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중 취재준비, 기사 참고자료 웹 검색_우병현 조선일보 마케팅전략팀장

《언론사의 스마트폰 지급과 활용》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상시적으로 연결된 데스크톱 PC나 노트북 PC와 같다고 보면, 이동이 잦은 현장 취재 기자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이동 중에 취재 준비를 하거나, 기사를 쓸 때 필요한 참고 자료를 스마트폰에서 바로 열람할 수 있다.


올 들어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말 KT가 애플사의 아이폰을 국내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이후 통신 산업계를 비롯해 언론, 기업, 교육, 금융 등 곳곳에서 스마트폰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스마트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임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 언제 어디에서든지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갖추려고 시도하고 있고, 조선일보, CBS, 한겨레, 헤럴드경제, 오마이뉴스 등 미디어사들은 기자들에게 아이폰을 지급한 뒤, 뉴스룸의 ‘디지털 마인드’ 제고를 요청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발 빠르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속보를 비롯해 현장 사진, 동영상 등 뉴스 콘텐츠를 실시간 뉴스룸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키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과 통신업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구글 안드로이드를 OS로 채택한 스마트폰 등 대응 제품 출시에 힘을 다하고 있고, 이동통신사들은 KT에 빼앗긴 스마트폰 시장 탈환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국내 스마트폰 열풍을 앞으로 더욱 거세게 만드는 데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아이폰 상륙으로 스마트폰 열풍
물론 스마트폰 열풍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만만치 않은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스마트폰이 배터리 지속 시간, 음성 통화 품질 등 몇 가지 측면에서 일반 휴대폰에 비해 불편한 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의 입성으로 인해 촉발된 스마트폰 바람은 국내 휴대폰 시장과 휴대폰 문화를 확 뒤집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특히 미디어 산업계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뉴스생산-유통-소비 구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고 관련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스마트폰에 기반한 미디어 전략 수립에 힘을 쏟고 있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미디어 산업은 포털 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인터넷 간판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세 앞에서 독자가 감소하고 아울러 광고수익이 줄어드는 위기에 처했었다. 또 미래 미디어 플랫폼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투자했던 온라인도 투자비용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익성 때문에 미디어 기업에 고통스러운 존재로 작용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는 전통 미디어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전통 미디어들을 경영위기에 빠뜨린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도 금융위기를 비켜 가지 못했을 정도로 미디어 업계 전체가 큰 상처를 입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 미디어 산업이 스마트폰의 등장을 반기는 것은 그만치 다른 곳에서 활로를 못 찾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디어 산업계는 스마트폰을 통해 구글과 네이버 같은 뉴스 유통의 울트라 슈퍼 파워를 피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뉴스를 유료로 전달할 수 있는 루트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해 취재정보를 신속하게 얻거나, 현장 정보를 재빨리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의 스마트폰 관련 이슈는 취재, 콘텐츠 형식, 배포 등 세 갈래에서 살펴볼 수 있다.


▶뉴스생산-유통-소비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공


우선 스마트폰은 취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상시적으로 연결된 데스크톱 PC나 노트북 PC와 같다고 보면, 스마트폰의 속성과 쓰임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각에서 이동 음성 통신은 오히려 부가 기능에 가깝다. 스마트폰의 이런 점은 이동이 잦은 현장 취재 기자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동 중에 취재 준비를 하거나, 기사를 쓸 때 필요한 참고 자료를 스마트폰에서 바로 열람할 수 있다.

특히 뉴스룸이나 기자실을 벗어나 취재할 때나 해외에서 취재할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메일 박스에 도착한 보도자료를 확인하거나, 사전에 인터뷰 예상 질문을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각종 취재 정보는 워드프로세서, 파워포인트,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것이 많은데, 이를 구글의 지메일(Gmail)과 독스(Docs)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곧바로 각종 첨부 파일을 볼 수도 있다. 또 영어 단어를 비롯해 용어, 기사, 인물 등 각종 참조 정보 검색 기능을 일반 PC에서처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기사 작성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상시 접속(Always On) 기능은 트위터와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지인(following-follower) 간에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취재에 활용하면 전문가 집단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 취재 기자라면 금융분야 취재원들과 네트워크를 맺어 놓고, 필요한 질문을 던져 전문가의 반응을 동시에 받아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판 싸이월드를 연상시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데, 직장 동료, 학교 동창 등 지인들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진, 글, 뉴스, 동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또 다른 활용 포인트는 전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이기 때문에 해외 취재원 네트워크를 구축해 취재 네트워크를 글로벌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점이다.


▶짧고 간결한 콘텐츠 형식 요구돼
현재 기자들은 중요한 취재원이나 출입처를 일정한 시간마다 반복해서 접촉하면서 정보를 체크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이런 방식을 사이버에 적용하려면 RSS 구독 기능을 이용해 온라인 취재처 목록을 작성해 놓고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확인함으로써 기초 취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글의 RSS 리더 기능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원하는 사이트, 주제 등을 검색하여 RSS를 등록해 두고, 스마트폰에서 구글 리더를 클릭하면 사이버 취재원의 업데이트 정보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표시된다. 필자의 경우 미디어 분야에서 Editor & publisher, Future journalism, buzz machine(제프 자비스 교수의 블로그) 등 미디어 분야 취재처 RSS를 등록해 놓고 아이폰에서 수시로 열어 보면서 미디어 업계 이슈를 챙기고 있다.

스마트폰의 파급력을 뉴스 콘텐츠 형식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폰의 상시 접속 기능과 작은 스크린은 기존 웹과는 다른 콘텐츠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손바닥에 들어가는 스크린 크기는 긴 글보다 짧고 간결한 형식을 요구한다. 스마트폰에서 FT의 간판 뉴스 메뉴인 ‘분석(Analysis)’과 같은 긴 글을 읽으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아이폰의 블룸버그 뉴스 서비스는 짧고 간결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편집 스타일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인기가 높다.

또 상시 접속 기능은 자투리 시간 정보 활용과 궁합이 잘 맞는다. 미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가 보면 참석자들이 블랙베리를 들고 있다가 휴식시간에 이메일을 주고받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5~15분 정도 자투리 시간에 책이나 신문 글을 읽고 집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용 뉴스 콘텐츠를 기획할 때 대중교통 이동 중, 회의 시작 전, 회의 중간 휴식 시간 등 자투리 시간 활용에 어울리는 내용과 형식을 고안해 내야 한다.

스마트폰의 특성은 콘텐츠를 배포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폰이 대중화되면서 대형 할인 마트와 같은 대형 포털 이용을 선호하는 웹 공간과는 달리 스마트폰 공간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정보나 아이템만 골라서 이용하는 개별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발달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란 컴퓨터에 깔아 놓고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대비되는 용어이다.

사무용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는 MS 오피스는 애플리케이션에,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웹브라우저에서 오피스 기능을 사용하는 구글 docs는 웹 프로그램에 해당된다.

스마트폰을 갖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접속해 이메일 열람, 블로그 이용 등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작은 화면 때문에 불편하다. 따라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바탕 화면에 깔아 놓고 원하는 작업만 골라서 터치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이처럼 스마트폰 대중화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이 부활하고 있는 점은 인터넷 웹 브라우저를 장악한 포털의 게이트웨이 장악력을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가 스마트폰 열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도 스마트폰의 이런 측면과 관련이 깊다.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에 긍정적 영향
이를 테면 개별 애플리케이션은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뉴스 제공자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유료로 만들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공급하여 사용자로부터 선택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일으킨 스마트폰 열풍은 미디어 업계가 피해갈 수 없는 변화의 바람이다. 미디어 업계는 PC통신 붐, 인터넷 붐 등 디지털 미디어 혁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직접 맞닥뜨렸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는 지혜롭지 못했다. 현재 미디어 업계가 겪고 있는 고통과 혼란은 자기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대가라고 봐야 한다. 스마트폰 열풍이 미디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슈는 사실 인터넷이 일으킨 미디어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미디어 업계는 디지털 미디어 혁명을 근원에서부터 다시 살펴보고, 내부 혁신책을 찾아야 한다. 결코 유행에 따라 이리저리 따라갈 사안이 아니다.
 

월간<신문과방송>2010년2월호  '산업/정책'편

Posted by 정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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