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치,기사스타일,취재관행,언론 윤리 등 검토 필요 
 -저널리즘의 위기 진단과 해결을 위한 논의 방향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hoim@pusan.ac.kr


→지금 신문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신문이 위기’라는 주장은 마치 ‘늑대가 오고 있다’는 양치기의 외침처럼 오래전부터 늘 듣던 소리다. 그렇지만 최근의 위기는 이전의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업계 안팎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신문의 위기는 단지 일개 매체업종이나 산업의 부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이란 중요한 사회 기능을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더구나 다매체, 매체 융합 환경에서는 모든 매체가 기술적인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신문은 모든 저널리즘 콘텐츠의 중요한 원소스이자 모델을 제공하는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위기는 신문에만 국한해 볼 수 없는 문제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출범 후 첫 사업으로 ‘신문산업의 위기를 위한 대토론회’를 잡은 것은 바로 신문 위기 문제를 이처럼 중대한 이슈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신문은 모든 저널리즘 콘텐츠의 기본


이번 대토론회는 언론계의 쟁점을 접근하는 방식에서 이전과 크게 차별화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학자나 연구자의 전문적인 진단은 깊이는 있으나 현장감이나 현실 파급효과에서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현장 종사자의 목소리는 단편적이고 시의적이며 단발성에 그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 토론회는 신문업계 종사자와 학계를 망라하여 여러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하여 10여 차례에 걸친 토론과 분석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기로 하였다. 이 점에서 이번 기획은 취지나 진행방식에서 과거 영국의 왕립언론위원회(Royal Commission on the Press)에 비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기획에서 이전에 전혀 접하지 못한 획기적 내용들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처럼 집약된 공동작업에서는 이전의 산발적인 논의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거기에 새로운 통찰력을 더해 주는 플러스 알파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작업에서는 단지 현상 진단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정책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개별사나 업계 단위의 자구책뿐 아니라 가능하다면 범국가 차원의 지원정책과 연계하여 논의에 실효성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토론회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행사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기존의 뉴스가치 판단기준 재검토 필요

대토론회가 이제 막 출범했기 때문에, 앞으로 다룰 주제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결과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붙인 채로 소개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게 될 것 같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신문산업 관련 쟁점들을 저널리즘, 신문산업, 뉴미디어, 읽기문화 등 4개 분과로 나누었으며, 그중 ‘저널리즘 분과’는 한국 저널리즘의 전반적인 질 제고와 신문의 신뢰회복 방안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이 분과는 저널리즘의 질이나 취재문화, 윤리 등 신문산업에서도 가장 전통적이면서 기본적인 쟁점들, 즉 신문산업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할 수 있다. 

세부 주제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쟁점으로는 우선 한국 저널리즘의 질에 대한 전반적 평가 문제이다. 가령 신문 기사에서 사실 근거 제시/정확성, 심층성, 관점의 다양성, 그리고 신문 매체의 신뢰성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신문은 기사에서 근거 자료 제시의 부실, 출처 불명이나 편향된 단일 취재원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하는 등의 고질적 악습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정도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러한 요인들이 누적되어 신문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 포털 등 다양한 유사 뉴스매체가 등장한 이후 독자들이 신문을 외면하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 데에는 그간의 나쁜 전통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지금처럼 독자들이 여러 매체에서 제공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환경에서 과연 기존 신문들이 고수해온 뉴스가치 판단 기준이 적합한지도 의문을 가져볼 여지가 있다. 또한 공식 취재원에게서 수집한 정보 전달 위주의 스트레이트 기사 스타일이 지금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과연 적합한 것인지도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한국 저널리즘의 전반적인 지향성에 대한 평가 문제이다. 특히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가 사회갈등을 악화시키고 이념적, 지역적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볼 수 있듯이 언론보도의 정파성과 균형보도 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나아가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적인 변화 추세에 맞추어 신문이 어떤 방향의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하는지, 또 저널리즘의 질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방향으로 저널리즘의 가치지향을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이는 단지 신문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서 나아가 신문의 미래에 관한 청사진 제시라는 문제와도 얽혀 있다.

셋째, 앞서 언급한 저널리즘의 가치 지향을 재정립하는 작업은 저널리즘 현장의 실질적인 생산구조에 의해 뒷받침될 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외부적으로 보자면 기자의 일상적인 취재활동 공간인 출입처 제도라든지 정부기관의 브리핑 방식 등에서 어떤 한계와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내부적으로는 기자들 사이에 익숙한 과거 취재 ‘관행’들 중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들은 없는지, 또 이를 개선할 방안은 없는지도 토의할 대상이다.



언론인 충원, 교육, 인사관리 체계화 필요

넷째로는 언론인 충원과 교육, 운용 등 주로 인사관리와 관련된 쟁점들을 들 수 있다. 언론은 그 어떤 직종보다도 인력의 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그동안 국내 신문사들은 선진국의 언론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학력이나 일반적인 지적 능력이 우수한 인력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행운을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면에 나타난 성과의 측면에서 한국 신문이 어느 정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는지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최근 기자직의 인기가 많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아직도 우수한 지원자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기자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뽑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발한 인재들을 제대로 훈련시키고, 장기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전문성을 쌓아가도록 관리해야만 신문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신문에서는 공채제도, 도제식 훈련, 순환보직 등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굳어진 인력관리 방식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을 길러 내거나 새로운 개혁을 시도하는 데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 한국 언론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기자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늘 되풀이되었지만, 교육·인사관리가 지금처럼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교육이란 사실상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얼마 전 한겨레가 진보적 고급지라는 새로운 지면 콘셉트를 표방하면서 조직개혁을 추진했지만, 작업관행이나 조직 관리, 출입처 관행 등이 모두 일반 대중지 스타일에 젖어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중앙일보를 비롯해 일부 신문에서 전문기자제도나 탐사팀을 도입하며 한국형 심층취재 방식을 선보였지만, 조직 개편 때마다 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다시피 하는 것도 그간의 뿌리 깊은 조직문화를 개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 준다.

다섯째, 언론윤리에 대한 평가와 윤리의식 제고 방안 이번에 다룰 중요한 의제이다. 그동안 한국 언론의 언론윤리 실천 수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는 기자들의 개인적 윤리의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일상적 취재활동에서 윤리적 판단 기준이나 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제도적 차원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신문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꾸준히 하락해온 데에는 이러한 윤리적 불감증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였을 것이다.



실질적인 독자의견 수렴 장치 마련해야

여섯째는 독자 불만과 의견 수렴 제도 문제이다. 지금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수용자들은 자신의 불만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신문에서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할 수 있는 장치는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독자위원회나 옴부즈맨 제도 등이 일부 언론사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몇몇 사회 명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거나 때로는 자사 홍보적 성격에 흐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해 아직 회의적인 시각들이 적지 않다.

일곱째로는 저널리즘 활동의 외부 구조적 환경과 관련된 쟁점들이 있다. 여기에는 신문 관련 법규나 정보공개제 등 언론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해당한다. 또한 기업 차원에서 신문업계 전반의 질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는 통신사 서비스 문제를 들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쟁점들은 대략 이상과 같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업계 현안들이 이번 토론회에서 다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의 기획 의도는 단순히 신문업계의 문제점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수도 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이에 대한 대응책과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참가자들 중에서는 개인적 철학이나 가치관에 따라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소속사에 따라서도 견해차가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 분과는 공통된 합의를 도출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분과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앞서 언급한 쟁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해묵은 현안들일 뿐 아니라 회사마다 정도차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언론인들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 연구 기능을 담당하거나 공통의 현안 해결을 위한 기반 시설, 서비스, 제도 마련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현 단계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번 토론회가 신문업계의 전반적인 문제점 진단과 해결방안의 모색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하기는 했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 사업은 위원회 형태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층의 인사들을 참여시키기 때문에 의견과 지혜를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구조에서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거나 이를 실질적인 대응방안으로 연결 짓기 쉽지 않은 단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영국 왕립언론위원회의 운영사례를 보더라도 초창기에는 거창한 목표로 시작했지만 해결책 제시에서는 결국 용두사미에 그치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신문업계에서는 아주 드물게 공통의 관심사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앉아 지혜를 도출하려는 이번 작업은 결과와 상관없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신문이 지금처럼 큰 위기의 단계로 서서히 빠져들게 된 데에는 그동안 신문업계 종사자들이 미래지향적인 공동의 노력보다는 서로 소모적인 경쟁과 반목, 갈등을 되풀이하면서 역량을 낭비한 것도 한 원인이었음은 아마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월간<신문과방송>2010년 2월 '특집_신문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토론회'

Posted by 정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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