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이 찾은 궁극의 해법은 ‘방송진출’로 보인다. 많은 신문사가 방송진출에 사활을 걸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문사 입장에서 방송진출은 점점 세가 약해지는 신문시장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장인 방송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다. 동시에 대기업 등 외부 자금과 결합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임금삭감, 무급 휴가제 도입
방송 진출에 올인

2009 언론 결산_불황의 늪을 헤쳐라 : 신문

이상헌  shlee@kpf.or.kr


2009년의 시작은 우울했다. 2008년 말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가뜩이나 어렵던 신문업계를 더욱 혹독하게 몰아세웠다. 그렇다 보니 2009년의 시작과 함께 ‘경영 위기’는 언론계 최고의 화두로 등장했다. ‘위기’에서 파생된 ‘구조조정’ ‘비상경영’ ‘임금삭감’ 등 우울한 단어들도 자연스럽게 회자되었다. 하지만 키워드는 이내 ‘위기 극복’으로 바뀐다. 신문사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 ‘사업 다각화’ ‘신규 서비스’ 등으로 눈을 돌리더니, 올해 중반부터 하반기까지는 ‘미디어법’과 신문의 ‘방송진출’이 언론계 최대 이슈로 떠올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경제위기에 광고매출 급감

데이터를 보면 올해 상반기 신문사들이 겪은 경영상 어려움이 명확해진다. 2009년 1월에서 5월 사이 신문사 광고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4.5% 감소했다. 이미 2008년은 2007년에 비해 10% 정도 광고매출이 줄어든 상태였다. 연이은 광고시장 위축에 올해 초 신문사가 느끼는 체감고통은 더욱 컸다. 실제로 문을 닫는 신문사도 있었다. 무료신문 데일리줌은 경영난으로 5월 29일자를 끝으로 신문발행을 중단했다. 광고매출 감소로 인한 적자 누적이 이유였다. 그만큼 경제위기 한파는 매서웠다.
올 초와 중반까지도 경기회복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신문사들은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긴축재정에 돌입한 신문사도 많았다. 여기에 감부와 감면, 자산 매각, 급여 삭감, 인력 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이 이어졌다.
감면 역시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미디어경영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09년 1·4분기에 종합지는 전년 대비 2.1면, 경제지는 3.3면, 스포츠지는 2.8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감면기에는 폭이 더 컸다. 전국지 평균 32.2부를 발행해 2008년 평균 발행면수보다 7~8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민일보와 경인일보는 올해 들어 주 5일 발행체제로 바꾸기도 했다. 덜 찍어서라도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임금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 대부분 언론사가 올 초 일찌감치 ‘동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동결보다는 ‘삭감’이 대세였다. 한겨레의 경우 600%의 상여금 중 300%가 자진 반납 형태로 줄었고, 경향신문은 현재까지도 대폭 삭감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조선은 기자 임금은 동결했지만, 업무직 과장급 이상의 연봉은 5~15% 줄였고, 중앙과 서울은 임원의 연봉을 줄였다. 이 외에도 특파원을 철수시키거나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고, 취재비나 통신비 등 취재경비를 줄이는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암울한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밝아졌다. 신문사 경영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1·4분기 이후부터 광고시장이 2008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며 하반기 경제상황이 ‘걱정했던 수준보다는 괜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미디어법’이나 ‘방송진출’ 등 대형 이슈가 등장하면서 ‘경영위기’는 관심의 중심에서 잠시 벗어난다. 하지만 신문사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완전히 떨쳐낸 것은 결코 아니다. 2009년 말 현재까지도 일부 신문사에서는 기자들의 무급휴가제도가 실시되기도 하고, 급여가 대폭 삭감되어 지급되고 있는 등 경영위기의 그늘은 여전하다.

광고수익 의존성 낮추는 해법 모색

신문사들은 위기상황 속에서 살길을 찾기 위해 어느 해보다 적극으로 뛰었다. 모바일과 신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광고료 80%, 구독료 20%’라는 신문계의 오래된 공식을 깨고 뉴스 콘텐츠 수익의 비율을 높여 보려는 실험이 활발했다. 올해는 특히 신문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활발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의 판형 변화다. 중앙은 3월 16일자 신문부터 베를리너판(가로 323×세로 470㎜)으로 ‘판을 바꿨다.’ 판형 변화는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신문시장 변화에 걸맞은 대응이라는 해석에 가장 힘이 실린다. 콤팩트한 판형으로 젊은 독자들을 잡고, 경쟁 신문들과 다른 선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제2의 도약’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향후에는 바뀐 판형의 특성을 활용한 보도기법과 광고기법을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위기의 해법을 기사 품질 개선에서 찾는 정공법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지면에는 이른바 ‘점프 기사’라고 불리는 기사 형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1면에 짧은 기사로 일부만 소개하고, 본격적인 내용은 다른 페이지의 이어진 기사로 처리해 심도 있게 다루는 방식이다. 종이신문만이 할 수 있는 심층성 강화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피니언면 역시 과거에 비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오피니언면의 기사량이 늘고, 고급정보를 늘렸다. 이는 고급 독자와 충성도 높은 독자일수록 오피니언면을 관심 있게 본다는 사실에서 나온 신문의 차별화 전략이다.


방송진출만이 신문의 살길

다양한 위기극복을 위한 실험이 있었지만 신문사들이 찾은 궁극의 해법은 ‘방송진출’로 보인다. 많은 신문사가 방송진출에 사활을 걸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문사 입장에서 방송진출은 점점 세가 약해지는 신문시장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장인 방송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다. 동시에 대기업 등 외부 자금과 결합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신문사의 브랜드 이미지,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문사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진출의 필요조건인 ‘미디어법’ 개정은 쉽지 않았다. 3월 초부터 여야는 미디어법을 놓고 협의했지만 국회에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3월 15일 전문가들로 구성한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를 발족해 100일간 의견수렴 활동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미디어법은 지난 7월 22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표결 과정에서의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으로 최종결정은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헌법재판소는 10월 29일 미디어법 유효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신문사들이 미디어법 통과만 손 놓고 기다려온 것은 아니다. 방송진출 준비는 이미 연초부터 차곡차곡 진행되어 왔다. 일부 신문사들은 오너의 신년사에서부터 직·간접적으로 방송진출을 언급하며 2009년을 방송진출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선·중앙·동아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 부서를 신설하고, HD 장비와 스튜디오를 마련하는 등 방송진출을 이미 준비해 왔다. 그러다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부터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잇따라 방송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신문사들은 사별 판단에 따라 케이블TV의 종합편성 채널이나 보도전문 채널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조선·중앙·동아·한국·매일경제 등은 종합편성 채널을, 국민·머니투데이·연합뉴스·이데일리 등은 보도전문 채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신문사는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저마다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신문사들의 관심은 방송통신위원회로 쏠려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진출 사업자 숫자와 선정방식을 공표할 예정이다. 향후 어떤 신문사가 사업자로 선정될지에 따라 신문사 간에도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털도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

새 미디어법 외에도 신문과 관련한 법제 변화가 많았다. 먼저 1월 13일 국회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7월부터 시행됐다. 개정 언론중재법은 중재의 대상을 와 포털과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포털의 파급력은 급속하게 커졌지만 그에 걸맞은 제도가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법 개정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포털에서도 피해 구제가 가능하게 하는 한편 포털 뉴스 매개 서비스에 더 큰 책임을 부과했다.
또 다른 변화는 이번 개정을 통해 닷컴사와 인터넷 신문들이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한 기사를 일정기간 동안 저장하도록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5일 ‘언론중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발표해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의 전자기록 보관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최상위 화면에 게재된 기사 등에 대해 기사의 제목 및 제공 언론사의 명칭, 해당 화면에서 보도가 배열된 위치 등 배열에 관한 전자기록 확보를 의무화했다.
4월 30일에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한시조항 삭제 △정부의 연합뉴스 구독계약 일괄 체결(매 2년) △수용자권익위원회 설치 △편집위원회 신설 등이다. 이제까지 국가기간통신사의 적용시한은 6년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한시조항이 삭제되면서 연합뉴스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국가기간통신사 역할을 맡게 됐다.
이제까지 다소 침체되어 있었던 발행부수공사제도(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도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6일 ABC제도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10월 6일에는 ‘2010년부터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에 정부광고를 우선 배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국무총리 훈령이 개정 공표됐다. 따라서 이제까지 ABC제도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언론사들도 정부광고를 싣기 위해서 부수검증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부광고는 연간 1,200억 원 규모로, 정부는 신문사 최대 광고주다. 실제로 11월 15일 현재 98개 일간 신문이 ABC협회에 부수자료를 제출하는 등 한국의 ABC제도는 전환점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이슈로 드러나 언론윤리 문제

올해에는 산업과 법제뿐만 아니라 저널리즘적인 관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신문은 ‘연쇄살인범 강호순 검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신종플루’ 등 대형 이슈를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1월 28일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10여 년 만에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이 개정되기도 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사진 공개를 언론사 자율에 맡기고 기사 출처 명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1월 31일 조선과 중앙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실었다. 이어 2월 2일자부터는 국민·동아·세계·서울도 당시 피의자였던 범인의 얼굴을 신문지면을 통해 공개했다. 반면 한국과 한겨레는 인권보호 등의 이유로 피의자 얼굴 공개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며 언론사 간에도 얼굴 공개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알 권리’ 대 ‘인권보호’ 사이의 논쟁 속에서 언론사들은 저널리즘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결국 범죄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신문사별 판단에 따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편 월간 <신문과방송>이 2009년 3월 호에 실은 언론인, 언론학자 1,146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자 64.7%, 피디 52.2%, 언론학자 54.2%가 범죄피의자 얼굴 공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와 언론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난 5월 발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우리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언론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노 전 대통령과 측근의 피의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검찰이나 관계기관에서 유출된 정보가 검증 없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이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마무리되자 신문 역시 스스로의 보도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 외에도 3월에는 동아일보가 월간 신동아 2008년 12월호와 2009년 2월 호에 실린 오보로 인해 사과문을 게재하는 일이 있었다.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으로 불리는 신동아의 오보는 취재원이나 필자에 대한 검증작업이 부족했고, 특종에 집착한 나머지 언론사 내부의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안 된 점 등을 언론사 스스로가 인정한 사례였다. 이후 동아일보는 상세한 진상보고서를 공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신문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행사도 눈에 띈다. 지난 5월 1일부터 5일까지 한국신문협회 주최로 제1회 ‘신문 뉴미디어 엑스포’가 열렸다. 신문을 주제로 31개 신문협회 회원사와 12개 유관기업이 참여했고, 4만 명의 관람객이 엑스포를 찾았다. 전시와 세미나, NIE 현장수업, 신문 제작 체험 활동, 신문사 취업 설명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신문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엑스포는 신문이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사례로 의미가 더욱 컸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2월호 송년기획 (2009년 언론결산_불황의 늪을 헤쳐라)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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