고주들은 28년 이상 코바코의 판매 방법에 익숙해져 있으며 상대적으로 2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물량을 담당하는 미디어렙의 효과나 효율성에 대한 분석을 100% 신뢰하기도 어렵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노출 효과나 비용 효율성에 대한 보장판매로 광고주들이 설득될 수도 있지만 이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결국 일정 기간 두 배 이상 많은 지상파 광고 물량을 담당하는 공영 미디어렙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SBS를 제외한 모든 지상파 방송 광고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판매되는 상황이라면, SBS의 민영 미디어렙이 더 효과적인 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의 공영과 하나의 민영 미디어렙이 존재한다면 SBS만의 지상파 물량은 공영 렙에서 담당하는 물량의 절반 수준이며, 규모의 파워나 선택의 다양성에서 판매 경쟁을 유도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유지분과 관련한 또 다른 쟁점은 지분 참여 대상에 대한 제한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방송사의 출자 제한뿐만 아니라 신문사나 외국자본 그리고 대기업과 광고 관련 회사의 출자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방송사의 출자가 일정 범위 이상 허용된다면 굳이 신문사나 외국자본 그리고 대기업의 출자를 제한할 필요성을 발견할 수 없다.
신문사나 외국자본 그리고 대기업 등의 미디어렙 참여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자사의 이기심으로 인해 공정한 경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출자 비율이 미디어렙 판매를 독자적으로 왜곡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면 공정한 경쟁에 장애가 될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아울러 신문사나 외국 자본의 일정 비율 지분 참여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광고회사의 지분 참여는 현 상황에서 제외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일기획이 MBC 미디어렙에 출자한 경우 제일기획은 구매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판매 미디어렙의 소유주도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일기획을 통해 방송광고를 구매하는 광고주는 제일기획의 MBC 광고 구매 제안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초기 혼합판매는 혼란 야기할 수도

앞서 제시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엇갈린 의견이 개진되는 부분이 바로 미디어렙이 다루는 매체 업무 영역 부분이다. 이는 미디어렙이 지상파 방송광고만을 판매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케이블 TV나 온라인 등의 뉴미디어 광고 판매도 함께 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다른 국가들의 예를 보아도 지상파를 담당하는 미디어렙이 케이블 TV나 온라인 매체의 광고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지상파 미디어렙은 자회사 형태로 특정 지상파 채널의 광고만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매체 간의 이질적인 특징을 고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하나의 매체에 국한될 때 가장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출범하게 되는 지상파 미디어렙의 경우 일정 기간 지상파 판매에 국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국내 매체 환경을 고려하여 매체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업무 영역 확대의 근거가 되는 것은 국내 매체 환경이 다른 국가들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지상파 채널들은 모두 케이블의 주요 PP들이기도 한데, MBC의 예를 들면 MBC 드라마넷, MBC ESPN 등의 케이블 채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MBC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들을 함께 패키지로 구성하여 판매하는 방법이 MBC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을 통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지상파와 지상파 소유 케이블 채널들의 광고 영업 상황에서 의외로 채널들 간의 패키지 구성은 흔하지 않다. 이는 실제 광고 구매는 한 개 채널 내의 패키지로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 미디어렙 출범 초기부터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들의 혼합 판매는 구매자와 광고계에 혼란을 유도할 수도 있고 오히려 가장 주력해야 할 지상파에 대한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영 미디어렙에 의한 여러 가지 시장의 가치와 수급을 반영하는 판매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는 지상파 미디어렙은 지상파 판매에만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광고주, 광고회사, 매체사, 학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필자와 단국대학교 연구진이 2008년 12월 전체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47%가 일정 기간 지상파에 국한한 후 매체 업무 영역 구분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지상파에 국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약 29%, 처음부터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은 약 24%로 나타났다. 일정 기간 지상파에 국한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어느 정도 기간이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에서는 3년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약 41%로 가장 많았으며, 응답자 평균도 3.1년으로 유사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출자 수준 결정은 방송사의 몫

사실 현 상황에서 방송광고 판매 경쟁모드가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 국회에서 내려지더라도 다음 두 가지 기본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제적으로도 그리고 전통적으로도 미디어렙이란 매체사를 대신해서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이는 전적으로 매체사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출자를 30%로 제한하라 또는 20%로 제한하라는 식의 논의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이는 방송사 선택의 몫이어야 하며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익적 담보는 관련법을 통해 철저하게 규제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디어렙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미디어렙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미디어렙마다 차이가 있지만, 광고 시간이나 지면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률 조사 등의 기본 분석 자료를 토대로 구매자에게 효율적인 광고 패키지를 구성한다든가, 집행될 광고 효과 예측에 근거한 보장 판매 수준의 협상과 결정, 광고주 또는 광고회사와의 가격 협상, 사후 광고효과 분석, 그리고 광고 요금의 수금 등 광고 판매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포함한다.
따라서 미디어렙은 단순한 영업 조직으로만 볼 수 없으며, 시청률 조사 분석, 광고 요금과 효율성 분석 및 기본적인 요금표 제안, 광고주 및 광고회사와의 협상과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방송사에 대한 프로그램 컨설팅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업무 범위를 이해한다면 너무 많은 수의 미디어렙이 존재하여 사회적 재화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업무가 무리 없이 진행되기 위한 준비를 하기에도 남은 시간은 너무도 짧다. 소모적인 논의보다는 주요 이슈들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발전적 토론을 기대한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1월호 경영정책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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