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매체의 곤경을 타파하는 노력은 적절하게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고, 언론진흥재단의 설립은 노력의 일환이다. 정치적 산물로 여겨지지 않고 정파적 논쟁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인쇄 및 인터넷 신문이 현대사회에서 지니는 중요성에 기반하여 설립의 목적인 ‘신문지원기관으로서의 효율성’을 실현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환경변화 요구 담은
실용적 진흥기관 되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능과 역할

김정기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기존의 한국언론재단, 신문유통원, 신문발전위원회가 하나로 통합하여 발족하는 기관이다. 지난 7월 20일에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7월 31일에 법률이 공포됨으로써 설립추진단이 구성되었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엄격히 규제해 왔던 신문과 방송 같은 이종미디어 간 교차소유와 겸영 허용을 담고 있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방송법으로 지칭) 등과 함께 미디어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을 다룸으로써 탄생의 과정은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거치는 난산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격투기는 처음 보는 낯선 것은 아니었으나 전기톱과 해머의 등장은 전무후무한 것이어서 세계의 언론에 보도되고 희화화되었다.

변화가 필요한 미디어 환경

간략히 말해 언론은 힘이 세고, 그 힘은 정치집단의 흥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언론과 관련된 법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주지해온 경험이다. 미디어법에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낙태의 허용이나 사형제도의 폐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처럼 진리의 발견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님은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한국 언론의 실행과 운용을 규정하는 기존의 법과 제도에 변화가 필요한가의 문제이다. 언론 환경에 미증유의 변화가 진행 중이고, 특히 이 글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신문(산업)은 퇴조가 사실이 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제기되는 실정을 고려하면 변화는 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신문(산업)을 둘러싼 평가나 전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둡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국내의 36개 신문사(전국종합지 10개, 지역일간지 13개, 경제지 6개, IT 전문지 2개, 스포츠지 3개, 무료신문 2개)의 2008년도 매출액은 감소하고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적자였다(오수정, 2009). 신문산업계는 감봉, 감면, 감원, 경비 삭감, 해외근무자 철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해외의 사정도 나을 것이 없다. 미국 트리뷴의 파산, 일본 아사히신문의 적자 등으로 대변되는 신문 산업의 쇠락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 모두에서 광고시장의 축소, 판매부진에 따른 대폭적인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으며(<신문과 방송> 2009), 이는 저널리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의회를 소집하여 구독료 보조, 판형전환, 재무구조 개선 등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신문매체의 곤경을 타파하는 노력은 적절하게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고, 언론진흥재단의 설립은 노력의 일환이다. 언론진흥재단이 구태의연한 정치적 산물로 여겨지지 않고 활동이 정파적 논쟁의 화염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인쇄 및 인터넷 신문이 현대사회에서 지니는 중요성에 기반하여 설립의 목적인 ‘신문지원기관으로서의 효율성’을 실현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한국언론재단, 신문유통원, 신문발전위원회 조직이 조화롭게 융합되고 중복과 낭비요소가 정비되고 언론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광범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책임과 기능을 포함하면 현대사회와 거의 무제한의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분야를 언론진흥재단이 감당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그 과정은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영상매체 편식 개선 필요하다

우선 신문매체의 가치와 신문의 고유한 강점을 강화하는 사업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미디어 수용자들의 영상매체 선호는 기술적으로 정교해지는 영상 콘텐츠에 의해 현실과 사실에 대한 과장 축소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극심한 갈등과 분열과 같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이질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신문매체는 영상 콘텐츠 편식으로 인한 정보편식, 인식의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심층적인 정보전달 기능을 지닌다. 정보가 사회발전을 리드하는 정보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발전과 공동체적 문화의 형성 유지 발전에 신문 매체가 핵심임을 다양한 R&D를 통해 증거하고 신문 이용의 확대를 위한 과감한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 신문 매체의 쇠퇴는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문 비즈니스의 지원도 중요하다. 인터넷 뉴스서비스의 확장이나 뉴스아카이브(기록과 보관) 사업, 신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작업을 리드해야 한다. 신문산업이 종이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정보산업으로 가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새로운 전략의 산실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 신문 저널리즘이 봉착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교육부문도 강화되어야 한다. 독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전문성을 회득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설치하기 바란다. 저널리즘 일반에 대한 교육보다는 심층성과 전문성 있는 보도, 탐사기능이 강화된 보도를 통해 신문 저널리즘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고급 교육이 급하다. 기자 개인의 현실 인식이 언론의 보도 주제를 선정하고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지만 독자들에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설득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도 내용이 동일한 주제인데도 스트레이트 기사조차 신문사에 따라서 극명하게 대조된다면 저널리스트와 저널리즘에 대해 신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명예로운 전문직(honorable profession), 신성한 전문직(holy profession)으로서 저널리즘은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관점에 관계없이 보도가 공감을 얻어야 한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교육을 통해 독자들에게 봉사하고 사회와 국가, 인류 세계를 보다 풍요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독자들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이해를 높이는 사업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멀티미디어의 시대에서 궁극적인 진검승부는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미디어 이용욕구와 이용행태, 욕구충족, 매체 선택의 동기, 이용의 결과 등 독자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제작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신문의 독자와 방송 시청자의 특성과 차이, 신문의 차별화 방향, 신문 독자의 확보와 확대를 위한 방안 등이 독자 위주로 일회적·단편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조사 분석되어야 한다.

지원의 합리적 기준 마련이 관건

미디어 교육도 정보사회에서 독자들에 대한 봉사와 정보에 대한 건전한 이용과 활용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디어 숲에 포위되어 사는 현대인들이 습관적 맹목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고 영향을 받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독자들이 목적을 가지고 미디어를 이용하고 내용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해석하면서 내용에 따라 선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정보사회의 필수적인 시티즌십이다.
독자들의 취향과 의견과 여론을 반영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신문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미래의 언론은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와 이용자 위주의 형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용자와의 소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언론인만의 언론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언론이 되면 신문의 미래에 확실한 원군이 될 것이다. 
언론인들의 직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학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구년제와 같이 국내나 국외에 일정기간 연수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기 바란다. 저널리스트들의 국내 대학 강의제도 등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언론계와 학계가 다양한 산학연계 프로그램으로 네트워크화를 이루어야 한다.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언론사 간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문을 만들고 배부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 어떤 부분이 공동 운용이 가능한지를 조사하고 합리적인 방안에 따라 일정 부분만이라도 실행한다면 다양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신문사 간 또는 신문과 방송 간의  보도논쟁은 상호견제의 경쟁보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성과 균형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갈등을 낳았고 우리 사회의 공동체감을 분열시켜 왔는가는 경험한 사실이다.
언론진흥재단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용에 대한 정부의 영향을 우려하는 의견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신문 지원을 위한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운용과 관련해 작은 부분까지 전문성과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미리 제시해야 한다. 신문법이 의도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결과들이 나타나는 경우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전문성과 권위 갖춘 조직 되길

우리가 기존 미디어는 외국에서 수입하였지만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뉴미디어 환경은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현재 미디어 현상이 다른 나라에서는 미래의 미디어 현상인 것이 많다. 신문이라고 못할 것이 없다. 참여·공유·개방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웹 2.0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한국의 신문 현상에 적용해 가야 한다. 신문 매체의 퇴장과 같은 예측이 난무하는 카오스의 시대에 과학적으로 대처하여 신문이 부흥하는 데에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기여하는 진흥재단이 되어야 한다. 모범사례로 세계의 여러 나라와 신문업계에서 벤치마킹하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역사적 경험에서 학습해 왔듯이 한 기구의 탄생이나 어떤 제도의 확립이 모든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노베이션할 것인가를 명료히 하고 그 내용을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적으로 소통하면서 혁신의 정당성과 실행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외부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개방조직으로(open system) 신문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권위와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2월호 특집 - 복합 미디어그룹 탄생하나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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