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3성에는 조선족 동포 2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동포를 대상으로 한 신문으로 길림신문 외에 연변일보(연변조선족 자치주 연길시)와 흑룡강신문(흑룡강성 하얼빈시), 요녕조선문보(요령성 심양시) 등 종합지와 동북과학기술신문(연길시) 등 전문지가 있다.


동포신문이 없으면 조선족도 없다
중국 동북3성의 동포신문 4곳

김지혁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 차장대우



중국 길림성 장춘에는 조선족 동포 신문사인 길림신문사가 있다. 이 신문사의 남영전 사장은 중국에서 토템시(자연과 인간의 친족, 혈연관계를 표현한 시 형태)로 유명한 시인이다. 그에 따르면 민족은 문화로 구분되며, 문화는 말과 글을 통해 존재한다. 동포 신문사는 중국에서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를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남 사장은 동포신문이 없으면 조선족은 없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중국 동북3성에는 조선족 동포 2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동포를 대상으로 한 신문으로 길림신문 외에 연변일보(연변조선족 자치주 연길시)와 흑룡강신문(흑룡강성 하얼빈시), 요녕조선문보(요령성 심양시) 등 종합지와 동북과학기술신문(연길시) 등 전문지가 있다.

동북 3성의 ‘조선족 신문’에 가다

이 신문사들은 소수민족 대상 발행지라는 한계로 만성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된 지역인 데다, 한글로 발행되고 있어 광고와 구독료만으로 신문사 운영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에서 신문사 직원 인건비 등 경비를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맥 유지만 가능한 수준이다. 외부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으로 취업하거나, 중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어, 동북 3성내 조선족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젊은이들은 신문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기자와 직원들은 경제적 이유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인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언론재단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동포 언론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지원이 신문사 운영난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민족으로부터 오는 관심과 애정에 동포 언론사 관계자들은 용기를 얻고 있다.
동포 신문사들은 독립적 운영과 사세 확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 거주 한국인 교포를 대상으로 별도 신문을 발행, 광고수입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을 대상으로 한국판 신문을 발행하기도 한다. 또한 인터넷 신문을 운영, 지역적 한계를 딛고 세계 한민족을 대상으로 경제대국인 중국 소식을 한글로 전달하는 통신사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은 지난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동포 언론사를 대상으로 신문, 방송제작 기자재를 지원했다. 중국 동북 3성 출장을 통해 지원대상 신문사인 흑룡강신문사, 요녕조선문보사, 길림신문, 동북과학기술신문 등 현지 동포 언론사 4개사의 운영 현황을 들어봤다<표>.

우리말 통신사 꿈꾸는 흑룡강신문

흑룡강신문사는 흑룡강성 하얼빈에 있는 동포 신문사이다. 100명의 직원 중 60명이 기자로 근무한다. 일간 흑룡강신문은 흑룡강성 조선족 50만 명을 대상으로 5만 부 발행되고 있다. 또한 ‘흑룡강신문 주간판’을 발행, 중국 전역의 한국인 교포를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 거주 조선족을 포함, 한국인을 대상으로 ‘흑룡강신문 한국판’을 발행하고 있다. 심양, 천진 등 중국 전역에 6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 두 명의 특파원을 파견했다.
다른 동포 신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편인 흑룡강신문사 역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문사에서 운영하던 인쇄소는 적자로 인해 몇 해 전 문을 닫았고, 인쇄 시설은 매각했다. 일간지 광고는 수입이 되지 않아 아예 폐지했다. 운영경비 대부분은 정부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신문사 운영의 어려움은 있으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중국 거주 한국인 교포와 함께 전 세계 한민족을 상대로 독자를 확대, 새로운 광고 수입원을 창출하고 있다. 한광천 흑룡강신문사 사장은 “중국내 다양한 취재망을 이용하여, 떠오르는 경제대국 중국에 대한 소식을 세계 한민족에게 우리말로 제공하는 통신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 정부 지원받는 요녕조선문보

요녕조선문보는 요녕미디어그룹에 소속되어 발행되고 있다. 요령성 심양시에 위치한 요녕미디어그룹은 당 기관지인 요녕일보를 포함, 16개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 요녕조선문보는 요령성 조선족 30만 명을 대상으로 주 2회, 1만 5,000부 발행된다. 모두 9명의 기자가 신문을 만들고 있다. 신문은 주로 요령성의 조선족 학교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다.
운영비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요녕미디어그룹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매체는 당 기관지인 요녕일보와 요녕조선문보 두 개밖에 없다. 광고 수주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조선족 기업가에게서 나오는 광고는 이윤 목적이 아닌, 기업 이미지 제고나 행사 협찬용이 대부분이다. 
한민족이라도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언어소통은 되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사회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호 요녕조선문보 총편은 “동포 언론으로서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의 문화적인 차이를 줄이고, 문화적 동질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어 교육에 힘쓰는 길림신문

길림신문사는 길림성 장춘시에 있다. 전체 42명 직원 중 20명이 기자로 활동한다. 길림신문은 길림성 거주 조선족 120만 명을 대상으로 주 3회 1만 부 발행한다. 길림신문사는 길림신문 외에 ‘동북저널’, ‘한국어촌’ 등 신문을 별도로 발행하고 있다. 동북저널은 길림성 거주 한국교포 4만 명을 대상으로 주간으로 발행한다. 한국어촌은 한국어 교육용으로 만든 신문으로 중국내 대학 중 한국어학과를 설치한 280여 곳에 격주간으로 제작, 배포하고 있다. 또한 신문사 내에 장백산 문학사를 두어 문학잡지인 ‘장백산’을 발행하고 있다.
길림신문사 역시 신문사 운영 경비는 정부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광고비 수입은 연간 10만 위안 (1억 8,000만 원)가량 들어오는 데, 이것만으로는 신문사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영전 길림신문 사장은 걱정거리가 있다. 최근 조선족의 문화 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은 조선어 신문이나 잡지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자식의 학교를 선택할 때 조선족 학교보다는 일반 중국 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남 사장은 “조선어 신문은 조선족 사회와 문화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문학잡지는 조선족의 영혼을 키우고 살찌우는 역할을 한다. 신문과 잡지가 없으면 조선족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길림신문 종사자들은 조선족을 이끈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연변 농업기술전문지 동북과학기술신문

동북과학기술신문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서 발행되는 농업기술 전문지이다. 연변의 농촌 지역 조선족을 대상으로 5,000부에서 1만 부 사이 발행한다. 최신 영농기술과 우수 농업 사례 소개가 주된 내용이다. 대부분 독자는 중국어 구사가 불편한 5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8명의 직원이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전문지 운영은 더욱 열악한 상황하다. 정부는 운영비의 절반만을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운영비는 광고와 사회단체 후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신문에는 한국의 농업 기술이 자주 소개된다. 얼마 전 충북 괴산의 자연 양돈 사례가 지면에 소개되었다. 신문에 보도된 이후, 연변의 여러 지역에서 자연 양돈 방식이 채택되었다. 류낙현 동북과학기술신문 사장은 앞으로 북한 지역 농촌에도 신문을 배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연변보다 더 낙후한 북한 농촌에도 신문이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이다.

동포 언론사 지원 사업은 국익 차원

동북 3성 조선족 인구가 감소하고, 젊은이들은 동포 신문과 잡지를 잘 읽지 않고 있다.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직원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지만, 외부 지원만으로 신문사 운영은 힘들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이 동포 신문사들은 다양한 수입원 창출과 독자 경영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거주 한국교포를 비롯, 전 세계 한민족을 대상으로 독자층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전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동포 언론사 간 협조를 통해 상생을 고민하기도 하고, 중국 소식을 한국 언론사에 유료로 제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제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된 지 오래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동북 3성 지역의 면적과 인구, GDP는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비옥한 곡창지대인 점을 감안하면, 동북 3성 지역은 중국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앞으로 동포 언론사 지원 사업은 한국의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획취재 지원이나 동포 언론인 초청 연수를 통해 한민족 문화 발전과 한국에 대한 이해를 함께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1월호 언론현장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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