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경험’하는 방식의 뉴스소비 강화될 듯
 언론사닷컴 소셜 미디어 이용의 진화 : 불로그에서 트위터까지_나은경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에서는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의 이용 시기나 패턴이 미국과는 순서가 뒤바뀐 형태로 나타난다. 영미권 국가에서 블로그 이용이 전성기였던 시기에 우리는 게시판 토론과 시민매체 활성화,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가 오히려 그것이 수그러들 즈음인 2004~2006년에 블로그 이용이 정점에 달하는 패턴을 보인다.

인터넷의 등장이 저널리즘에 가져온 변화들 중에서도 지난 몇 년간 주목을 받았던 대상은 블로그의 영향이었다. 언론과 블로그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할 때 단골로 등장하던 주제는 ‘블로그를 저널리즘이라고 볼 수 있는가’였다. 이러한 초기의 물음은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았지만 아직도 유효한 질문은 저널리즘에서 블로그의 역할과 영향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조금 더 미묘하고 세부적인 고민들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라 하겠다.

블로그가 친숙한 장르가 됨에 따라 주류 미디어는 블로깅이 저널리즘 그리고 우리가 20세기에 걸쳐서 알아온 것으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위협인지 아닌지를 논하기 시작했다. 저널리스트들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블로깅은 저널리즘인가? 그 대답은 명백하게 대개의 경우 아니다(no)이다 (Rettberg, 2009). 대부분의 블로그는 저널리즘이 아니고, 그 글쓴이들도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열망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인 블로그가 저널리즘으로 간주될 수 있든 아니든 블로그와 여타의 참여적 매체들은 저널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의 변화들인 것인지,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인 언론 종사자들은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 등의 질문으로 바꾸어 물어야 더 적절하다.


블로그의 형태와 종류의 다변화

미국에서의 블로그 이용은 2002∼2004년에 정점에 달했고 그러한 블로그의 이용 패턴과 영향에 관한 관심과 연구의 정점은 2004∼2006년에 걸친 시기였다. 그리고 이후에는 좀 더 다양한 네트워킹 기술을 탑재한,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블로그의 영향과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이 맞물리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하는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근래의 실정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내용의 양식이 변하는 것도 큰 몫을 한다. 텍스트 중심, 사진 이미지 중심(포토 블로그), 오디오 엠피스리 중심(파드캐스트), 동영상 비디오 중심(비디오 블로그), 실시간 문자 형태 중심(마이크로 블로그) 등 인터넷상에서 이용자가 생산해 내는 콘텐츠의 유형과 플랫폼이 시기별로 진행되어온 변화를 봐도 근래의 추동 요인은 블로그의 이용에 있으며 블로그의 형태와 종류도 다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의 이용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살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현 시점의 블로그 이용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블로그만을 따로 떼어 놓은 협소한 개별 매체로서 블로그를 바라보기보다는 블로그와 연관이 있거나 유사 기능을 지닌 사이트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블로그의 위치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는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의 이용 시기나 패턴이 미국과는 순서가 뒤바뀐 형태로 나타나는바 영미권 국가에서 블로그 이용이 전성기였던 시기에 우리는 게시판 토론(다음의 ‘아고라’나 디씨인사이드 등)과 시민매체(오마이뉴스) 활성화, 그리고 소셜 미디어(싸이월드 등)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가 오히려 그것이 수그러들 즈음인 2004~2006년에 블로그 이용이 정점에 달하는 패턴을 보인다.

그 결과 2006년에 SK가 블로그 서비스인 이글루스를 인수하기도 했고, 언론사닷컴이 자체 블로그 서비스를 서둘러 만들기 시작한 것도 2003년과 2004년 즈음부터이다. 2004년 이후에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포털의 독식’이라고도 불릴 만하게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이용 점유율이 압도적이 되면서, 2006년과 2008년 사이에는 포털과 언론사 간의 경쟁과 견제가 치열했다. 그 즈음 포털과 저널리즘의 관계를 주제로 한 논쟁이라든지, 네이버의 뉴스 캐스트 서비스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와 논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저널로그 월평균 19.26% 증가세

이러한 움직임이 초기에는 예전의 피시통신 시절과 게시판 형태에 익숙한 한국 인터넷 문화의 영향 탓인지, 독자들을 쉽게 끌 수 있는 스타 필자들 혹은 소위 ‘논객’들로 하여금 언론사닷컴 블로그에 둥지를 틀게 하거나 자사 기자들에게 블로그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도로 등장하였다면, 이제는 기자들이 오프라인 매체에서 발행하는 기사들 이외에도 직접 새로운 내용의 읽을거리, 볼거리를 만들어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커뮤니티 혹은 메타 블로그에 상당하는 서비스를 언론사닷컴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2008년 10월에 시작한 동아닷컴의 기자들 메타블로그라 할 수 있는 저널로그(journalog.net), 2009년 8월에 등장한 조선일보 사진기자들 중심의 픽토리 조선(pictory.chosun.com) 등이 그것이다.

최근의 코리안클릭 발표 자료에 따르면(2009. 12 15.) 2009년 2월부터 11월의 10개월간 인터넷 이용 조사 결과 저널로그가 월평균 19.26%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2009년 블로그/소셜네트워크 부문 히트 사이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의 언론사닷컴 블로그 서비스 이용 변화는 포털 사이트의 영향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고려할 때, 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 미디어를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들(미디어 다음, 네이버 뉴스 캐스트, 다음 뷰(Daum View)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등장한 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언론사닷컴에 직접 접속하여 뉴스를 읽는 비율이 매우 적은 현실을 고려할 때, 언론사의 오프라인 기사 내용만을 그대로 웹에 옮겨 놓는 것 이상의 서비스가 절실해진 이유도 컸을 것이다.



친밀한 진정성 통해 수용자 신뢰 쌓아

 그렇다면 기자들은 왜 블로그를 하는가 혹은 해야 하는가, 언론사는 왜 블로그 서비스를 하는가 혹은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블로깅은 저널리즘인가의 논쟁 주제가 등장했던 이유는 언론의 대표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취재와 보도, 사실 확인과 출처 인용 등 몇 가지 저널리즘 법칙들이 일반 블로그에도 적용될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블로그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필터링과 참여, 그에 기반한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crowd sourcing journalism)의 가능성, 문 지키기(gate keeping)를 넘어 문 감시(gate watching)의 기능으로 작용하며 뉴스생산 과정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과 같이 저널리즘에 대한 블로그의 영향을 다차원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기자들 자신이 말하는 블로그 이용의 이점들도 적지 않다. 30개 국가의 각종 매체들(신문, 잡지,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신문, 프리랜서)에서 일하면서 블로그를 하고 있는 기자 200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도(위 그래프 참조), 기자들 스스로가 블로깅을 하는 행위로 인해 자신의 작업이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가를 봐도 블로그의 영향은 그저 언론사와 수용자 사이의 관계에만 그치지 않고 뉴스 생산 전반의 저널리즘 영역에 이름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편집 데스크라는 중간인의 게이트키핑을 제거한 직접 접촉, 댓글을 통한 기사 내용 오류 수정이나 기삿거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획득, 더 높은 정확성을 위한 긴장감, 자사 언론사에 대한 신뢰감 구축, 그리고 현실을 1차적으로 직접 경험하는 일반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성 제고 등을 통해 가능하다. 블로그의 진실성이란 저널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사실(fact)보다는 소설, 예술, 시의 진실성과 공통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처럼(Rettberg, 2009), 기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친밀한 진정성을 통해 수용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새로운 도전

그러나 최근 들어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마이크로 블로깅이 창궐하고 있고 구글 웨이브(google wave)와 같은 협업 뉴스 생산 시스템들이 파고들고 있는 마당에, 블로그를 독립적으로 떼어서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지 못한 채 도망가는 도마뱀의 꼬리를 붙잡는 것에 그칠 우려도 있다. 바로 며칠 전 발표된 미국의 퓨(Pew) 재단 인터넷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층의 블로그 이용은 줄고 우리로 치면 싸이월드류의 페이스북과 모바일 웹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영미권 언론사닷컴들은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라고 칭해지기는 하지만 기존의 블로그보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능이 더 강화된 트위터 이용에 참여하는 등 이미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에는 <표2>와 같았던, 영미권 주요 언론사닷컴의 팔로워(소식 구독자) 수가 그로부터 꼭 1년 후인 2010년 2월 현재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를 보면(CNN Breaking News: 2,888,145(2010 .2. 8. 현재); The New York Times: 2,333,274(2010. 2. 8. 현재); BBC Click: 1,750,024(2010. 2. 8. 현재); Guardian Tech: 1,596,179 (2010. 2. 8. 현재)), 언론사닷컴은 블로그 이용을 돌아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여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새로운 도전 국면에 또다시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작년 중반에 뉴욕타임스가 소셜 미디어 전문가를 고용하기도 했
지만, 작년 말에는 자사의 자체 블로그 활용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자사 블로그들 중에서 영향이 적은 것들은 없앨 가능성도 고려했던 것처럼 언론사닷컴은 자사 기자들의 블로그 운영에 보다 체계적이고 유연한 기획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표출처: Nieman Reports, 2008)

얼마 전 애플사에서 아이패드를 내놓았을 때, 다른 제품과 달리 언론사에서 가장 흥분한 제품인 까닭에 뉴욕타임스에서도 “신문 읽기의 핵심을 잘 포착해 냈다”며 남다른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언론사들이 아직도 ‘신문 읽기’라는 행위를 어떤 고착적이고 물화된 행위인 듯 여기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뉴스기사를 여전히 ‘읽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신문을 읽는 방식, 즉 기사제목과 리드만을 검색엔진이나 포털 또는 RSS 구독기 등에서 접하고서 흥미가 끌릴 때 클릭해서 들어가 보거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필터링되어 전달된 뉴스를 접하고 있는 습관이 일상화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옛날 우리 아버지들이 밥상머리에서 펴들고 보는 식의 고정된 객체로서의 ‘신문 읽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제아무리 뉴욕타임스라도 희망은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항상 ‘진행 중’인 상태의 뉴스기사, 그 가운데 ‘이야기(내러티브)를 경험’하는 방식으로서의 뉴스 소비 양태가 강화될 터인데, 고정된 ‘읽기’만으로는 더 이상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야기의 경험’에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블로그가 구축하는 진정성의 의미를 볼 때, 기자들의 블로깅은 새로운 형태의 신뢰 구축을 통해 친숙함을 기반으로 한 언론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최근 2~3년간 언론사, 특히 신문에 대한 신뢰 하락 추세를 보건대 이것은 작으나마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언론사닷컴의 블로그 활용은 블로그 내용 자체보다도 뉴스가 생산되는 형식적인 과정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를 단순히 또 하나의 ‘채널’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뉴스를 경작해 내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이야기 경험’을 구축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뉴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Rettberg, J. W.(2009). Blogging. Digital Media and Society Series. Polity Press: Cambridge, UK. 나은경 옮김 (2009).
<블로깅: 블로그학 개론 (레트버그 지음)>. 한국언론재단.
최민재 외. (2009). 한국의 블로그 산업. 한국언론재단.
Nielsen Reports (2009). Global Faces and Networked Places.
Nieman Reports (2008). When Journalists Blog: How It Changes What They Do http://www.nieman.harvard.edu/reportsitem.aspx?id=100696







Posted by 정명화

댓글을 달아 주세요