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현  울산방송(UBC) 사회부 기자


수습은 늘 배고프다. 점심은 거르기 일쑤고 저녁은 누군가를 쫓아다니기 일쑤다. 때문에 우리는 늘 아침 메뉴에 목숨을 걸었다. 고달픈 ‘짐승’들의 속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밥상이니.
처음 선배가 우리를 이곳으로 끌고 갔을 때 ‘짐승’들은 분노했다. 따뜻한 방은 못 돼도 적어도 군불 정도는 쬘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야 하는 게 ‘짐승’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닌가. 간판도 문도 없는 농수산물시장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아서 ‘아침’을 먹으라니….
설상가상으로 밥그릇은 냉정해 보이기 그지없는 스테인리스요, 반찬은 깍두기가 전부였다.
종목은 재첩국. 선배는 “국 한 사발에 들어가는 수많은 재첩을 할머니가 직접 까서 넣는 것”이라며 “신기하지 않냐”는 구차(?)한 변명까지 한다. 더 좋은 곳에 데리고 갈 수도 있지만 아침밥을 먹기에 이만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한 그릇에 3천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지만, 하루에 새벽 5시 반부터 아침 9시 반까지만 이 국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선배를 더욱 흥분시키는 것 같았다. 물론 ‘짐승’들 입은 나올 만큼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두세 겹으로 덮은 담요 안에 숨겨 놓은 항아리에서 주인 할머니가 큰 국자로 뽀얀 국물을 퍼서 밥을 말아주는 순간, 짐승들 입은 쏙 들어간다. 한 술 더 떠서 “어제 먹은 술이 확 깨는 것 같다”며 선배에게 아부도 서슴치 않는다. 게다가 누가 수습 아니랄까봐 취재까지 한다. 언제부터 장사를 하신건지, 하루 손님은 얼마나 되는지, 왜 굳이 항아리를 고집하시는 지….
그런데 알고 보면 이미 앞서 수십 명의 수습기자들이 똑같은 취재를 반복했던 곳이다. 울산 기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남구의 농수산물시장 재첩국. 하루에 새벽시간 단 4시간만 존재했다 사라진다. 그 뒤로 선배들과 밤을 새는 날이면 종종 찾는 집이기도 하다. 나도 추운 겨울날 후배를 데리고 가서 서러움이 묻어나는 수습의 뾰루퉁한 얼굴을 한번 봐야 하는데…. 아직 3년 넘게 막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09년 12월호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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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ck de madeira 2012.03.14 0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지다이 개봉된! 나는 이브 전에 이런 것을 읽을 가정 없다. 그래서이 주제에 대한 몇 가지 원래 생각을 가진 누군가를 찾을 수 좋네요. 정말이 일을 시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웹사이트는 웹에서 필요한 것을, 약간 독창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인터넷에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다 유용 일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