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최근 몇 년간 조사부 관련 조직을 확대,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리서치 에디터'와 `데이터베이스 에디터'가 각각 따로 있다. 뉴욕 타임스는 워싱턴 포스트의 리서치에디터로 있던 조사기자를 스카우트해 데이터베이스 에디터를 맡기는 등 여러 명의 조사기자들을 채용했다. AP의 뉴스리서치센터의 경우 9명의 리서처가 4,000여명의 뉴스인력을 커버한다.
 

탐사보도의 퇴조와 조사기자





 



박현수 문화일보 조사팀장

phs2000@munhwa.com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 싶어 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찾아내 보도"하는 탐사보도. 언론의 존재이유이자 독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됐던 탐사보도가 최근 들어 한국 언론에서 눈에 띄게 퇴조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수년간 한국 언론에서 탐사보도가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신문사들은 편집국 내에 탐사보도팀을 경쟁적으로 신설해 탐사보도라는 문패를 단 기사를 1면 톱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엔 탐사보도를 접하는 일이 흔치가 않다. 탐사보도팀을 해체하는가하면 탐사보도 프로그램마저 폐지 또는 없앨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신문사에서 탐사보도를 주도했던 ‘조중동’에서 조차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인지 서울신문이 지난 10월 7일부터 나흘에 걸쳐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 폭력조직 문제를 진단한 ‘외국인 폭력조직 대해부’라는 탐사보도를 연재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사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05년 신설돼 탐사보도로 성가를 높였던 KBS는 지난해 9월 조직개편으로 탐사보도팀을 사실상 해체하면서 탐사보도 팀원들의 숫자를 3분의 1로 대폭 축소했다. 게다가 주요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폐지됐다.
탐사보도 퇴조현상은 왜 벌어지고 있을까. 먼저 탐사보도의 퇴조는 경제위기에 따른 언론사의 경영난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오랜 취재기간을 필요로 하는 탐사보도팀을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언론사가 탐사보도팀의 효율적인 인력운용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탐사보도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외국 언론사들을 보면 취재기자와 조사기자가 공조하는 시스템으로 인력이 운용되고 있다. 필자가 지난 2004년 한국언론재단 주관 ‘탐사보도 디플로마’ 연수차 미국의 주요 언론사를 방문했을 때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탐사보도기자협회(IRE) 연례총회에서는 여러 명의 조사기자들이 자신의 탐사보도 취재사례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충격과 함께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편집국 내 조사기자들은 인터넷정보검색과 각종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관리에 전문 인력들이다. 그러나 경영난에 따른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조사기자들을 점점 줄여 현업에 쫓기다보니 취재기자들과 협업하여 탐사보도를 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최근 몇 년간 조사부 관련 조직을 확대,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리서치 에디터’와 ‘데이터베이스 에디터’가 각각 따로 있다. 뉴욕 타임스는 워싱턴 포스트의 리서치에디터로 있던 조사기자를 스카우트해 데이터베이스 에디터를 맡기는 등 여러 명의 조사기자들을 채용했다. AP의 뉴스리서치센터의 경우 9명의 리서처가 4,000여명의 뉴스인력을 커버한다.
탐사보도를 제대로 하기 위한 핵심적인 취재기법이 바로 CAR(컴퓨터활용취재)이다. 때문에 CAR의 전문가로서 조사기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서 경영진이나 편집간부들은 CAR는 물론이고, 조사기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이 있고, 취재기자가 직접 정보검색을 하고 있는데 굳이 조사기자가 예전처럼 많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아이템 발굴에서부터 데이터 수집과 각종 SW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장취재에 기사작성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조사기자들은 전문성 제고를 위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한국언론재단에서 실시하는 탐사보도와 CAR 연수에 적극 참여해 왔다. 뿐만 아니라 신문 방송 통신사 소속 조사기자들의 연구단체인 한국조사기자협회 자체적으로도 이에 대한 전문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각 사마다 조사기자들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탐사보도와 CAR 업무의 중요성을 부르짖고 공부를 하는 것은 먼 나라의 일로만 느껴진다. 물론 조사기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경영진과 편집간부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지 못한데 대한 자성도 필요할 것이다. 취재기자와 조사기자의 공조로 한국 언론에서 탐사보도가 다시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1월호 에세이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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